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택시운전사’ 송강호 “부담감에 출연 고사…자꾸 생각나더라” [인터뷰①]
2017. 07.17(월) 17:09
송강호
송강호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택시운전사’는 아픔을 얘기하지만 결코 고발 형식의 영화가 아니에요.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모두가 피해자라는 걸 얘기하는 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변호인’부터 ‘밀정’까지 줄곧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이야기해왔던 배우 송강호가 이번엔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로 돌아왔다. 앞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배우로서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그는 ‘택시운전사’로 다시 한 번 ‘대배우’의 수식어를 입증했다.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삼청동 모처에서 송강호가 영화 ‘택시운전사’ 라운드 인터뷰를 위해 시크뉴스와 만났다. 송강호는 극중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떠나게 된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 역을 맡았다.

‘택시운전사’는 광주 시민들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던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제 3자인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의 시선으로 광주의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화와, 공포스러운 현실에서 시민들의 발이 되어 준 광주 택시운전사들을 조명한 이야기는 대중들이 알지 못했던 80년 5월 광주의 또 다른 이면을 이야기한다. 송강호 역시 이러한 점에서 ‘택시운전사’에 매력을 느꼈다.

“그동안 80년 5월 광주를 다룬 영화나 예술 작품이 많이 나왔는데 ‘택시운전사’는 좀 차별화 되는 것 같았다. 그 작품들도 다 훌륭하고 좋았지만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시선이 있다. 힌츠페터 기자님의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나 가해자 입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제 3자의 눈에 비친 광주라는 점이 새로웠다”

하지만 송강호가 처음부터 ‘택시운전사’ 출연에 응한 것은 아니었다. 20년이 훌쩍 넘은 연기 경력을 지닌 송강호에게도 ‘택시운전사’가 담고 있는 광주의 현실은 너무 크고 무겁게 다가왔다. 하지만 부담감에 출연을 고사하기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이 너무나 강했다.

“이 얘기 자체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됐었다. 이 얘기가 싫어서 거절한 건 아니고 워낙 큰 사건을 다루고 있다 보니까 내가 과연 많은 분들에게 거대한 얘기를 부끄럽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까 싶어서 주저하게 됐다. ‘변호인’ 때도 비슷했다. 그런데 ‘변호인’때도 그렇고 이 얘기가 마음속에서 작아져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하루가 지나면 점점 더 커지고 자꾸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결국은 하게 됐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도 곳곳에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캐릭터 설정 상 대부분의 촬영이 택시 안에서 진행된 만큼 송강호는 두 손을 핸들에 올려놓고 오로지 얼굴 표정과 목소리만으로 연기를 해야 했다.

“표현에 제한이 있다는 게 답답하긴 했다. 특히 두 사람 또는 세 사람의 대화가 택시 안에서 많이 이뤄지다 보니까 카메라 앵글이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지루함을 주지 않기 위해서 말의 리듬감을 살린다든가 그런 면에서 애를 많이 썼다”

특히 홀로 남겨진 딸을 생각해 집으로 돌아가던 만섭이 광주에 두고 온 힌츠페터를 향한 미안함에 유턴을 하는 장면에서는 광주의 현실을 마주한 후 내적 갈등을 겪는 만섭의 괴로움이 가장 잘 드러난다. 운전을 하면서 노래까지 부르는 와중에 복잡한 감정까지 표현해야 했던 이 장면은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다른 건 괜찮았는데 유턴하는 장면이 상당히 힘들었다. 어느 정도 속력이 나와야 하는데 운전하는 구간이 너무 짧았다. 길이 계속 이어지는 도로가 아니라 조금만 가면 논두렁이었다. 그 구간 안에서 ‘제3한강교’도 불러야 하고 감정도 끌어올려야 하고 운전도 빨리 해야 해서 그게 제일 힘들었다”

만섭은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이지만 광주의 현실에 직접 투항하고 맞서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극 초반까지만 해도 민주화 운동에 나선 학생들을 향해 ‘공부는 안하고 데모나 한다’며 혀를 차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 죄 없이 죽어가는 시민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자신의 손님을 끝까지 무사히 태워 보내야 한다는 도리로 광주 시민들과 끝까지 함께하는 만섭의 모습은 그 시대의 광주를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김만섭이라는 사람이 어떤 투사의 모습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떤 정의감이나 불의를 보고 신념이 생기는 게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시민의 모습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무섭기도 하고 남겨진 딸을 생각해서 도망을 나오지만 유턴을 할 때에는 인간적인 도리 때문에 유턴을 하게 된다. 힌츠페터를 떠나보낼 때도 ‘꼭 이 사실을 알려 달라’ 이런 것 보다는 내가 태우고 온 손님이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모습에서 오는 이별의 아쉬움. 이런 쪽을 접근했다. 그 이면에 광주의 비극이 자연스럽게 투영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택시운전사’의 또 다른 특징은 아픈 현실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어둡고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포스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송강호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송강호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구수한 연기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관객들이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니까 무조건 밝게 가야한다는 계산을 하고 접근한 건 아니다. 희노애락이라는 것이 특별한 게 아니라 삶 자체에 희노애락이 다 섞여있다. 그걸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더 유머러스하게 접근하고 표현하게 됐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택시운전사’에서는 두 시간여 동안 많은 장면들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지만 아마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본 후 만섭과 힌츠페터가 광주를 떠나는 장면을 인상 깊게 기억할 것이다. 앞서 영화 ‘밀정’에서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던 배우 엄태구가 군인으로 등장하는 이 장면은 짧은 장면이지만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송강호 역시 엄태구를 향한 극찬과 함께 이 장면을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았다.

“엄태구가 나오는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는가를 한 장면으로 꼽으라면 그 장면인 것 같다. 광주의 아픔은 시민의 아픔이지만 크게 보면 대한민국의 아픔이고, 작전에 투입됐던 수많은 군인들의 아픔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그 장면이 암시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엄태구 씨도 너무 잘 해줬다. 기술시사 때 옆에 제작자 분이 앉아계셨는데 엄태구 장면이 끝나고 귓속말로 ‘우리 영화 주인공이 엄태구 같아요’라고 했다. 그 정도로 너무 멋있었다”

앞서 송강호는 시사회 자리에서 ‘택시운전사’는 희망을 얘기하는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택시운전사’가 단순히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것이 아닌, 아픔을 이겨내고 성숙해진 대한민국의 희망을 얘기하길 바란다며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아픔과 고통의 세월을 이겨내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사람들은 어떤 정치가도 아니고 수많은 시민들, 김만섭 같이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다. 우리가 광주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고 기억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그 아픔을 어떻게, 누가, 어떤 마음으로 이겨냈나. 그렇게 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성숙했나. 그 얘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영화를 희망이라고 얘기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내달 2일 개봉. 러닝타임 137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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