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수의 ‘미옥’이 의미 있는 이유 “아쉬움 있지만 발판 될 것” [인터뷰]
2017. 11.13(월) 11:03
김혜수
김혜수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여성 영화라는 게 남성 중심의 느와르에서 주인공인 영화를 했다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느와르건 느와르가 아니건 그 여성을 어떤 관점에서 어떤 목소리를 얼마나 제대로 담았느냐가 중요하죠”

매 작품마다 선 굵은 남자 배우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던 배우 김혜수가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느와르인 ‘미옥’의 주인공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슈트를 빼입은 수많은 남성들 대신 자신의 얼굴 하나로 느와르 영화의 포스터를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김혜수의 힘은 여성 영화를 향한 진심과 열정에서 비롯됐다.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현정(김혜수)과 그녀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상훈(이선균), 출세를 눈앞에 두고 덜미를 잡힌 최검사(이희준)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영화다. 평소 느와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던 김혜수는 거친 액션을 감수하며 나현정 역에 도전했다.

“개인적으로 느와르에 대한 매혹이 있다. 꼭 여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떤 관계들의 어긋남, 감정의 배신, 복수, 영상의 미학같이 느와르가 갖는 미덕이 있다. 영화가 다 끝난 후에 남는 씁쓸하면서 진하게 밀려오는 감정을 좋아하는데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런 걸 느꼈었다”

첫 액션 도전은 쉽지만은 않았다. 워낙 다치는 걸 무서워하는 성격에다 평소 몸을 많이 쓰지 않아 이곳저곳이 아팠다. 특히 그녀는 가장 힘들었던 액션으로 ‘사격 신’을 꼽았다.

“총이 무거웠다. 준비하시는 분들이 6.5kg이라 했는데 달아보니까 8.5kg이더라. 총이 기니까 레디하고 액션하기 전까지 손이 내려가더라. 총구를 포커스 아웃하고 얼굴을 찍는데 팔이 덜덜 떨리면 꼭 미옥이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휘두를 때는 힘이 가해지고 가속도가 붙어서 괜찮은데 총을 들고 (상태를)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버스 운전도 스틱을 해본 경험이 없는데 앵글에서 얼굴을 가릴 수가 없어서 (대역 없이) 제가 했다. 차를 움직이면 조직원들이 차로 돌진하는데 이분들은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지만 제가 아니니까 실수할까봐 정말 무서웠다”

하지만 ‘액션 초보’인 김혜수를 능숙하게 이끌고 지도해진 무술팀 덕에 그녀는 큰 부상 없이 많은 액션 신들을 소화할 수 있었다.

“제가 무술팀을 정말 잘 만난 것 같다. 실제로 무술팀과 일찍부터 만났는데 아직 영화 촬영 기간이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일찍 시작하면 지치기도 하니까 촬영 직전에 하는 게 좋다고 판단을 했었다. 그런데 그 후에 다른 스케줄이 개입 돼서 촬영 직전에 여유가 안됐다. 무술팀이 그런 상황들을 다 감안해서 제가 잘 따라갈 수 있게 컴팩트하게 준비하고 이끌어 주셨다. 같이 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서포트를 잘 해주시더라”

티브이데일리 포토

연기 뿐 아니라 외적으로도 많은 변신을 시도했다. 여배우로서는 쉽게 도전하기 힘든 백금발의 반삭 헤어스타일은 화려하면서도 거친 캐릭터의 특징을 제대로 드러니며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개봉 전까지 머리카락을 꽁꽁 숨겨야했던 김혜수의 고충이 있었다.

“반삭에 탈색을 감춰야 하는 게 미션이었다. 개봉 전에 영화 캐릭터의 외형은 영화팀에게 나름 국가기밀 수준이다. 그 사이에 다른 촬영을 하지는 않았는데 ‘굿바이 싱글’이 개봉해서 프로모션이 있었다. 그래서 머리를 계속 붙였다 뗐다를 반복했다. 실제로 짧은 커트 같았지만 다 붙인 거였다. ‘시그널’ 포상 휴가 때도 (머리가) 보이면 안 되니까 더워죽겠는데 다 가리고 그랬다. 어쩔 수 없었다”

이처럼 ‘미옥’은 김혜수의 열정이 가득 들어간 작품이다.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영화계에서 여성 주인공으로 원톱 주연을 맡았고, 배우 인생에서 첫 도전을 시도한 작품인 만큼 영화에 대한 아쉬움도 자연스레 커졌다.

“어떤 작품이든 다 아쉬움은 있다. 우리 영화는 욕망이 충돌하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밀도가 좀 더 촘촘하게 형성돼서 쌓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여성 영화’에 거는 관객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김혜수의 어깨를 짓눌렀다.

“시작할 때는 부담이 없었는데 포스터가 나오고 예고, 홍보 문구들이 나오니까 부담이 되더라. 영화를 만들고 평가해주는 관계자 분들 외에 일반 관객들이 (여성 영화에 대한) 기대감의 목소리를 내고 문제의식에 대한 얘기를 한다. 관객들은 진심으로 기다려주고 응원해줄 준비가 돼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보여줄 수 있나. 그 생각이 좀 들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김혜수가 이러한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는 관객들 못지않게 그녀 역시 ‘여성 영화’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여배우로서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여성 영화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그녀는 결과물보다 시도에 의미를 부여하길 바랐다.

“(이전에도) 알게 모르게 시도들이 있었다. ‘용순이’라는 영화도 너무 훌륭했고 자신이 해왔던 영역에서 벗어나서 목소리를 내는 시도도 있었다. 그런 게 굉장히 반갑다. 보시는 분들이 평가를 하실 때는 다소 미흡하고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시도해 볼만 했어’라고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사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시도들까지 무리하게 끌어내리면서 가능성을 없애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시도는 계속 하는 거다. 어떤 식으로든 이게 발판은 될 거다. 영화 한 편으로 다 해결되고 모든 가능성이 열리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미옥’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였다. 결과물에 대한 반응이 모두 좋을 수는 없겠지만, ‘미옥’을 통해 한국 여성 영화는 다시 한 번 방향성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

“이전에 영화 ‘한공주’를 봤을 때 저는 그 얼굴을 보고 영화를 보러 갔었다. ‘미옥’ 포스터는 제 얼굴이 나와서가 아니라 그 포스터만으로도 쾌감을 주는 게 있다. 포스터가 나왔을 때 ‘이런 포스터를 볼 수 있어서 좋다’는 감정과 걱정 두 감정이 있었다. 이 두 개가 이런 시도들에서 늘 같이 갈 것 같다. 이 간극들을 줄여가면서 이런 반가움이 더 연결되면 제대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수치도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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