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선화, ‘정상 아이돌’에서 ‘낮은 배우’로 “작품 속 쓸모있는 사람 됐으면” [인터뷰]
2017. 05.15(월) 17:23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대중들이 연기돌로 봐주시면 연기돌인 거고 배우로 봐주시면 배우인 거죠. 저는 그냥 제 몫인 연기만 할 뿐이에요”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배우 한선화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이며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현장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 그녀의 진심은 작품 속에서도 그대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종영 인터뷰를 위해 시크뉴스를 찾은 한선화는 어느새 새침하고 발랄한 하지나의 모습에서 벗어나 차분한 어조로 촬영 당시를 곱씹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 삶에 충격 받고 180도 변신하는 슈퍼을의 사이다 오피스 입문기를 그린 드라마로 한선화는 하우라인의 얼굴 마담인 하지나 대리 역을 맡았다. 작은 사무실 안에서 열 명 남짓한 인물들이 만들어간 ‘자체발광 오피스’는 드라마의 색깔만큼 소박하면서도 훈훈한 촬영 분위기를 자랑했다.

“이번에 같이 작품을 한 배우들을 다 처음 뵀다. 영화에서 보던 선배님들도 많이 계서서 긴장도 많이 했다. 오피스물이라서 한 곳에 오랫동안 있고 하다 보니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감독님도 밝고 에너지가 넘치셨고 오대환 선배님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셔서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

극 중 하지나와 도기택(이동휘)은 연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나는 도기택을 3년 동안 열렬히 사랑했지만 결국 현실의 벽 앞에 무너져 이별을 선택했다. 한선화는 오피스물이라는 장르보다 사랑을 대하는 하지나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제가 아직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보니 현실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는 게 이해가 안됐다. 어쨌든 연기를 하려면 이해를 해야 하니까 사례들을 많이 찾아봤다. 결혼을 앞두고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들의 사례도 찾아보고 주위 얘기를 듣다보니 이게 그만큼 중요한 거고 결혼 앞에서는 고민할 게 많구나 하면서 하지나를 이해한 것 같다. 첫 신이 헤어지는 장면이었는데 굉장히 어려웠다. 너무 단순하게 표현하면 그녀가 쉽게 내린 결정으로만 보여질 것 같더라. 감독님께서도 3년 만난 커플의 느낌이 나길 바라셨다. 그래서 대본에 적힌 것 말고 그 외에 도기택과 하지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상상하며 일기를 썼다”

현실 앞에 차갑고 냉정했던 하지나도 후반부로 갈수록 변화의 과정을 겪었다. 극 초반까지만 해도 늘 예민하고 까칠하기만 했던 하지나는 도기택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한결 부드럽고 인간적인 캐릭터로 변모했다. 특히 입사 동기인 이용재 대리(오대환)와 앙숙처럼 투닥거리는 장면에서는 귀여운 매력까지 엿볼 수 있었다.

“하지나가 초반에는 마음은 그렇지 않아도 현실적인 것들 때문에 선택하는 모습이 강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자기 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나가 도기택과의 멜로 라인과 사무실에서의 여자 대리로서의 모습만 보였다면 좀 단조로웠을 거다. 늘 멜로 하는 여자 역할에만 그쳤을 것 같다. 그런데 이용재 대리와 붙은 신에서 하지나의 톡톡 튀는 매력이 보였다. 오대환 선배님 덕분에 제 역할도 입체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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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화는 지난 2014년 MBC ‘장미빛 연인들’에 출연한 후 2년여 간의 공백기를 보냈다. 원해서 생긴 공백기도 아니었을 뿐더러 아이돌 활동을 하며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온 그녀에게 갑작스런 공백기는 휴식이 아닌 불안감의 연속이었다.

