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7호실’ 신하균, 기억되는 것과 새로운 것 [인터뷰②]
2017. 11.10(금) 11:43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재미있게 찍었는데 어떤 장르로 묶기 힘든 영화에요. 감독과 항상 반응을 궁금해 했죠.”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최초 공개된 ‘7호실’(감독 이용승, 제작 명필름)이 드디어 오는 15일 개봉된다.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각자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과 알바생,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생존극을 다룬 영화다. 신하균은 40대 자영업자 두식 역을 맡아 20대 알바생 태정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배우 신하균(44)을 만나 영화 ‘7호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7호실’, 장르가 블랙코미디다. “뭔가 코믹하게 하려한 게 아니라 완성 후 장르를 정한 거다. 현실적 영화로 접근했다. 내가 맡은 캐릭터는 감정의 폭이 커 상황과 맞물리며 재미있게 보인다.”

명필름과 오랜만에 작업한 소감은? “오랜만에 했는데 어려서 (‘공동경비구역 JSA’) 하고 거의 20년 가까이 됐다. 명필름이 제작한다는 것에 대한 믿음도 컸고 회차가 적은데 준비 기간이 길었다. 섬세한 부분, 제작환경 그런 것들이 좋았다. 아주 효율적으로 시간을 썼다. 40회 안되는 회차다.”

영화의 배경이 된 DVD방은 세트를 지은건가. “세트다. 생각보다 조금 화려했다. 어려서 비디오방에 가봤는데 그런 것들이 좀 허름하잖나. 아무래도 내가 대학시절 본 DVD방보다 화려하고 밝았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장르가 많이 섞인 영화라 주는 재미가 있었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좋았다. 이런 캐릭터를 안 해봐 신선했다. 이용승 감독의 전작인 ‘10분’도 좋았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감독에 대한 기대도 컸고 명필름에서 제작한다는 것도 컸고.”

‘올레’에서 현실적이고 친근한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엔 다소 다르게 보인다. “작품·감독님을 따라가는 거니까 현실적 또는 비현실적이라고 해서 재미가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영화는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게 많았다. 현장에서 신선하게 나오는 표현들이 주는 재미가 많아 시나리오보다 풍성하게 나온 느낌이다. 감독님이 워낙 그런 것에 열려있어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이 감독이 신하균 씨에 대해 ‘소년’이 남아있는 것 같아 두식 역할에 매치된다고 하던데 동의하는지? (웃음)“두식이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 얘기인데 난 그런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런 모습이 보였나보다.”

영화의 배경이 압구정이다. “사람이 워낙 없어 무난하게 촬영했다. 우리 젊었을 땐 화려한 동네였다. 지금의 자영업의 현실이 보이는 거라 안타까웠다.”

연예인들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나? 전혀. (웃음) 에너지를 다른데 쏟고 싶지 않다. (촬영) 끝나면 쉬고 싶다. 취미는 있다. 장난감을 갖고 논다. 키덜트 시장이 40대에서 요즘은 60대까지도 타깃이잖나. 영화에 나오는 인물 등 피규어를 모으고 레고도 좋아한다. 놓을 데가 없어 더는 못 산다. 조커시리즈는 거의 다 있는 것 같다.”

12월 개봉 영화가 많은데 신경 쓰나. 많다. 다른 영화는 잘 모르겠고 우리 영화 많이 봤으면 좋겠다.(웃음)

배우생활을 하며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안 해본 것, 새로움을 느끼고 드릴 수 있는걸 찾는다. 캐릭터가 될 수도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두식 같은 경우 안 해본 캐릭터이기도 하고 지금 현실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처음이다. 똑같아서 거절한 캐릭터는 없다. 영화가 어떤 영화냐가 먼저다.”

캐릭터를 연구했을 텐데 그 끝에 내린 결론은 뭔가. “‘어떤 인물일까’하고 촬영 전까지 계속 공부한다. 굉장히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다. 영화에 나온 교감의 ‘성실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마지막 대사가 와 닿았다. 성실하게 살았던 사람일수도 있다.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좋아 하는 거 할 거야’하고 채소장사를 하다 뜻하지 않게 이혼해 돈도 없고 그러다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 DVD 방을 하게 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 많으니까. 그중 하나 아닐까.”

