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한당’ 설경구, 25년차 배우의 고백 “더 이상 꺼낼 카드 없다” [인터뷰]
2017. 05.11(목)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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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왜 이 얘기를 또 하려고 하는가’ 생각했죠. 변 감독의 솔직함이 저를 설득 했어요”

11일 오전 서울시 중구 삼청동 모처에서 진행된 영화 ‘불한당’ 라운드 인터뷰에서 배우 설경구가 시크뉴스와 만났다.

교도소에서 만난 재호(설경구)와 현수(임시완)가 함께 불한당이 돼 조직을 제패하는 과정을 담은 ‘불한당’은 한국 영화에서 흔하게 활용되는 ‘느와르’와 ‘언더커버’ 소재를 다룬 작품이다. 이 때문에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다를지 몰라도 소재 면에서는 느껴지는 진부함은 지울 수가 없다. 특히 감옥에서 만난 두 남자라는 설정은 지난 3월 개봉한 ‘프리즌’과도 매우 유사하다. 설경구 역시 이와 같은 생각을 했지만 변성현 감독의 ‘진심’으로 의심을 지울 수 있었다.

“그때 당시 ‘프리즌’이 크랭크인 될 때였다. 개봉도 우리 영화랑 한두 달 차이밖에 안 나서 비교가 될텐데 시나리오 상으로는 ‘프리즌’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더라. 그런 저를 변성현 감독이 설득했다. 첫 날은 저를 빳빳하게 피고 싶다고 얘기했고 이후 따로 만나서 얘기할 때는 새벽까지 같이 소주를 마셨다. 자기에 대한 확신이 있더라. 정말 솔직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다. 보통 몰라도 아는 체 하는 게 감독일 수 있는데 모르면 진짜 모른다고 한다. 포장을 전혀 못한다. 그런 솔직함에 믿음이 갔다”

지난 2012년 ‘청춘 그루브’로 데뷔한 신예 변성현 감독은 ‘젊은 피’답게 독특한 연출로 설경구의 믿음에 부응했다. 믿음과 의심이 공존한 채 촬영에 임한 설경구는 영화 작업이 진행될수록 ‘불한당’의 가능성을 엿봤다.

“이 영화는 콘티 작업할 때 믿음을 줬다. 미장셴에 중점을 두기 위해 미술감독이 콘티작업을 같이 했는데 그것도 재밌더라. 서로 고집을 피우면서 의견 조율이 안 돼 한 커트를 못 그리는 신도 있었다. 나중에 콘티를 봤는데 만화처럼 후루룩 넘어가더라. (변성현 감독은) 공부는 못하는데 뭐 하나에 꽂혀 있는 애 같았다. 어느 방면에 미쳐서 그 애기만 하면 핏대를 세우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점에서 촬영장 갈 때 되게 기대됐었다. 젊은 현장이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의심을 지우고 나니 낯선 캐릭터라는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설경구는 맞춤정장을 차려입고 깔끔하게 올린 포마드 머리로 ‘옴므파탈’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재호에게 적응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역도산’ 이후로 맞춤 정장은 처음이었다. 초반에는 몸도 마음도 다 불편했다. 다리도 맘대로 못 뻗겠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촬영 초반에는 교도소 분량을 찍었는데 초반부터 양복을 입었으면 영화에 잘 들어가지 못했을 것 같다. 머리도 다 넘겨버리고 숨을 데가 없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입다 보니까 또 옷이 편해지더라. 제 모습이 멋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그 모습이 익숙해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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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적인 면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불한당’의 재호와 현수는 겉으로는 누구보다 가까워 보여도 속으로는 끝없이 의심을 품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특히 재호는 믿었던 사람에게 버림받은 과거로 사람을 믿지 못하는, 그러나 현수에게 만큼은 의지하고 싶은 복잡한 감정을 지닌 인물이다. 설경구는 관객이 재호에 대해 끝까지 모르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

