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완벽한 아내’ 조여정 길었던 슬럼프→역대급 ‘인생캐릭터’, 가능했던 이유 [인터뷰]
2017. 05.11(목) 09:44
조여정
조여정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집착한 적이 없어 궁금해서 도전했는데,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완벽한 아내’에서 싸이코패스 이은희 역을 연기한 조여정은 연기 인생 최고의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너무 어려운 역할이었다.

KBS2 ‘완벽한 아내’(연출 홍석구, 김정민, 극본 윤경아)에서 이은희 역을 맡아 열연한 조여정을 지난 4일 서울 논현동 모처에서 만났다. 열정적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 광기가 집착으로 발전하는 인물인 이은희는 조여정을 만나 제대로 된 ‘싸이코패스’로 거듭났다. 조여정은 이은희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어 내며 ‘단아한 싸이코패스’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완벽한 아내’는 고소영의 컴백 작품으로 초반 화제를 모았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끝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이야기 구성과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마니아 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고, 조여정의 연기력 또한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성장할 수 있었다.

조여정의 연기력은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녀의 연기력이 좋아질수록 이은희는 악해졌다.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미친 짓’을 저지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자신을 단장했다. 조여정은 이런 이은희의 감정을 온 마음을 다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야만 했다.

“집착을 한 적이 없다. 표현 방식 자체가 ‘집착’으로 시작되는 인물이라서 윤상현 오빠에게 최대한 집중하는 것만이 방법이었다. 그냥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도가 넘어가는 표현들이 이어졌다. 한 번도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고 세뇌시키고, 학대를 받고 자랐다고 주입했다. 그렇다고 상상하고 최면을 걸어야, 다음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이은희가 하는 행동들이 볼링 공 굴러가듯이 내가 놓은 순간 돌이킬 수 없을 지점까지 간다. 그러면 그렇게 합리화를 시키는 거다. ‘어쩔 수 없었던 거야’ ‘내 탓이 아니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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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구정희(윤상현)를 사랑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거는 여자인 이은희는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불타오르는 자신의 집 안에서 사랑하는 구정희, 복수하고자 했던 심재복(고소영)이 모두 나가고 홀로 남아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웃는다. 보는 이들은 소름 돋도록 무서운 장면이었지만, 정작 조여정은 너무나도 슬프게 연기했다.

“그 결말이 너무 마음에 든다. 심재복도 이제 좀 편안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 작품 자체가 갖는 목적이자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레서 그게 맞다고 본다. 심재복이 이런 일을 겪고도 계속 두 아이의 엄마로 씩씩하게 살아나갈 수있다는 것. 그게 이 드라마의 방향이니까 이렇게 되는 게 맞다. 하지만 그 장면을 저는 되게 슬프게 연기했다. 살려는 의지가 있었으면 은희는 뛰쳐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재복이가 가는 걸 웃어 주면서, 쭉 집을 둘러 본다. 은희는 모든 것을 놓았다. 그래서 슬프게 느껴졌다”

‘완벽한 아내’라는 작품을 통해 조여정은 연기력에 대해 무한한 칭찬을 받았다.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연기력 만큼은 최고라는 찬사를 얻은 것. 평소 드라마를 시작하면 댓글을 잘 보지 않는다는 그녀는 주변인들에 의해 캡처된 화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놀라 눈물이 핑 돌았다고 고백했다.

“다 다른 측면에서 칭찬해 주셨다. 아무래도 제 이미지가 있는데, 정말 총체적으로 ‘노력하는 것 같다’는 평을 해주셨다. ‘이 사람이 정말 노력하는 구나’라는 내용의 댓글을 봤을 때, 찡하더라. 내 진심이 언젠가는 통하게 돼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확신을 얻었다. 그냥 잘하고 싶은 거였는데, 그런 내 나름의 노력을 잘 알아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노력하지 않는 배우는 없다. 다들 노력하지만, 때로는 그걸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아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이런 칭찬들 뒤에는 조여정의 ‘건강한 스트레스’가 뒤따랐다. 계속 캐릭터를 연구하고, 한 장면, 장면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분석했다는 그녀는 그 분석을 다 끝내지 못하고 잠에 들 경우 꿈까지 꿀 정도로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글자는 금방 외운다. 그걸 외우는 게 문제가 아닌 거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 많은 것들 중에서 아직 선택을 못한 거다. 그게 안 끝났는데 잠이 들면, 꿈에서 슛을 간다. 준비가 안 됐는데, 현장은 빠르다 보니까 바로 촬영을 시작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총알 없이 전쟁에 간 느낌이었다. ‘분석이 덜 끝났는데 어쩌지’ ‘방송에 나가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부터 들더라. 하지만 깬 후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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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으로 화제를 모았던 조여정은 해당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꾸준히 화제성을 몰고 갔다. 그녀는 예능감과 입담 또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짙은 화제성을 낳을 수 있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까지 인정 받았지만, 조여정 스스로는 ‘잘하는 게 없다’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잘하는 게 없어서 연기를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글의 법칙’이나 요가, 현대무용 같은 것들을 좋아해서 하는 거지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제가 좋아해서 하는 것들이지, 오직 내세울 건 직업밖에 없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책임감이 들더라. 이제는 숨을 곳이 없는 거다. ‘아직 어리니까’ ‘아직 가능성이 있으니까’라는 면죄부가 먹히지 않는 나이다. ‘더 지켜봐 주세요’ 하기엔 나이가 먹지 않았냐. 진짜 연기를 잘하고 싶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조여정은 30대에 들어선 지금 진정 ‘연기에 물이 올랐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 연기가 많이 부족하다고 여기며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자체가 아름다운 그녀지만, 자신의 20대를 돌아본 조여정은 부족한 점 투성이인 본인을 발견했다.

“20대에는 그냥 또박또박 연기했다. 변수, 변칙이 없는 정직한 연기를 했다. 사실 연기는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또박또박 연기해서 못한다는 소리를 듣진 않았지만, 그렇게 잘한다는 말도 들을 수 없었다. ‘저렇게 자유로울 수가’ ‘매력적이야’ 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냥 할 도리를 하는 정도의 연기? 미래를 생각하기에 막연했다. 대체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늘 고민했고, 갑자기 연기를 잘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여러 시야와 다양한 방면으로 인간의 군상을 관찰하게 된다. 정말 다행인 건, 30대에 들어서니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연기 활동을 쉴 당시, 정말 힘든 슬럼프를 겪었다는 그녀는 앞으로 정말 오랜 기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꿈이라고 대답했다. 서른까지는 버티자는 심정으로 지금까지 왔다는 조여정은 작품 선택의 기준보다는 내 마음이 동하는 것을 선택하고, 힘듦을 온몸으로 느끼며 주저 앉는 것보단 슬럼프를 즐기는 법을 알게 됐다.

“20대 때 많이 힘든 후에 영화 ‘방자전’을 찍었다. 정말 우연한 기회였고, 저는 그 기회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 버티길 잘했다, 포기 안 하고 버티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은 그때, 그때 들어온 작품 중 내 마음이 가장 동하는 작품을 선택한다. 정말 서른까지는 버티자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배우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그저 ‘인생의 다음 챕터를 준비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30대에 접어드니 안정기에 든다. 이제 슬럼프가 다시 온다면 조금 덜 힘들어 하면서, 더 잘 보내고 싶다. 시간이 많아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러면 조금 나아지더라. 내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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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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