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강 배달꾼’ 고원희가 밝힌 #금수저 #이지윤 #독립 #눈물 연기 [인터뷰]
2017. 10.10(화) 19:10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지 몰라 얼떨떨해요.”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시크뉴스 본사에서 만난 배우 고원희. 그녀는 최근 종영한 KBS2 금토드라마 ‘최강 배달꾼’(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에서 철부지 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금수저 이지윤 역을 맡아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지만 아직은 이런 사랑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최강 배달꾼’은 짜장면 배달부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흙수저의 사랑과 성공을 다룬 드라마다. 고원희는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자진해서 독립전쟁에 뛰어드는 이지윤을 연기했다.

“첫 촬영 때 아무래도 긴장에 몸이 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스스로 봤을 땐 티가 나더라. 중반부부터 정말 지윤이 옷을 입었던 것 같다. 워낙 다른 배우들이 잘해줘 얹혀갔다.”

그녀는 오디션을 통해 ‘최강 배달꾼’에 합류했다. 다른 배우가 확정돼 있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고 급히 연락을 받은 그녀는 오디션 미팅을 통해 기회를 얻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오디션 기회였다. ‘연기를 계속해야 하나’하고 힘들었던 시기였기에 회사에서도 잘 해야 한다며 부담을 주시고 그러면서 준비를 좀 많이 했다. 미리 대본도 받아 읽어보고 준비를 많이 해서 갔는데 어떤 부분을 보고 캐스팅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내 모습에서 지윤을 보고 캐스팅 했을 거라 생각한다. 오디션을 보고 두세 시간 뒤 전화로 확정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 기뻤다.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최강 배달꾼’은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훈훈한 분위기가 드라마도 사랑받게 된 비결이 아닐까.

“현장 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워낙 밝았고 스태프가 밝게 맞아줬다. 그래서 더 즐겁게 촬영했고 진규(김선호) 오빠도 마찬가지, 다들 정말 좋았다. 응원해주고 서로 모니터해 줬다. 같은 드라마를 했는 데도 ‘방송 잘 봤다’며 응원해줬다. ‘선배님 방송 잘 봤습니다’했더니 옆에 있던 경표 오빠가 ‘우리 다른 드라마 하냐?’고 하더라.(웃음)”

출연자들은 고경표의 주도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서로 소통하고 돈독하게 사이를 다졌다.

“선호 오빠 초대로 단체 채팅방에 들어갔다. 경표 오빠가 만든 것 같다. 촬영 시작 전부터 그런 말을 많이 했다. 연기, 작품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도움이 되고 스태프들도 배우보다 고생하는 분들이니 서로 잘해야 한다는 그걸 중요시하더라. 그렇게 단합이 됐다. 덕분에 드라마 끝나고 배우끼리 엠티도 갔다. 주최도 강수(고경표) 오빠다. 딱 최강수다. 의리 넘치고 정 많고.”

이지윤을 연기한 그녀에게 실제 고원희와 그녀는 얼마나 닮아있는지 물었다.

“난 내가 기분 좋을 때, 술 취했을 때 모습과 가장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많이 가져왔다. 그런데 생각하는 건 좀 다른 부분이 없잖아 있다. 지윤 같은 경우 어떤 말을 할 때 생각하는 대로 바로 내뱉는다. 나도 솔직한 편인데 어떤 의견을 제시할 때 지윤이 처럼 정확히는 얘기 못 한다. 조금 돌려 말하다가 의사소통이 안 되면 그때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다.”

그녀는 스무 살 때 독립했다. 일찍 독립했다는 점에서 극 중 이지윤과 비슷하지만 독립의 이유는 전혀 다르다.

“술 마시다 독립에 관해 이야기가 나와 얘기하게 됐는데 혼자 지내는 게 편해서 또는 뭔가 더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 집에서 나온 거다. 엄마는 개 때문에 쫓겨난 거라고 하신다. 현재 개 3마리 고양이 2마리와 산다. 다섯 더 늘어날 것 같다. 부모님이 (반려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게) 병이라고 하신다. 외할아버지가 동물을 굉장히 많이 키우셨다. 금붕어 열대어 새 고양이 햄스터 강아지 토끼 등 거의 동물농장이었다고 한다. 부모님의 동물 사랑이 각별하고 나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으니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어머니가 쥣과를 싫어하시는데 난 모든 동물을 사랑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막연히 연기를 하고 싶어 연예기획사로 오디션을 보러 가면서 직접 부딪혔다. 당시 붙은 곳은 없었지만 그녀의 용기만은 높이 살 만하다.

“어릴 땐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고 꿈만 가졌다. 오디션을 보러 혼자 다녔다. 그땐 내가 아는 기획사가 3대 기획사뿐이었다.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연락이 없기에 ‘난 안 되는 거구나’ 했다. 선택받은 사람들만 하는 직업이란 생각에 포기하고 있다가 중국 유학 중 오디션프로그램을 보며 다시 꿈꿨다.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걸 알아봤고 예고에 가면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플랜을 짜서 부모님께 보여드렸다. 처음엔 반대하셨다. 잠깐 나와서 작은고모 도움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관계자가 좋게 말씀하셨다. 중국은 중1때 유배처럼 가서 2학년 마치고 왓다. 하고 싶은 게 없고 뭘 해야 될지 모르던 상황에서 어머니께서 점을 보고 오셨는데 딸이 큰 나라로 가야 길이 트일 거라고 하셨단다. 당시 어머니 아는 집 딸이 중국 유학 중이었고 그곳으로 유학을 가면 교환학생으로 연고대 학생으로 다시 갈 수 있다는 말에 보내셨다. 교육열이 높으셨다. ‘중국어 하나만 하라’며 보내셨다. 첫 해외였다. 처음으로 배를 16시간 타고 갔다. 설렜다. 타지에 간다는 게 여행가는 정도로 생각됐다.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힘들었다. 아무튼 중국에 유학 감으로써 더 독립이 빨랐다. 중국어는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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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이라는 캐릭터는 워낙 또렷해 연기하며 헷갈리는 부분은 없었다고. 단지 , 캐릭터를 더 잘 살리기 위해 고민했다.

