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진모의 테마토크] '상류사회'와 유이의 비상류 연기력
2015. 07.25(토) 15:18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하류인생’(2004, 임권택 감독)이란 영화가 있었다. 제작자인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의 치열했고, 불꽃같았던 젊은 시절을 모티프로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누아르 적 드라마였다.

영화는 1960~70년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깡패가 살아남기 위해 벌였던 치열한 생존경쟁과 더불어 굴곡진 정치의 소용돌이를 이겨내면서 영화제작자로 성공하기까지를 그렸다.

제목은 하류인생이었지만 사실은 상류사회로 가고자 하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졌다. 일종의 반어법 적, 중의 적, 내용을 바탕에 깔고 있었다.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도 어쩌면 그런 두툼한 뜻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4명의 주인공 중 장윤하(유이)와 유창수(박형식)는 재벌가 즉 상류사회의 자제고, 최준기(성준)와 이지이(임지연)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다. 이렇게 극과 극의 신분을 지닌 이들은 비현실적으로 얽히고설켜 사랑의 ‘밀당’을 진행한다.

드라마란 게 으레 그렇듯 드라마틱하게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해 윤하와 준기를, 창수와 지이를 각각 커플로 엮는다. 준기는 작정하고 신분상승을 위해 윤하에게 접근하고, 잘 생기고 매너 좋으며 똑똑한데다 야망까지 있는 준기에게 윤하는 쉽게 빠져든다.

‘왕자병’의 안하무인 격인 창수는 좌충우돌 막무가내 식에 가식이 없는 지이를 처음엔 오해했다 서서히 그녀의 순수함을 알곤 빠져들어 나중엔 오히려 그녀보다 더 큰 사랑을 앓는다.

이렇게 엄발난 네 청춘의 사랑도, 사회생활도 온통 가시밭길 자갈밭이다. 창수는 어머니의 격한 반대에 성공과 사랑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의외로 야무진 지이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임을 일찍 깨닫고 먼저 아픈 이별을 통보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한 ‘상류사회’란 제목에 근거할 때 가장 불행한 인물은 윤하다. 그녀는 태진퍼시픽 그룹의 막내딸로 첫째 예원(윤지혜)과 둘째 경준(이상우)이 경영권 승계로 미묘한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일찍부터 그 다툼에서 빠져 아르바이트로 자립을 준비해온 인물이다.

아들을 극진하게 아끼는 엄마 민혜수(고두심)는 윤하가 경준을 누르거나 해할 기를 타고났다면서 오래전부터 윤하를 미워해온 인물. 뿐만 아니라 아버지 장원식(윤주상)도 윤하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으며 예원도 경쟁자인 윤하에게 거리를 두는 한편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가족 중 유일하게 윤하를 아껴준 경준은 경영의 압박에 위장자살로 잠적한 상태. 이렇게 윤하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한 귀족 중의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친자확인을 했을 정도로 가족들에게 배타적인 섬에 고립돼있었다.

오죽하면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떠난다’는 극심한 피해의식에 시달려왔을 정도.

그런 그녀에게 준기는 한줄기 서광, 아니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돌파구였다. 그런데 그의 사랑은 거짓이었다. 이 사실을 안 윤하는 더욱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다가 살기로 마음을 바꾼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준기가 진짜로 윤하를 사랑하게 된다.

참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정에 유이의 주변인물들과 전혀 화합하지 못하는 어색하다 못해 낯 뜨거운 연기력이 전체적인 조화를 방해한다.

우선 누가 봐도 윤하는 매력적이다. 외모 적으로 그녀는 지이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지적이고 차분한 성격에 매우 상식적이며 남에 대한 배려심도 있고 이기적이지 않다. 게다가 정의롭기까지 하다.

엄청난 재벌의 딸이지만 절대 아버지의 재산을 탐내지 않고, 건방지지 않으며, 자신의 용돈은 스스로 벌면서 자립하겠다는 야무진 인생관을 지니고 있다.

이런 모든 조건이 완벽한데다 결정적으로 그녀는 싫든 좋든 집안의 배경 중 일부를 나눠가질 권리가 있다.

준기가 처음부터 좋아했어야 마땅할 이유다.

물론 설정이야 작가의 마음에 달려있다. 거기에 딴죽 걸 마음은 없다. 다만 윤주상과 고두심이라는 명배우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 중견배우들이 안정된 연기를 펼치는 가운데 나머지 세 명의 주인공들이 나이와 경력이 무색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지만 유이만 한참 부족한 연기력으로 튀는 게 완성도를 방해한다.

유이의 데뷔 이래 지겹게 제기된 발음문제는 전혀 고쳐질 기미가 안 보인다. 배우 지망생이 나무젓가락이나 볼펜을 입에 물고 발음 및 발성 연습을 하는 게 가장 기본인데 유이는 이를 무시한 듯하다. 권상우야 그럴 수밖에 없는 핸디캡이 있다고 이해한 시청자들은 그러나 그와는 다른 유이는 용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건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못 갖춘 데 대한 분노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보라고 전파에 싣는 것이다. 열심히 찍은 뒤 자기 혼자 보고서 만족할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시청료를 수신해가는 TV에서 틀어대는 공개 콘텐츠라면 곤란하다.

지금까지 얼굴 예쁘고 지명도가 높지만 연기력이 부족해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은 탤런트는 숱하게 많다. 김희선 김태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표현력의 부족과 어설픈 캐릭터 소화력은 욕먹었을지언정 발음이 문제된 적은 없다.

게다가 김희선은 그런 핸디캡을 딛고 오히려 연기파로 거듭나고 있으며 김태희는 최소한 노력은 한다.

물론 아직 유이가 아직 28살의 어린(?) 나이임을 감안해주긴 해야 한다. 김희선도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비로소 연기가 안정됐다. 김태희도 벌써 36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이에 대한 시청자의 시선이 껄끄러운 것은 그녀가 보통 아이돌과는 달리 걸그룹으로 데뷔하자마자 연기를 병행했다는 점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미 연습생 시절부터 가수와 배우의 동시진행을 염두에 두고 충분히 연기를 배웠을 텐데 이런 터무니없는 연기를 펼치는 것은 성의부족이라는 결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래실력은 선천적이다. 웬만큼 연습하면 어느 정도까지의 수준에 오르는 게 가능하지만 뛰어난 가수가 되려면 타고난 가창력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배우는 다르다. 연기는 감수성과 태생적 천재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서거나 최소한 동등해질 수 있는 조건은 성실한 연습이 최선이다. 여기에 감각이 더해지면 시간은 앞당겨진다.

'상류사회'를 그리고자, 혹은 그에 도달하고자 하는 각 캐릭터는 생생하게 살아있는데 윤하만 삼류적 캐릭터다. 그건 연기력 탓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ybacchus@naver.com / 사진=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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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상류사회 | 유이 |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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