“재호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에서는 속내를 안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 너무 한 톤으로만 가면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이 캐릭터가 정확히 읽힐 것 같았다.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게 하려는 방법 중 하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뒤죽박죽같은 느낌으로 연기하는 거였다. 나름 계산이 있었다. 심각할 때는 되게 심각하다가도 또 툭 본심이 나올 때가 있다. 감독이 옆모습을 볼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앞모습을 옆모습으로 많이 바꿨다.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옆모습 덕을 본 것 같다”

특히 영화를 보고 나면 초반에 자주 나오는 재호의 웃음소리가 인상 깊게 남는다. 마치 만화영화 속 악당처럼 입꼬리를 길게 빼고 ‘하하하하’ 하며 웃는 재호의 웃음은 설경구의 재치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눈 하나 깜짝 않고 사람을 죽이는 악랄한 재호는 이 웃음소리로 인해 발랄함까지 더한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모했다.

“초반부터 설정한 건 아니고 몽타주 신을 찍고 나서 2초 이상 남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딱히 할 게 없어서 ‘그냥 웃자’ 싶었다. 평범하게 웃고 나오기는 뭐해서 한번 되바라지게 웃어봤다. 그랬더니 이게 재호 같다며 계속 웃어주면 안되냐고 하더라. 지문에는 웃는다는 내용이 따로 없었다. 후시녹음 할 때도 웃음소리를 따로 붙이곤 했다”

설경구는 데뷔 25년차 베테랑 배우이지만 최근 연기 인생에서 큰 고비를 겪었다. 앞서 개봉했던 ‘나의 독재자’ ‘서부전선’ ‘루시드 드림’ 등이 모두 흥행 참패를 기록한 것. 연이은 흥행 실패에 그는 배우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흥행 실패도 제 문제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너무 쉽게 대했던 것 같아서 근래 반성을 하고 살았다. 1~2년 전에는 좀 괴로웠다. ‘이렇게 내려오나? 그만해야하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많이 힘들었다. 아직도 극복 중이다. 다른 직업들은 20년 넘게 일하면 장인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더 이상 꺼낼 카드가 없다. 아직까지 강철중 캐릭터가 강한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냥 계속 고민하고 연기하면서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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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묵묵한 노력 끝에 그는 ‘불한당’을 만났고 생각지 못한 ‘칸 영화제 초청’이라는 영예까지 안았다. 칸 초청은 ‘박하사탕’ ‘오아시스’ ‘여행자’ 이후 네 번째지만 그가 직접 칸 레드카펫을 밟는 것은 ‘박하사탕’ 이후 17년 만이다.

“‘박하사탕’ 때는 그냥 가나보다 했다. 그때는 기억도 잘 안나고 별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영화가 초청받아서 당황도 되고 ‘뭐지?’ 했다. 이제는 그냥 담담해졌다. 사실 레드카펫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배우로서 레드카펫 밟아보는 게 얼마나 큰 영광이냐 싶다. 예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칸에 많이 갈 때도 아니었고 감독님 뒤만 졸졸 쫓아다녔는데 이번에는 눈에 많이 담아오고 싶다”

아직 관객들의 평가가 남아있지만, 배우 설경구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한당’은 그에게 의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끝으로 그는 ‘불한당’에 거는 기대와 앞으로의 소박한 목표를 전했다.

“‘불한당’은 다른 톤의 범죄영화, 차별화된 범죄영화였으면 좋겠다. 사실 범죄액션영화라고 하면 그냥 극장에서 나오는 순간 잊어버릴 수 있다. ‘두 시간 재밌게 봤다’하고 끝나는 거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여운이 좀 남았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딱 보고 치우는 영화가 아닌 하루라도 생각나는 영화였으면 한다. 인생작은 잘 모르겠고 저는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거다. 나이도 들었으니 이제는 작품이 좀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억에 남는 작품을 남기고 싶다”

오는 17일 개봉. 러닝타임 120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다운 기자 news@fahs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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