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황동주, 연기의 소중함 아는 ‘진짜 배우’ [인터뷰]
2017. 05.09(화) 10:17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작품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도 받고 이러는데 이번엔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다른 드라마 끝났을 때보다 특히 여운이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지난달 26일 MBC 주말드라마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이하 ‘아제모’)에서 한성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황동주가 시크뉴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당시 모든 촬영을 끝내고 온 황동주의 얼굴에는 ‘아제모’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그득했다.

‘아제모’는 4남매를 출가시키고 이제는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던 부부에게 어느 날 4남매가 집으로 동시에 유턴해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 중 황동주가 맡은 한성식은 한형섭(김창완)의 둘째 아들로 변호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쥐꼬리만 한 방송 출연료로 근근이 생활하며 여자 아나운서와 불륜까지 저지르는 철부지 가장이다. 유독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색깔이 강했던 이번 캐릭터는 17년차 베테랑 배우인 황동주에게도 쉽지 않은 연기였다.

“초반에 캐릭터 잡는데 시간도 걸리고 힘들었다. 무난한 캐릭터가 아니어서 말투도 그렇고 목소리 톤도 한 톤 높여야 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이 캐릭터는 말을 쉴 새 없이 빨리 쳐야한다. 긴 대사를 천천히 치면 그 맛을 살릴 수 없다. 제가 평상시에 말이 빠르지가 않은데 중반에 조금이라도 잘못 하면 그 긴 대사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 고민한 만큼 봐주시는 분들도 그렇고 현장에서도 재미있다는 반응을 많이 보여주셔서 보람은 많았다”

그럼에도 황동주는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한성식과 본인의 실제 성격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그는 사고뭉치에 얄미운 짓만 골라 하는 한성식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어느 분이 연기에는 연기자의 모습이 들어간다고 하더라. 한성식의 일부분에도 어느 정도 저에게 내재돼있기는 하다. 집에서 생활할 때는 성식이 같이 지질한 부분도 있고 사람들 만났을 때도 다운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성식이하고 비슷한 것 같다. 성식이가 잘 보면 정말 정도 많다. 사람도 잘 챙기고 여린 부분도 많고 말을 거르지 않고 해서 그렇지 자세히 보시면 그런 부분이 많다. 저는 재미도 있고 애착이 가는 캐릭터였다. 마음 같아서는 51부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정도 많이 들었고 50회에서 끝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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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주는 지난 1996년 KBS2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계절’을 시작으로 20여 개가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데뷔 직후 KBS2 ‘요정컴미’에서 ‘고정 역할’이라는 꿈을 이룬 그는 드라마 주연 자리까지 꿰차며 배우로서 성공의 길을 걷는 듯 했다. 하지만 2009년, 그는 가족들에게 연기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3년 반의 공백이 있었다. 그때 태국 이민까지 고려했었다. 그 시기에는 특별 출연조차도 안하고 정말 깨끗하게 놀았다. 처음 방송국에 들어오자마자 목표를 이루고 나니 더 이상 연기가 하고 싶지 않았고 미련도 없었다. 제가 아침드라마를 많이 했었는데 회사에서도 조금 쉬었다가 미니(미니시리즈)를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그 후에는 아침드라마가 들어와도 ‘내가 이 정도 공백이면 더 좋은 작품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어리석은 생각에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공백이 길어졌다”

목표를 잃어버린 후 연기에 회의감을 느끼며 ‘카메라 공포증’까지 생기게 된 황동주를 잡아준 것은 가족들이었다. 가족들의 설득에 복귀를 결정한 그는 ‘1년만 해보고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연극부터 악역, 중간 투입 등 그 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연기활동에 매진했다.

