칼럼

[유진모의 테마토크] ‘손님’을 ‘암살’하라
2015. 07.17(금) 14:36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장르도 내용도 완전히 다른 두 영화 ‘암살’과 ‘손님’이 연결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상업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지난 9일 개봉돼 지금까지 72만 명을 동원한 ‘손님’은 사실상 흥행 실패고, 오는 22일 개봉되는 ‘암살’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 ‘도둑들’이 기록한 1298만여 명의 스코어를 깨고 1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지가 관심거리일 뿐 전혀 다른 영화다.

‘손님’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가, ‘암살’은 일제치하이던 1930년대가 각각 배경이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두 영화는 ‘생존’과 ‘애국’을 소재로 그려진다. 그런데 어딘가 닮아있다. 참으로 기묘하다.

‘손님’은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이 어린 아들 영남의 혈액암 치료를 위해 서울로 가던 중 외딴 산속 마을에서 잠시 머물게 되면서 생기는 얘기를 그린다. 이 속세와 동떨어진 작은 마을은 전쟁의 포화를 비껴갈 수 있었고 그만큼 폐쇄된 환경 속에서 오로지 촌장(이성민)의 영도력으로 유지된다.

여기에 잠시 합류한 이방인 우룡은 마을의 골칫거리인 쥐떼를 처리해주면서 영웅이 되지만 그를 경계하는 촌장 부자의 마녀사냥에 의해 졸지에 빨갱이가 된다. 쫓겨나는 과정에서 우룡은 한쪽 손의 손가락을 잃고 나중엔 아들까지 잃게 된다.

촌장은 정권유지를 위해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혹세무민하는가 하면 ‘살기 위해 지은 죄는 죄가 아니다’라면서 자신의 영도력을 세뇌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는 일제 치하 일본군이었다.

영화는 생존과 신뢰를 강조한다. 마을 사람들도 우룡도 자신의 자식을 위해 살고 있고, 그래서 자신도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그 생존의 방식은 사뭇 다르다. 마을 사람들은 문둥병에 걸린 사람들을 죽인 뒤 그들의 보금자리를 빼앗아 살지만 우룡은 그런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쥐를 쫓는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은, 아니 촌장은 또 우룡마저 죽이려 한다.

촌장은 우룡에게 전쟁이 끝난 진실을 밝힐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이를 들은 남수(이준)는 마을 사람들과의 회의에서 “입조심해요. 좌시 좀 하라구요. 입 좌. 단속 시”라고 말하다. 어쩌면 그건 左視를 坐視하지 않겠다는 암시일지도 모른다.

‘암살’은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채 조국을 빼앗기고 일본의 신하 혹은 노예로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슬픈 사연과 그래서 조국을 되찾고자 하는 절실함을 그린다.

양대 독립운동 세력인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과 의열단의 김원봉(조승우) 단장은 조선주둔군 사령관 가와구치와 매국노 강인국(이경영)을 암살하기 위해 안옥윤(전지현) 속사포(조진웅) 황덕삼(최덕문)을 경성으로 보내고, 이 첩보를 입수한 일본군은 그들을 죽이기 위해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를 고용한다.

하와이 피스톨은 옥윤의 또 다른 얼굴이다. 예전에 그는 매국노 아버지를 죽이는 그 아들들 집단의 일원이었고, 그런 트라우마로 인해 아나키스트가 돼 돈만 받으면 그 어느 누구도 못 죽일 리 없는 킬러가 됐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못 느꼈던 사랑 혹은 애써 잊고자 했던 애국심이 뒤늦게 폭발해 타깃을 바꾼다.

게다가 돈이 없으면 애국도 소용없다던 속사포가 가장 피 끓는 애국심을 지닌 캐릭터로 변해가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왜 독립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큰 설득력을 안겨준다.

어지러운 현실에 교묘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애국정신과 명분에 대한 영화의 메시지는 ‘손님’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그 둘을 죽인다고 독립이 됩니까”라고 묻는 하와이 피스톨에게 옥윤은 “모르죠, 그렇지만 일본에게 알려줘야죠.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라고 답한다.

그건 소신이고 독립운동가들 사이의 약속이다.

‘손님’에서 배신당한 우룡은 다시 식인쥐들을 풀어준 뒤 마을로 이끌면서 말한다. “가자. 내 몸뚱이는 난중에 꼭 줄팅게. 약속헌다. 약속혀”라고. 또 그것은 ‘암살’ 속 독립군의 “우리 집에 가자”는 마지막 대사와 연결된다.

‘손님’에서 촌장이 “살기 위해 지은 죄는 용서 받는다”고 펼치는 궤변은 ‘암살’에서 죽음의 위기에 처한 강인국이 “그건(매국행위 및 아내 살해) 다 가족과 민족을 위해서였다”고 늘어놓는 억지 변명과 일치한다.

‘암살’의 덕삼은 죽음을 무릅쓰고 암살을 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역사에 이름은 남아야 되지 않겠어?”라고 외치고, 속사포는 절체절명의 순간 오히려 웃으면서 옥윤에게 "대장, 우리 작전 성공한 거죠?"라고 묻는다. 그건 ‘손님’의 아들의 장례를 치러주며 “영남아, 잘 가. 아빠도 곧 따라갈게”라고 울부짖는 우룡이다. 우룡은 촌장에게 “셈은 셈이니께유”라고 말하며 혹세무민의 철권통치를 처단함과 동시에 약속을 어긴 것을 벌한다.

일제에 빌붙어 민족을 배신하면서까지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눈멀었던 매국노가 해방 후 지도자가 돼 마을 주민의 개안을 막은 채 자신의 지도력을 과시하며 범죄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왜곡된 합리화로 권력을 장기화하다 못해 세습하려는 모습은 어쩐지 1950년대 같지 않다.

그래서 ‘암살’은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리고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한다. 조국이 해방됐다고 끝난 게 아니라는 감독의 주장은 어쩌면 이제는 거의 사라진 위안부 할머니들이 왜 그렇게 애타게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성의 있는 보상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화답이고 응원이다.

한쪽 다리를 저는 우룡은 촌장에게 “호남에서 태어났는데 영남”이라고 충청도 사투리로 아들을 소개한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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