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리, ‘아가씨’ 에서 ‘1987’까지 [인터뷰]
2017. 12.30(토) 22:22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지난해 ‘아가씨’로 혜성처럼 등장해 일약 스타가 된 배우 김태리. 그녀의 다부진 모습에서 대성할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차근차근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꾸민 기색 없이 풀어내는 당찬 그녀의 모습은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말이 그녀를 두고 하는 말임을 새삼 깨닫게 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칸 레드카펫을 밟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그녀는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고 임순례 감독의 차기작 ‘리틀 포레스트’에서 당당히 주연을 맡았다. 이후 ‘1987’에도 출연, 먼저 촬영에 들어간 ‘리틀 포레스트’보다 앞서 영화를 개봉하게 됐다.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태리는 사건의 진실을 담은 옥중서신을 전달하는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의 조카이자 평범한 87학번 신입생 연희를 연기했다.

“‘리틀 포레스트’가 이미 결정된 상태였고 그게 더 큰 롤이었다. ‘1987’에는 선배님들이 많이 나와 ‘아가씨’ 때처럼 그 속에서 작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소속사는 생각한 것 같았는데 전혀 작은 역할이 아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에너지를 써야 했던 것 같다. (유)해진 선배님 (강)동원 선배님과만 만나 (김)윤석 (하)정우 선배님과는 연기를 한 번도 못 해 많이 아쉽다. (극 중) 가족들과 찍었을 때 많이 의지했다.”

‘아가씨’로 국내외를 넘나들며 긴 홍보 활동을 하느라 바쁘게 지낸 그녀는 이후 ‘리틀 포레스트’ ‘1987’을 촬영, 올해를 정신없이 보냈다. 워낙 숨 가쁜 일정에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줄었다고. ‘아가씨’ 이후 그녀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가족이 지대한 관심을 표했다. 할머니가 자꾸 교회 분들 사인을 부탁하셨다. 외출할 때 아무래도 조금 불편해 모자를 쓴다거나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런 걸 즐긴다거나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배우도 많은가 보더라. 난 아직 그런 게 좀 달갑진 않다. 일상에서는 관심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 인기는 실감한다기보다는 편지를 받거나 공항 스케줄 같은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팬 몇 분이 꼭 나와 있는데(웃음) 별거 안하고 인사하신다.”

‘1987’의 완성작을 보고 영화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장준환 감독의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한 마음과 노력에 감동을 받은 그녀는 처음 합류하게 되던 때를 회상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을 만나 뵀다. 감독님 만났을 때 많이 이야기하는 건 아무래도 나에 대해서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성격을 가졌고 어떤 공통점이 있느냐 하는 그런 것. ‘네가 생각한 연희는 어떤 아이냐?’ 하는 그런 걸 찾아보고 그런 이야기를 했다.”

연희는 영화에서 유일한 허구의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인물을 소개해야 하는 부분이 필요했고 그것을 어떻게 잘 표현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연희의 행동에 대해 공감했다.

“연희가 왜 그렇게 정치에 관심을 끄고 살고 그 현실을 외면하려 도망치는지 생각했어야 했다. 갓 스물의, 아버지를 잃고 삼촌 어머니와 함께 사는 전사를 가진 인물이다. 연희의 행동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최대한 자기 신념대로 노력했는데 어쩔 수 없이 시대에 휘말린 사람으로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을 거다. 연희의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은 시나리오에 그리 많지 않았는데 하면서 많아졌다. 그만큼 상황이 연희에게 강하게 몰아쳤던 것 같다. 설득력으로 따지면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영화적으로도 잘 어우러지고 시나리오상에 너무 휩쓸리기만 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6월 항쟁을 다룬 시대극에 출연하며 그녀는 자신의 세대가 현대사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넘어간 것 같은 아쉬움을 느꼈다. 대학교 분위기도 극 중에서와 지금은 큰 차이를 보임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 세대는 그런 데엔 배움이 적은 것 같다. 과거보다 미래에 투자하는 세대다. 나 역시 역사에 대해 좀 많이 모자랐던 것 같다. 책을 찾아보고 대략 정리한 다음 영상물 같은 것들 찾아봤다.”

그녀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펼쳤다. 촬영 전, 감독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했다.

