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펜션에서 1박2일’ 박부건·황인혜·이단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인터뷰]
2017. 09.12(화)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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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뉴스 김지연 기자] 연극 ‘펜션에서 1박2일’은 백세시대에 접어든 현대 사회의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다. 베트남 전쟁 참전 후유증을 지닌 치매 노인, 부친 부양 문제를 두고 갈등하는 부부, 철없는 아들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오해와 갈등 끝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모습을 웃음과 눈물로 그려냈다.

무더운 여름 동안 ‘펜션에서 1박2일’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 박부건, 황인혜, 이단비 세 배우를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소개해달라

박부건 :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 이만복 역할을 맡았다. 대한민국 격동기를 겪고 월남전까지 참전했던, 지금의 할아버지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월남전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지만 힘든 인생을 살아왔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황인혜 : 엄마 선영 역할을 맡았다. 이만복의 며느리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남편에게 고려장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단비 : 멀티 캐스팅으로 손주의 여자친구, 경찰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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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건


작품의 어떤 점에 끌렸나?

박부건 : 실제 나이가 40대인데 80대 노인 역할을 하게 됐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나이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메리트를 느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역할이라는 점이 큰 숙제였고 많이 배웠다.

황인혜 : 이번 작품이 첫 연기 도전작이었다. 이것저것 따지기보다는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젊은데 엄마 역할이고, 비중도 높아 부담감이 컸다. 저와 극중 역할이 성격이 매우 달라 어렵더라.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이단비 : 캐릭터 자체가 도전적이었다. 이전에는 차분한 성격의 역할을 주로 했었다. 이번에는 활발하고 수다스러운 역할을 하게 돼 그것을 깨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캐릭터를 찾을 수 있었다.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 공감했던 점은

박부건 : 노인 역할이라고 해서 자칫 정형화된 캐릭터를 보여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노인석을 지켜보며 연구를 했다. 할아버지들의 호흡이나 걸음걸이 등을 참고했다. 또 몇 년 전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진 후 약간 치매기를 보이신 적 있는데 그런 부분도 참고했다. 지금은 좋아지셨는데 당시 일을 전혀 기억 못하시더라. 저는 초연 때부터 이번 역할로 총 네 번 공연에 섰는데 할 때마다 어려운 것 같다. 할아버지의 삶을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가족의 보살핌에서 멀어졌을 때의 서러움, 외로움에 공감했다.

황인혜 : 겪어보지 못한 나이대와 환경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 20대 아들을 둔 엄마, 시아버지를 둔 며느리인데 저는 아직 조카도 없어서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다. 연극은 처음 시작하면 NG를 내지 못하지 않나. 그런 부담감도 있고 대사도 많고 길어서 어려웠다.

이단비 : 경찰 역할을 할 때 90% 이상을 제가 이끌어야 한다. 관객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혹시라도 제 대사를 받아주지 않거나 불편하게 느끼실까봐 부담되더라.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 보니 관객 분들이 따뜻하게 받아주셨다. 또 제가 맡은 경찰이라는 인물이 정말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 세상에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라.

극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박부건 : 이만복을 버리고 와서 며느리(엄마)가 독백하는 장면이다. 다소곳하고 붙임성 좋던 며느리가 이만복을 버릴 수밖에 없던 상황을 서럽게 고백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다.

황인혜 : 저도 같은 장면이 가장 인상 깊다. 또 후반부에 아들이 도둑처럼 집에 들어오다가 부부가 할아버지에게 나쁘게 하려는 것을 목격하는데, 할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정말 슬프다.

이단비 : 저도 엄마가 독백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고려장이라는 소재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관객들이 각자의 상황에 대입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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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혜


무대 준비나 공연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부건 : 같은 작품으로 지방 공연을 간 적 있는데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공연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지 않나. 어르신 관객들이 큰 소리로 배우에게 말을 걸거나 중요한 장면을 연기 중에 객석에서 전화를 받는 일이 있었다. 또 장면이 전환될 때 암전이 되면 빠르게 무대를 정리해야 했는데 실수가 생겨 불이 켜진 적도 기억에 남는다. 마술로 따지면 속임수를 하는 것이 들킨 것이다. 당시 배우와 관객 모두 몰입이 깨져버려 난감했다.

황인혜 : 관객에게 말을 걸고 대답을 유도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느 날은 아무도 대답이 없기도 했다. 관객 호응이 없을 때가 가장 힘들다.

이단비 : 멀티 역할이라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옷을 빨리 갈아입으려고 여자친구 복장인 원피스 위에 경찰복을 입었는데 몸이 너무 부해 보이더라. 나중에는 옷을 갈아입기 편한 걸로 바꿨다. 그랬더니 다음부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노인 문제를 다룬 작품인데, 작품 전후 노인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박부건 : 저희 작품 외에도 대학로에서 많은 작품들이 치매 이야기를 다룬다. 치매 노인을 자칫 너무 희화화시키거나 치매 가족들의 삶을 비참해보이게 비추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있었다. 연극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끼리만 자위하며 끝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있을 법한 일을 실제로 보여주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부분에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 분들이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만복의 모습에서 자신의 부모님을 보신 것 같더라. 그런 부분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황인혜 : 이 작품을 하기 전에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실제 치매를 앓고 계신 뮤지션의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것이었다. 이번 작품도 치매를 소재로 한 것이라 좀 더 간접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단비 : 대학시절 봉사 동아리에 소속돼 치매 환자 분들의 식사나 그림 치료를 도와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가족 분들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만 해봤는데 이번 작품을 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치매 할아버지의 상황이나 가족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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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박부건 : 정부가 바뀐 후 치매 노인 복지 문제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 분들도 그렇겠지만 치매처럼 후천적인 병 역시 드러내기보다는 가족끼리 감당하고 고통 받는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이 사회적으로 더 많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겪을 수도 있고 주변에도 실제로 이런 상황을 겪는 분들이 계시지 않나. 국가적으로도 더 많이 신경 써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신 분들이지 않나. 그런 부분을 이 작품을 통해 더욱 느꼈다.

황인혜 :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이 가장 힘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단비 : 부모님과 조부모님 모두 건강하셔서 치매에 걸리신다든지 편찮으실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이 작품을 하며 우리 가족도 나이가 들고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건강하실 때 더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션에서 1박2일’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박부건 : 제가 강박증이 있는데, 몇 번이나 공연을 했지만 이 강박증은 앞으로도 풀 수 없을 것 같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의 역할을 한 것이지 실제 경험은 아니지 않나. 아직 이 역할에 대해 흡족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 같다. 배우로서는 많은 도움이 된 작품이다. 연출자의 도움도 있었지만 결국 무대에 서는 것은 배우 혼자이지 않나. 제가 감정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둘째 치고 배우로서는 성장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황인혜 :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니 평생 생각이 날 것 같다. 좀 더 분석을 해서 세세하게 찾지 못했던 부분, 나중에 알게 될 감정들 등등이 아쉬울 것 같다.

이단비 : 학교 작품이 아닌 정식 공연으로 한 첫 작품이어서 정말 의미 있다. 새로운 캐릭터를 개척한 도전적인 작품으로 남을 것이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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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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