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주’ 엘, 연기 변신이 두렵지 않은 ‘긍정 파워’ [인터뷰]
2017. 07.17(월) 15:57
엘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이선이 같이 사연 있는 캐릭터가 좋은 것 같아요. 다음에는 천민 이선 표의 현대극을 해보고 싶어요”

8년차 아이돌 인피니트의 멤버로 대중에게 익숙한 엘이 ‘군주-가면의 주인’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사극이라는 장르부터 감정 변화와 성격의 간극이 큰 캐릭터까지 쉬운 것이 하나 없는 작품이었지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과 열정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지난 11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엘이 MBC 수목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시크뉴스와 만났다. 약 7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마친 그는 아쉬움보다는 뿌듯함과 후련함이 더 큰 듯 했다.

“오랜 기간 촬영하다 보니 정도 많이 들었는데 아쉽지만 오히려 더 잘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사극이라는 걸 처음 촬영했지만 너무 좋은 선배님, 감독님, 스태프 분들과 촬영할 수 있어서 재밌었고 행복한 기억들이 많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박수칠 때 보내려한다”

극중 엘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신분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짐이 되는 백정의 아들, 천민 이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선은 천민에서 왕으로 극적인 신분 변화를 겪을 뿐 아니라, 아버지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상처를 겪는 아픔을 지닌 캐릭터인 만큼 연기적으로 많은 부분을 표현해야했다. 엘에게 이런 이선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소중한 기회였다.

“연기변신에 대한 생각도 있었고 처음 대본을 받고 읽어보니 제가 죽을 것 같더라. 그리고 실제로 죽었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현대극보다는 어려운 평이 많고 아역과 성인 연기도 동시에 보여드려야했다. 또 저는 천민에서 왕으로 변하는 캐릭터가 아예 다르다. 감정의 폭도 넓다. 천민과 왕의 말투, 톤, 행동, 자세를 다 다르게 준비하려고 했다. 캐릭터가 죽는 것도 흔치 않고 이렇게 감정의 폭이 넓은 연기는 흔치 않은 캐릭터라서 꼭 하고 싶었다”

세자가 자신과 이름이 같은 이를 대신 왕으로 세운다는 설정은 자신과 얼굴이 똑같은 이를 왕으로 만든 영화 ‘광해’의 스토리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엘은 실제로 ‘광해’를 비롯해 많은 사극 작품들을 참고하며 첫 사극 연기를 준비해왔다.

“‘광해’를 많이 보기도 했고 사극이다 보니 현대물이랑 어조가 달라서 그런 것에 대해 연습을 많이 했다. 우선 그 시대적 배경에 젖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내가 그 시대에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해야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 생각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특히 가면을 쓰고 연기 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도 많았다.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감정을 표현해야했던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직접 노하우를 터득해 연기 방향을 잡아갔다.

“가면을 썼을 때는 표정이 안보여서 눈빛, 목소리만으로 연기해야 되는데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다. 나중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까 노하우가 생겼다. 눈빛과 목소리만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겠더라. 다음 작품을 했을 때도 이번 경험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의 노력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첫 방송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군주’는 방송 내내 1위의 자리를 유지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연기돌’이라는 편견 탓에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던 엘의 연기에 대해서도 많은 호평이 쏟아졌다. 인피니트 활동을 잠시 접어두고 ‘군주’속의 천민 이선 캐릭터에만 온전히 집중했던 엘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력을 온전히 뿜어낼 수 있었다.

“기대작이라는 말도 많았고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반응은 올 거라고 생각했다. 저는 아이돌 선입견도 있고 부정적인 시선도 많아서 시청률이라는 외부적인 얘기 보다는 제가 어떻게 표현해야할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전 작품들은 아이돌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작품에만 집중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여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특히 허준호, 김선경 등 대선배들과의 호흡이 많았던 만큼 긴장할 법도 하지만 그는 카메라가 카메라가 꺼진 순간에도 선배들 앞에서 귀여운 애교를 선보이는 등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원래 성격이 긍정적이고 밝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나온 것 같다. 사실 그 현장에서는 모두가 분위기 메이커였다. 선배님들이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선배님들이 정말 잘 챙겨주셨고 호흡도 너무 좋아서 같이 연기를 하면 시너지를 받아서 더 잘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에도 만족보다는 부족함을 먼저 느끼는 그는 연기에 있어서 누구보다 욕심 많은 배우였다.

“연기돌의 선입견을 없애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많았어서 연기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해야지’ 생각했다. 물고문 신 같은 경우는 잘했다고 말씀 해주셨지만 저는 오히려 아쉬웠다. 더 표현을 했어야 했는데 못한 부분이 있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아이돌과 배우,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데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이 따르지만 엘은 두 일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였다. 각자의 위치에서 느낄 수 있는 뿌듯함과 기쁨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대에 있을 때는 콘서트에서 몇 만 명의 팬들을 보는 희열감이 있다. 소리도 엄청 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한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에 짜릿한 느낌이 든다. 반면에 연기를 할 때는 작품을 끝내고 나서 ‘이걸 잘 끝냈구나’ 하는 감정이 든다. ‘군주’에서 물고문 신을 찍고 나서는 위경련이 와서 응급실도 가고 짐꽃환을 먹는 장면에서는 실핏줄이 터졌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열심히 노력했구나’하는 뿌듯함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위치에 있든 그의 열정은 다르지 않다. 그의 최종 목표는 가수 엘, 그리고 배우 김명수로서 많은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연기자로서의 목표치와 가수로서의 목표치가 다를 뿐 마음가짐은 똑같다. 연기를 했을 때는 엘, 김명수가 아닌 캐릭터로 보였으면 한다.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또 가수를 할 때는 재즈,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잘 소화하고 싶다”

끝으로 배우로서 ‘군주’라는 큰 도전을 끝마친 그는 천민 이선을 사랑해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군주’ 촬영이 끝났습니다. 3~4개월 동안 ‘군주’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천민 이선으로 보여드렸던 저의 모습을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새로운 모습으로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뵐 테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군주-가면의 주인’은 조선 팔도의 물을 사유해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조직 편수회와 맞서 싸우는 왕세자의 의로운 사투와 사랑을 담은 드라마로 지난 13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했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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