결말이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두식이 한테는 (극 중 겪은 문제가) 큰 짐일 것 같다. 열린 결말이 우리 영화의 색깔일 것 같다. 잘 살았을지… 더 힘들게 살 수도 있는 거고.”

현장에서 감독의 디렉팅은 어떤 방식이었나. “팁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요구도 하더라. ‘알아서 해보라’고. ‘두식이 옆에서 무슨 역할을 할까요? 한 번 해보세요’라는 말씀도 하시고. ‘귤도 한 번 들고 들어가면 어떨까. 섬유탈취제를 이용해 보는 것도 어떨까?’라며 팁을 주셨다. 대사를 정확히 주시진 않았고.”

기억에 남거나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애드리브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다른 영화에서 거의 안하고. 이 영화는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혼자 중얼거리는 건 거의 애드리브라 보면 된다. 커피 쏟으며 하는 대사, 피자 먹으면서 하는 대사 등이 다 애드리브다. 대사가 긴 것, 혼잣말 하는 것은 거의 애드리브다. 도경수는 잘 받아치던가. 몇 번 웃음이 터진 적은 있는데 어렵다. 태정이 자연스럽게 받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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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청년·자영업자의 문제를 다루는데 신하균이 동시대의 고민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직접적으로 경험하기는 힘들고 주위에서 듣는 건 있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챙겨본다. 그렇게 간접적으로 접한다.”

극 중 두식이 시체를 숨기기로 결심하기 까지 판단의 시간이 굉장히 빠르더라. 공감이 갔는지 궁금하다. “갑자기 손님이 들어와 경황이 없어 그렇게 했다. 전화를 넣었다 빼는 등 고민하는 시간이 조금 있는데 영화에서 짧게 정리됐다. 그게 어찌 보면 사람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저런 판단을 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이해는 갔다. 올바른 판단은 아니지만. 캐릭터를 접하거나 어떤 영화를 할 때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한다. 정답을 내버리면 다양한 사람의 모습이 표현되기 힘들 것 같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 ‘그렇게 간다면 뒤는 어떨까’ 고민해보고.”

‘올레’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신경질적이더라. 신경질적인 연기를 잘 하던데. (웃음)“평소 표출 못하는 감정이잖나. 희로애락을 다 표현하는 거니까.”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개인적 만족이 좀 부족한 게 먼저 보이니까. 항상 만족은 못하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좀 더 풍성하게 빈틈없이 나온 것 같다. 영화에서 공간이 한정돼있고 인물이 많지 않은데 잘 메워져 좋았다. (김)동영 씨 김종수 김종구 박수영 황정민 정승길 등 조연 배우들도 다 좋았다. 배우입장에서 누군가의 기억에 내가 출연했다는 게 (기억에)있고 그걸 듣게 되는 게 행복하다. 영화관이란 공간도 좋지만 내가 해석한 감정은 계속 남아 있잖나. 어려서 재미있게 본 것들, 그런 건 쉽사리 안 잊힌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았다? 그만큼 행복한 건 없다.”

출연작 가운데 본인이 가장 많이 본 작품이 궁금한데. 못 본다. 다 비슷하다. 특별히 뭘 많이 본 건 없다. 회자돼서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 등 GV(관객과의 만남)나 영화제 등에서 틀었던 건 많이 봤다. 쑥스럽고 민망해서 못 본다. 개봉 전에도 많이 보니까.”

1998년부터 1년에 한 작품 이상은 꼭 개봉하는데. “그때그때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게 있으면 한다. 배우는 쉬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꾸준히 고민하고 새로운 걸 찾으려 해야 발전이 있다. (배우는) 쉬면 그냥 백수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주고받음이 계속 있어야 한다.”

두식처럼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나. “쉬고 있으면 항상 불안하다. 줄타기 하는 기분을 항상 갖는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은 하는데 뜻대로 안되더라.”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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