“난 사실 그리 깊게 무게를 갖고 연기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보다 감독님이나 그 시대를 산 윤석 선배님이나 열사를 연기하는 진구 배우, 동원 선배가 마음을 다해 연기했던 것 같다. 난 나 자신과의 싸움이 컸다. ‘어떻게든 잘 해야겠다.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작품을 잘 만들려는 의도와도 연관되는 부분이 있어 그렇게 노력했다. 감정 연기는 배우 생활을 하며 가장 큰 과제인 것 같다. 감독님은 ‘오히려 좋은 것 같다. 그렇게 하면 네가 그걸 이겨내기 위해 더 노력하면서 가장 진짜에 가깝게 노력할 수 있다. 감정 연기가 쉬운 배우도 있는데 그게 가짜일 수도 있다. 넌 좋을 수 있다. 같이 노력해보자’ 하셨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긴 했는데 힘들더라.”
티브이데일리 포토


극 중 이한열 열사를 연기한 강동원과 로맨스를 보여준 그녀에게 그와 호흡을 맞춘 소감을 들었다.

“좋았다.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처음엔 낯을 가리고 나중엔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선배 작품을 많이 못 봤더라. 촬영을 하며 ‘가려진 시간’을 봤다. 연기적으로 터치하는 스타일은 아니시고 정말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인물을 만날 때도 시나리오 하나 받으면 공부를 많이 하시나 보다. ‘어제 뭘 봤는데 어땠다’하는 이야기를 하시더라. 이한열 열사 가족분들이 되게 좋아하셨다. 촬영장에 많이 오셨는데 살뜰히 챙겨주시고 같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좋았다.”

연희는 극 중 미래의 희망 같은 존재다. 김태리는 영화가 진행되며 그녀의 의미에 대해 관객이 저절로 느낄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언가 특별히 희망을 보여주려 하기보단 최대한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고자 애썼다.

“캐릭터에 깊이가 생기려면 앞부분의 평범한 모습들, 그런 폭풍 속에 가 있지 않은 평범한 모습들을 재미있고 귀엽고 풋풋하게 잘 살려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뒷부분은 워낙 시나리오의 힘으로 가니까 앞부분의 장난스러운 부분이 오히려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영화를 촬영한 뒤 그녀는 지금과 30년 전의 비극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봤다.

“아주 비슷한 일이 30년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잖나. 변하지 않는 세상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희망을 느꼈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진 힘이 있는 것 같다. 진짜 엉망일 때 그 힘이 발휘되고 그래서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가장 올바른 길로 갈 땐 수많은 사람이 힘을 합쳤을 때라는 걸 느꼈다.”

버스에서 함성을 지르는 엔딩에서는 그녀가 말하는 ‘희망’이 느껴진다.

“‘견디지 못할 심정으로 달려와 이걸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상상했다. 시청 광장에서 엄청난 함성을 듣는 장면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그 전에 문소리 선배님이 나오셔서 맨 처음 선창하는 여학생 역을 했다. ‘우리들이 주인공인 영화이고 그 장면 하나 보고 달려온 거니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진심을 다해 해줬으면 한다’는 감독님의 말이 묘했다. 연희가 뭔가를 하려, 외치려, 바꾸려 광장에 나가는 게 아니라 가만있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으니까, 뭔가 억울하고 답답하고 그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자신을 위해 나갔을 거라 생각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자신이 그렇게 아파한 사실, 외면한 일들이 몰아닥치며 죄책감 슬픔 분노 아픔, 이 모든 것들이 광장에 섰을 때 치유되는 느낌이 있었을 거다. 엔딩의 눈물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나 한다. 영화 참 희망적이지 않나.”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김태리는 자신이 쉽게 뭔가에 갇히고 사로잡히며 첫인상도 오래가서 헤어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털어놨다. “배우는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그녀는 시나리오나 캐릭터를 볼 때 ‘이거 왜 이러지’하고 갇히는 순간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아 그것을 없애려 늘 노력한다고.

“예전보다 잡생각이 많다. 뭔가를 놓기까지 오래 걸린다. 예전과 달리 그게 잘 안된다. 자다 벌떡 일어나 ‘왜 그랬지?’하는 게 3일 정도 간다. 좀 더 조심스러워지고 조금 더 뭔가를 무서워하게 됐다. 아무래도 관심을 가져주시니 조심하고 좀 더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도 든다. 다행히 캐릭터에서는 쉽게 빠져나온다.”

누구나 그렇듯,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 김태리는 자신이 좀 더 발전하는 모습을 꿈꾼다.

“언제나 연기가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고,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됐으면 해요. 아직 어떻게 사는 게 맞는건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를 찍기도 했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에 대한 질문들이 항상 머릿속에 있는 것 같아요. ‘뭐가 맞고 뭐가 잘못된 건가’ 그런 것들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기사제보 news@chicnews.co.kr

이슈포토

알듯 모를 듯 커플룩
스웨터 vs 스웨트셔츠
트렌치코트 딜레마
팬츠슈트 vs 스커트슈트
설렘 가득한 웨딩
데님 핫 트렌드
로맨스 위 브로맨스
"바람의 여신" 바람과 함께하는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