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체발광 오피스’ 고아성 “현실에 존재하는 은호원들에게 고마워” [인터뷰]
2017. 05.19(금) 16:58
고아성
고아성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자체발광 오피스’는 배우들에게 얻은 게 정말 많아요. 배우들과 공기를 섞고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요”

지난 2015년 SBS ‘풍문으로 들었소’ 이후 2년 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배우 고아성에게 ‘자체발광 오피스’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극중 캐릭터인 은호원 만큼이나 소중한 인연을 얻을 수 있었던 그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지난 3개월을 곱씹었다.

지난 18일 서울시 성동구 소재 한 카페에서 고아성이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종영 인터뷰를 위해 시크뉴스와 만났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할 말 다 하며 갑질하는 슈퍼 을로 거듭난 계약직 신입사원의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드라마다. 앞서 한선화가 그랬듯 고아성 역시 ‘자체발광 오피스’의 남다른 촬영 분위기를 자랑했다.

“저는 최근에 드라마를 많이 못 했어서 이 정도의 즐거운 촬영현장이 많은지 궁금했다. 스태프 분들한테 여쭤보니까 이번 현장이 유난히 유쾌한 편이라고 하더라. 오대환 오빠 뿐 아니라 한선화 언니도 너무 유쾌했고 장신영 언니까지 정말 한 분도 빠짐없이 좋은 분들이셨다. 특히 감독님이 정말 호방한 성격이시다. 메이킹 영상 같은걸 보면 사운드의 대부분은 감독님의 웃음소리다. 그만큼 배우들한테 편한 현장을 만들어주셔서 애드리브도 많이 나왔고 좋았다”

특히 그녀는 작품 속 인연 중 ‘은장도’의 인연을 가장 각별하게 여겼다. ‘은장도’는 함께 하우라인 계약직으로 입사한 은호원, 장강호(이호원), 도기택(이동휘)의 앞 글자를 따 만든 말로 세 사람은 극중 힘든 회사생활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버텨냈다.

“극중 워낙 특별한 인연이다 보니까 돈독한 관계가 현실까지 이어진 것 같다. 워낙 세 명이 같이 있는 신도 많았고 그 장면에 대해서 서로 얘기하다 보니 도움도 많이 받고 의지가 됐다. 특히 이동휘 배우는 정말 소중한 인연을 만난 것 같다. 일단 성격이 너무 좋고 연기나 작품에 대해 고민한 지점이 같았다. 연기적인 얘기를 많이 했다. 원래 같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과 작품이 끝나고도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동휘, 이호원 배우와 실제로 각별해졌다”

유난히 즐거운 촬영이었던 만큼 작품을 떠나보내는 아쉬움도 더욱 컸다. 캐릭터, 동료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고아성은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자꾸 떠오른다고 말했다.

“촬영 끝나고 2주 정도 됐는데 이때가 가장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 같다. 정신적인 여유는 생겼는데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문득 갑자기 ‘아 내가 그 장면에서 왜 그렇게 못했지? 왜 이런 아이디어를 못 떠올렸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두는 편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고아성

고아성은 극 중 28살에 지긋지긋한 취준 생활을 청산하고 대기업 계약직으로 취직한 은호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회생활의 어려움에서 오는 억울하고 서러운 감정부터 사랑에 설레는 풋풋한 감정까지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자체발광 오피스’는 고아성에게 감사한 기회였다.

“은호원 같이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건 배우로서 굉장히 환영이다. 은호원은 희노애락을 다 담고 있다. 정말 기뻐서 까불어보기도 하고 분노로 부당한 대우와 맞서보기도 하고 누구보다 서럽게 울어보기도 했다. 한 배우의 끼를 다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드물게 찾아오는지 알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연기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고아성은 직장생활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지난 2014년 영화 ‘오피스’를 통해 직장 여성을 연기해봤다. 당시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배우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서 매력을 느낀 그녀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오피스 물에 도전했지만 역시나 어려운 점도 많았다.

