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눈길’ 김향기 “위안부 소재, 조심스러웠지만 책임감 느끼며 연기” [인터뷰①]
2017. 03.14(화)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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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드라마로도 두 번 봤고 영화를 본 거라서 그리 많이 울 줄은 몰랐어요. 영화를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지고 목이 메고 화가 나더라고요. 제가 촬영하고 몇 번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큰 스크린으로 끊이지 않고 장면들이 보이다 보니 그게 아무래도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아 더 많이 울었어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배우 김향기(18)를 만나 영화 ‘눈길’(감독 이나정, 제작 KBS 한국방송공사)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다.

‘눈길’은 배우로서 연기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다. 김향기는 시나리오를 읽기 전,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막상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배우와 관객을 배려한, 작가와 감독의 세심함 덕이다.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좀 무서운 장면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워낙 조심스러운 과거를 담아서.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담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안부를 이야기하지만 작가님이 사건에 중점을 맞추기보다 소녀들이 이렇게 살아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써주신 것 같아 크게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느낌을 전달했다. 아련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배우로서 과거의 아픔을 지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그리고 책임감을 느꼈기에 이번 작품을 택했다. 물론 고민을 했지만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이 작품을 통해 배역을 연기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진실을 깨닫고 오래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가장 크게 와 닿은 건, 현재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시고 그분들의 인터뷰 영상이 다 남아 있다. 그런 걸 보면 이건 그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우리가 보듬어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배우로서 이런 작품을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며 책임감을 크게 느꼈다.”

‘눈길’에 출연하기로 한 그녀는 촬영 전, 자료를 찾아보면서도 충격을 받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지만, 스스로 자료를 찾는 동안은 더 가까이 아픔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직접 만나 뵙진 못했지만 영상 등 자료를 찾아봤다.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그분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잖나.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구나, 이 시기에 이 영화를 만나 다행이다 했다. 항상 이 위안부 문제가 사회적으로 계속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보라 작가님이 더 늦기 전에 이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계속 시간을 끌고 누군가 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거잖나. 내가 연기할 수 있는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나 표현하게 돼 더 많은 분이 사실을 깨우쳐 다행이라 느끼는 부분도 있다.”

그녀는 촬영을 하며 감독의 조심스러운 마음,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 대해 갖는 미안함을 느꼈다. 누군가는 연기일 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과거의 아픔을 보다 가까이 공감하는 입장에서 감독은 소녀들이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연기 하는 것만으로도 미안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터다.

“감독님이 좀 조심스러워 하셨다. 우리가 이런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미안한 마음도 있으신 것 같다.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는데 그런 장면 없이도 이런 감정을 표현해내는 작품이라 대단하다 생각했다. 새론이와 실제로도 친구고 이런 힘들 수 있는 작품에서 두 번째 만나 크게 도움이 됐다. 호흡도 맞고 의지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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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재 영화인 만큼 조심스럽고 신경 쓴 부분도 많았던 그녀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자체만으로도 표현하는 데 있어 조심스러운 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조심스러웠던 게 당연한 거라 말하는 그녀는 "그 상황에서도 종분이는 항상 희망의 끈을 안 놓는 긍정적인 아이”라며 그런 면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모든 작품을 촬영하면서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특히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그녀는 감정적인 어려움을 마주했다.

“감정적으로 조금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 물론 다 장면마다의 느낌이 다르니까 어떻게, 왜 힘든지 어떤 식으로 이 아이가 슬픔을 표현하려 하는지 다 달라 뚜렷이 이야기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종분이가 가족을 만나겠다고 희망을 잃지 않고 고향까지 걸어 돌아왔는데 동생과 엄마가 없을 때다.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종분이 마저 그 상황에서 좌절한다. 촬영하면서도 애타게 부르는데 에너지를 많이 썼다.”

그녀는 이번 영화에 대한 주변의 높은 관심을 실감했다. 주변의 친구들뿐 아니라 친구의 부모님까지도 관심을 표하며 그녀에게 출연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눈길’이 영화로 다시 개봉한다는 걸 말하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다 알더라. 얘기하다 보니 ‘그때 드라마로 했던 것과 똑같은 것 맞느냐. 어떻게 영화로 개봉하느냐’고 묻더라. ‘중요한 이야기를 다뤄 개봉을 다시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친구들이 개봉한다는 사실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보통 친하면 오글거려 이야기하기 살짝 꺼려지잖나. 얘기를 많이 하진 않았는데 드라마로 방영됐을 땐 가장 친한 학교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친구 부모님이 ‘드라마 봤다. 고맙다’하셔서 뭉클했다.”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표하는 건 중요한 이슈에 대해 주목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배우로서 그녀 자신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일까.

“중3때 찍었는데 그 어린 나이에 역사의식에 대해 알려준 거다. 작품을 통해 배운 것만으로도 내게 좋은 의미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깊이 박힌 거니 좋은 의미다. 연기적 부분에서도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연기해야 하기에 그런 것에서 또 좀 더 새로운 고민을 해 내면적으로 배우고 성숙해졌다.”

그녀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장면은 위안부 소녀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표현한 장면이다. 자극적이거나 극적이지 않지만 소녀들의 불안과 두려움이 충분히 전해진다. 그녀가 애착을 갖는 또 다른 장면은 할머니가 된 종분의 뒷모습이 담긴 장면이다. 마찬가지로 잔잔한 장면이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내가 연기한 것 중에선 일본으로 끌려가는 도중 기차 안에서 소녀들이 갇혀 있을 때 종분이가 창밖을 보며 ‘어디로 가는 건지. 엄마가 기다릴 텐데’하는 부분이다. 많은 소녀들이 종분이와 같은 마음이다. 그때 혼란스러움, 슬픔, 가족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다 담긴 장면인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가 된 종분이 거의 마지막쯤에 눈을 보고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뒷모습이 슬픈 장면은 아니지만 그 장면이 머리에 박혔다. 뒷모습에 모든 게 담긴 것 같았다. 가서 껴안아 주고 싶다는 느낌이었다. 생각이 많이 나는 장면들이다.”

종분의 매력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인물이라는 점이다. 종분은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주변 사람들까지도 긍정적인 기운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절망 속 한 줄기 빛 같은 인물이다.

“대사에도 나와요. 영애(김새론)가 할머니가 된 종분에게 ‘남의 상처를 핥아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하는데 영애도 그 상황이 감당하기 어려우니 포기하려 한 거예요. 누군가가 내게 도움을 조금이라도 줬으면 하는 상황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 상황에서 영애를 이끌어주려 한 게 종분이에요. 힘들 때마다 ‘할 수 있다’ ‘살아 돌아갈 거야’라고 했고 영애도 ‘같이 살아 돌아갈 거야’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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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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