“신인 때는 착하고 유한 역할만 하다 공백을 깨고 나오면서 마마보이, 불륜남, 사기꾼 이런 역할만 하게 됐다. 공백기 이후 첫 작품이 KBS1 ‘명가’였다. 처음 촬영장을 갔는데 유목민 역할을 맡아서 갑자기 얼굴에 버짐 분장을 하고 긴 머리 가발을 썼다. 한 번도 그런 역을 해본 적이 없었다. 분장하고 옷을 입고 나오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 2년 반 만에 처음 나온 작품인데 이런 분장을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첫 신을 들어갔는데 감독님이 ‘동주 씨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고 하더라. 그동안에 묵혀있었던 게 그 한 신으로 풀어진 것 같다”

이후 배우 황동주는 새롭게 태어났다. 공백기 이후 연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그는 전에 알지 못했던 연기의 즐거움과 배역의 소중함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됐다.

“신인 때는 다 주인공만 했었고 힘든 거 없이 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불만도 많았고 조금만 불합리해도 화를 내고 했다. 그런데 복귀하고 나서는 일이 정말 소중하더라. 작품 들어온 게 너무 소중하고 수많은 연기자 중에 내가 들어갔다는 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1년 동안 작품을 안 가리고 하다보니까 계속 일이 들어오더라. 그러면서 다시 아침드라마 주인공으로 가게 됐다. 결국 공백 전에 내가 하던 위치까지 올라가게 된 거다. 신인 때는 멋모르고 하고 계속 주연만 했다 보니 공백기를 깨고 나왔을 때 더 힘들었다. 마음고생은 신인 때보다 훨씬 많이 했다. 그러면서 일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촬영장 나가서 사람들 대하는 자세도 바뀌더라”

공백기를 통한 큰 깨달음 때문이었을까, 특유의 ‘스타카토 웃음’으로 귀를 사로잡던 그는 매우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는 듯 했다. ‘지질‧불륜남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그는 연신 웃음을 잃지 않으며 긍정적인 대답을 전했다.

“물론 멋있는 역할도 하고 싶고 다음 작품을 골라서 하고 싶다. 하지만 제가 아직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냥 지질한 역할을 해도 ‘아제모’에서 지질한 것과 ‘위대한 조강지처’에서 지질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을 거다. 저 나름대로 차이를 두고 지질한 거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고 그럴 수 있는 거다. 그럼 그것도 새로운 지질함이지 매번 똑같지는 않다. 지질하든 악역이든 멜로든 들어오면 다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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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황동주에게도 근심거리는 있었다. 바로 방송인 이영자. 그는 얼마 전 MBC ‘라디오스타’에서 “이영자를 가슴 떨리게 좋아한 적 있다”고 밝힌 이후 많은 화제를 모았으며 이영자와의 ‘러브라인’까지 형성했다. 그는 방송 선배이자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했던 이영자에게 민폐가 된 것 같아 죄송하다고 전했다.

“저는 남자고 후배니까 괜찮은데 선배는 여자분 이시다. 내가 봐도 이영자 선배님을 이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안녕하세요’에서 처음 뵐 때도 듣도 보도 못한 애가 언급을 해서 같이 검색어에 오르면 기분이 나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됐다. 그런데 너무 친절하게 잘 해주셨다. 예능에서는 제가 신인이라 어리바리하고 실수도 할 수 있는데 잘 지도해주시고 케어해주셨다.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어쨌든 제가 좋아하는 거지 이영자 선배님이 저를 좋아한 게 아니다. 그런데 자꾸 두 사람이 좋아해야 되는 모양새가 되니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저희는 오픈된 사람이고 황동주라는 이름이 많은 분들한테 각인되면 좋긴 하지만 자꾸 저희가 사귀고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짧은 시간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눈 황동주는 호불호가 철저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는 연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여 년 동안 연기생활을 해 온 그는 특별한 목표 대신 ‘쉼 없이 연기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전했다. 연기할 수 있는 그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는 그는 ‘진짜 배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계속 쉬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게 꿈이다. 그러면서 연기력으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연기력을 갖추면 행복할 것 같다. 예전에는 ‘멋있다. 실물이 훨씬 낫다’ 이런 얘기가 좋았는데 요새는 ‘연기 참 잘해요. 너무 재밌어요’ 이 소리 들을 때가 가장 좋다. 모든 분들이 ‘황동주가 나오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연기자 입장에서 그것 보다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에도 진출하고 싶은 목표는 있다”

[김다운 기자 news@fahs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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