“‘자체발광 오피스’를 할 때는 제가 영화 ‘오피스’를 처음 연구할 때 얻었던 정보라던가 그때 기억을 다 지우고 새로 접근하려고 노력을 했다. ‘오피스’는 내용이 스릴러기도 하고 회사라는 배경은 같지만 주제가 많이 달랐다. 그때는 회사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경험,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 이런 걸 다뤘다면 ‘자체발광 오피스’는 취업 과정의 고난이라던가 부당한 대우 속에서 겪는 돈독한 인간관계나 로맨스 같은 긍정적인 측면들을 많이 꺼내준 드라마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은장도나 서우진 부장님 등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희망을 찾는 이야기라서 다르게 접근하려고 했다”

그녀의 말처럼 ‘자체발광 오피스’는 대한민국 청춘들의 취업난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회사 내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따뜻함이 돋보였던 드라마다. 특히 드라마 중반부터 진행된 은호원과 서우진(하석진)의 러브라인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선사했다.

“처음에 대본상에서나 감독님 말씀으로는 부장과 신입사원의 멜로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테스트 촬영에서 카메라 색감이나 렌즈, 배우간의 케미 이런걸 연습하는데 그때 감독님께서 저랑 하석진 배우님의 투샷을 찍어보시고는 러브라인을 넣어야 될 것 같다고 결정하셨다. 원래 테스트 촬영은 후반작업을 열심히 하지 않는데 이때 음악도 넣어보고 색감도 입혀보고 이러셨다고 하더라. 그때 감독님이 영감을 얻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갑자기 추가된 러브라인의 한계였을까, 서우진과 은호원이 부장과 신입사원에서 연인의 관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평도 있었다. 특히 극 초반 서현(김동욱)에게 향하던 은호원의 감정이 서우진으로 돌아서는 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느낌도 들었다.

“저도 처음에 대본이 나왔을 때는 호원이가 서현한테 반한다고 생각했다. 극이 전개되면서 감독님께 어떻게 갈피를 잡아야 하는지 여쭤봤었다. 그런데 고민을 하다가 대본에서 보였던 게 서현에 대한 호원이의 감정은 로맨틱한 관계라기 보다는 팬심같은 느낌이다. 자기가 원하는 전문적인 어른의 모습이기도 하고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마음을 터놓기도 한다. 팬심이라면 좋아하는 사람한테 마구 마음을 표현하게 되지 않나. 서현 역시 호원이에게 이성적인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서현이의 아픈 부분을 낯선 호원이가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 서현과 호원이의 관계가 드라마에서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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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 오피스’는 20대 청춘들의 현실을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주인공인 은호원 캐릭터는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비현실적이고 독특했다. 계약직 사원의 신분으로 상사들에게 떳떳하게 할 말을 하고, 부당한 대우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은호원의 용감한 행동은 현실에서는 가히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고아성의 생각은 어땠을까.

“호원이와 저는 성격이 정 반대다. 저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저도 처음에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은호원이라는 인물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회사에 갓 입사해서 굉장히 낯선 상황일 텐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싶었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가장 재밌을 때가 처음 대본을 읽고 각자 생활을 영위하면서 그 작품과 관련된 요소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올 때다. 처음에는 은호원이라는 인물이 드라마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호원이 같은 사람이 있더라. 아주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던 아니라고 생각하면 정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맙고 반가웠다”

이처럼 ‘자체발광 오피스’는 고아성에서 소중한 인연과 경험을 선물해준 작품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정과는 달리 연일 한 자릿수의 시청률을 보이며 수목드라마 꼴찌로 마무리한 데에는 아쉬움도 남을 터. 고아성은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며 아쉬움을 달랬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있다. 보통 드라마는 시청률에 따라서 현장 분위기가 많이 좌우된다고 하더라. 저희 드라마는 감독님과 작가님이 원래 만들려고 했던 이야기의 끝을 향해서 모든 분들이 끝까지 따라갔던 것 같다. 스태프 분들도 마찬가지고 배우들도 우리가 원래 처음부터 만들려고 했던 이야기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뛰었던 것 같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지난 4일 종영했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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