“명확하게 보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다른 캐릭터를 참고하기보다 대본을 많이 읽고 입에 붙였다. 신기하게 살짝 취기가 올랐을 때 내가 그 말투를 썼다. 중간에 술자리가 있었는데 지윤이 같다는 말을 들었다. 원래 성격이 지윤이 같다.”

김선호와 러브라인을 보여준 그녀는 상대의 배려 덕에 편하게 호흡을 맞췄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정말 편했다. 원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편했다. 선호 오빠가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의지가 많이 됐고 아무래도 가장 많이 붙던 배우다 보니 고민도 많이 상담했다. 서로 의논을 많이 하고 내가 하는 연기지만 정말 같이 고민해주고 나보다 더 고민해주고 그런 모습에 고마웠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하고 먼저 제안해주더라. 보통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이 작품을 잘 만들려 노력을 했기에 드라마가 호평받지 않았나 싶다.”

극 중 지윤은 ‘금수저’임에도 자발적으로 ‘흙수저’ 생활을 한다.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행동이라 보기는 어렵다.

“배경으로 따지면 지윤처럼 행동 못했을 것 같다. 지금에 안주하고 다른 일을 할 방안을 찾았을 것 같다. 지윤이 부모와 가치관도 다르고 지윤의 가치관이 부모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런 부분에서 이해가 됐다. 내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부모 인생을 대신 사는 느낌. 그렇게 집을 나와 그렇게 된 것 같다. 대사에도 ‘여태 엄마 하란 대로 영어 유치원도 가고 대학도 갔다’는 말이 나온다.”

극 중 지윤처럼 그녀도 실제 아르바이트를 해 본 적이 있다. 그 가녀린 몸으로, 고깃집에서 무려 하루 10시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는 그녀의 말이 놀랍다.

“중국 가기 전, 한 두어 달 정도 준비하며 학교를 안 다녔는데 경험해보고 싶었다. 부모님에겐 노는 동안 용돈을 받아쓰기가 미안하다는 명목으로 확인서를 받았다. 고깃집에서 하루 10시간 직원처럼 일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돈 버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했다. 붐비는 시간대에는 상 치우고 주문받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다. 당시 시급으로 오륙천 원 줬다. 그때 불 지피는 직원분이 계셨는데 조선족 분이었다. 그분 덕분에 중국 가기 전 먼저 중국말을 좀 배웠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편하게 촬영을 했다. 오토바이를 타는 것도 아니고 극 중 액션도 많았지만 그녀가 직접 하는 것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이단아(채수빈)와 어설픈 발차기를 한 정도다. 그렇다 해도 분명 그녀만의 어려움은 있었을 터다.

“눈물 연기가 어려웠다. 감정적으로 슬픈 상황에 처해 우는 게 아니라 지윤에게 슬픈 상황이지만 보는 사람은 재미있고 웃겨 보여야 하잖나. 그게 가장 어려웠다. 진지하게 연기했더니 PD님이 ‘이러면 너무 신이 무거워진다’고 하더라. 서로 조절하며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다.”

‘최강 배달꾼’이 배우로서의 그녀에게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래도 (데뷔 후) 8년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댓글을 보면 이 작품으로 날 처음 안 사람이 많아서 ‘아직 멀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하는 생각도 들고 정말 감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주시기도 하고 지윤이 캐릭터 때문인지 모르지만 스케줄 없는 날 집 앞에서 혼자 술 마시고 그러다 보면 정말 친근하게 다가와 ‘최강 배달꾼’ 이야기를 하시더라. 술도 따라주고. 캐릭터가 발랄하니 더 친근하게 다가오셨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지금은 즐기고 있다. 집 앞 조그만 선술집에 가는데 안주 먹으러 가는 거다. 안주가 맛있어 반주를 하고 싶어서 소주 한 병도 아니고 3분의 1병 정도 홀짝거린다. 오래 본 친구처럼 앉으셔서 ‘잘 보고 있다. 따라드리겠다’ 해주시더라. 사진도 찍고. 주변 시선은 개의치 않고 혼자 잘 다닌다.”

그녀에게 올해 계획을 물었다. 늘 새 다짐은 ‘올해는 어떤 상이든 상 하나 받고 그게 아니더라도 연기대상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이번에 (연기대상에) 한번 참가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베스트 커플상이 너무 많다. 다 커플이다. 우리 드라마만 해도 커플이 정말 많아 기대를 살짝 넣어뒀다. 평생의 목표는 칸이나 베니스 같은 유명 영화제 한 번 다녀와 보는 거다. 원래 몇 년 전부터 신인상을 받아보고 싶었다. 예전에 유승수 선배가 ‘배우란 직업은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끝까지 버텨보라’고 조언하신 걸 기억하고 있다.”

금수저 철부지에서 성장해나가는 지윤역을 맡은 그녀에게 이후 욕심나는 배역이 무엇인지 들었다.

“지윤이와는 다른 쪽으로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날 단아하고 차분하게 보셨다가 이 작품으로 인해 틀을 한 번 깼잖나. 또 다른 게 있을 것 같다. 도전하고 해내면 뭔가 내게 더 맞는 옷, 역할이 있지 않을까.”

끝으로 그녀는 많은 사랑을 준 시청자, 팬을 향한 인사를 건넸다.

“생각지도 못한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받은 사랑 더 좋은 작품, 캐릭터로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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