“좋은 작품도 들어온 적도 있지만 상황이 받쳐주고 여러 여건이 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전까지는 하루도 쉰 적이 없이 활동을 해왔다. 일이긴 해도 그게 내 일상이었고 내가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낙이었다. 일과 일상생활의 경계가 없이 몇 년을 살아왔다 보니 갑자기 생긴 공백기가 되게 힘들었고 내가 일 말고는 즐거움을 느낀 게 없다는 걸 알았다. 뭘 배우려고 하다가도 마음이 다른 데 꽂혀있으니까 집중도 안 되고 재미도 못 느꼈다. 직장인이라면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저는 일이 없으면 현장도 못 가니까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못 느꼈고 소속감도 없었다. 그냥 계획도 없는 생활을 보냈고 그러다보니 자존감이 굉장히 떨어졌었다. 그때마다 제가 했던 드라마나 예능프로, 무대를 보면서 ‘아 나 이런 사람이었지’ 생각하고 거기서 힘을 얻었던 것 같다”

그런 그녀에게 ‘자체발광 오피스’는 꿈만 같은 기회였다. 오랜 휴식 끝에 연기를 시작한 만큼 그녀는 하지나 캐릭터를 후회 없이 소화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대본을 한 두 번 보고 됐다 싶어서 누우면 불안하다. 그래서 침대에서도 읊어보고 약간 궁금증이 생기면 다시 일어나서 대본보고 보다가도 이 신은 어떤 표정으로 읽었으면 좋겠다는 대사가 나오면 거울 앞에서 표정 연기도 해보고 그랬다. 그럴 때는 좀 예민해진다. 원래 성격적인 면도 있지만 대본을 볼 때는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제가 아직 경험을 많이 한 연기자도 아니고 내공도 많이 없고 하니까 불안했던 것 같다. 근데 그렇게 하고 현장을 가면 자신감이 생긴다. 준비가 돼있으니까 훨씬 재밌더라”

매일 촬영장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즐겁게 촬영에 임한 한선화는 시청률이나 평가를 떠나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여자 대리로서는 대리다운 모습을 보인 것 같다. 역할을 떠나서 제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도는 컸다. 아쉬운 점도 있긴 했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럴 때 마다 감독님한테 더 묻고 선배님들한테도 물어봤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걸 안 좋아해서 뭔가 잘못되거나 어려운 게 있어만 물어봐야 지성이 풀린다, 너무 좋은 선배님,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거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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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걸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한 후 지난해 10월 팀을 탈퇴해 배우로 전향한 한선화는 ‘연기돌’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그녀 역시 대중들의 편견과 날 선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한선화는 ‘연기돌’이라는 자신의 수식어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편견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생각하면 부담되는 것 같고 오히려 내가 그 편견을 안으면 진짜 그렇게 비춰지지 않을까 싶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됐을 때 거기에만 집중하고 내가 만족하면 되는 것 같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틀린말은 아니지 않냐. 그것도 내가 걸어온 길이니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이어 그녀는 자신과 같이 아이돌과 배우의 일을 겸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기회에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그게 연기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많은 기회들이 올 때가 있는데 그 기회를 어떤 자세로 대하느냐에 따라 태도도 달라지고 결과도 달라진다. 아이돌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 방향 속에서도 어떤 일을 할 때 자기 주관과 생각을 더한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분야에서 다른 분야의 기회를 취할 때는 그 분야에서 바닥부터 하시던 많은 분들의 과정들을 생략하고 받아오는 기회다. 그 생략된 기회만큼 집중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배우가 되기 위해 다시 힘찬 뜀박질을 시작한 한선화의 목표는 뭘까. 그녀에게 거창하고 화려한 목표는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오는 모든 기회에 충실히 임하며 앞을 향해 끝없이 달릴 뿐이다.

“저도 제가 한없이 부족한 걸 안다. 어떤 작품으로 호평을 받을 때도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르고 그게 다는 아니다. 아직 연기할 때 노련미가 없어서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한다. 노력 하지 않으면 무지로 돌아간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너무 이른 것 같다. 어느 정도 여러 역할을 거치면 내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생길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여러 가지 안 해본 것을 하고 싶다. 공색기를 거쳤을 때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작품 소개에서 크던 작던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지난 4일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화이브라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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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자체발광 오피스 | 한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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