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87’ 김윤석 “박처장, 비뚤어진 신념을 가진 권력의 모습” [인터뷰]
2018. 01.02(화) 16:18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김윤석은 30년 전 신문에서 이 같은 헤드라인을 볼 때만 해도 자신이 고등학교 2년 선배인 고 박종철 열사를 해하는 박처장 역을 맡아 이 대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박 열사의 유가족으로부터 걱정과 응원을 받을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첫 테이크에서 추임새가 나왔는데 그게 가장 적절했다. 하는 사람도 너무 말이 안 되는 말을 하니까 대사가 매끄럽게 안 이어지더라. 넌센스 중 넌센스다. 그 시대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연기를) 하는데 다 집중해서 보잖나. 동의를 구하는 듯한, 아니면 ‘내말이 맞아’하고 압박하듯 그런 게(연기가) 나왔고 감독이 ‘그렇게 가자’고 했다.”

최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김윤석이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제작 우정필름)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윤석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말 그대로 상징적인 모습이다. 때론 당근 때론 채찍을 휘두르는, 비뚤어진 신념을 가진 권력의 모습을 감독이 이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고 그런 걸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실제 인물이 이(평안도) 말투를 썼다는 고증이 있다. 평안남도 출신인 분을 만나 수업을 받고 녹음도 했다. 연습밖에 없었다. 듣고 연습하고 했다. 실존인물이고 고인이다. 이 사람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는데 자료를 좀 찾아냈다. 그 당시 권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야했기에 분장 감독 셋과 대화를 나누며 올백에 엠(M)자 이마라인으로 면도를 했다. 실존 인물과 같이 하관이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마우스피스를 끼고 대사를 했는데 침이 정말 많이 나왔다. 실제 거구라서 패드도 넣었다.”

앞선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 이어 장준환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그는 “장 감독이 또 내게 이런 역할을 줬다. ‘화이’ 때도 그렇게 힘든 역을 주더니”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선량한 주인공이 극을 끌고 악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안타고니스트를 가운데 두고 있는 구조도 특이했다. 장르적으로 영리하게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안타고니스트가 강력할수록 반작용이 강하게 일어난다. 처음엔 갈등했다. 초고의 구조적 사건만 엮은걸 보다가 최종본을 봤는데 완성도가 정말 뛰어났다. 장 감독에게 ‘이 이야기라면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올 초 추모행사에 감독과 함께 가서 유가족 아버님 누님을 찾아뵙고 인사했다.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 한다’고 하니 ‘잘 만들어 달라’고 흔쾌히 허락했다. 박 열사 누님에게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악역을 맡았다’고 하니 ‘최선을 다해달라’고 하더라. 박 열사 형님은 오히려 ‘마음고생 심할 텐데 어떡하냐’며 오히려 걱정해 주더라. 감사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1987’의 소재의 무거움으로 인한 부담감에 관해 묻자 그는 그것이 ‘완성도’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

“그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가 가장 소중한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극영화로서의 재미를 주지 않으면 굉장히 낭패를 본다고. 실제 그 시대를 산, 유가족도 보고 있을 텐데, 심리적 부담이 가장 큰 건 영화적 완성도였다. 영화적 재미를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상황이다. 다행히 장르적 긴박감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녹여냈다.

6월 항쟁이 일어나던 때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김윤석은 다시 영화를 통해 당시로 돌아갔다. 촬영 중 남달랐던 순간에 관해 물었다.

“사실 (박처장이) 직접 고문하는 건 아니었잖나. 마지막에 유해진 씨가 묶여있는데 보는 순간 트라우마가 오더라. 있고 싶지가 않고 빨리 나가고 싶었다. 두 번 다시 존재해선 안 되는 순간이다. 해진 씨는 대사가 없었지만 몰입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일사천리로 최대한 집중해서 하자’ 생각했다.”

반면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는 마지막 연설 장면을 꼽았다.

“‘저 지독한 놈’ 했다. 쭉 빼며 찍는 장면이 어려운 장면이다. 촬영 때 한 번에 쭉 빠져 좋더라. 테이크를 많이 갔는데 난 그걸 볼 때도 웃음이 나온다. ‘멸공’을 외친다. 무서운 단어인데 목숨 걸고 하고 일사분란하다. 박희순이 내게 ‘받들겠습니다’ 하는 대사가 많은데 촬영 하면서 우리는 웃겼다. 점심 먹을 때 ‘점심 먹자’ 했더니 박희순이 ‘받들겠습니다’ 하더라. 당시엔 무서웠는데 지금은 얼마나 웃기냐. 그런 시대였다.(웃음)”

영화에서 연기를 하지만 실제로도 1987년, 20대를 살았던 그로부터 당시의 모습을 들었다.

“그 당시 대부분 전국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모이면 집회를 하니까 아예 교문을 닫아버리고 못 들어가게 했다. (극 중) 김태리에게 ‘학생증 보자. 외워봐’ 하잖나. 다른 사람이 위장할까봐 그런 건데 그런 일을 다 겪었다. 당시 난 연극 동아리 연습하러 학교에 가야했는데 못 가게 난리가 났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험도 안치고 레포트로 대체했다. 어찌 보면 내 이야기가 영화 속에 있는 거다.”

그는 시대극으로서의 ‘1987’을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영화’로 표현했다. 무거운 소재지만 상업적으로도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적절한 표현인 듯 들렸다.

“결과물을 놓고 보면 어마어마한 비극이다. 감정이 동조하지만 차가운 머리로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웃음도 나온다. 사실 우습잖나.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영화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관객을 사로잡는 눈빛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스릴러나 수사물 등에 주로 출연하는 배우지만 실은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감성적인 배우다.

“나이 들어가면서 경력이 많아지고 필모도 쌓이면서 항상 매너리즘에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르가 풍성해진다면 우리 스스로도 풍성해질 수밖에 없잖나. 계속 같은 걸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함께 발전해 갈 수밖에 없다. 다양성에 대한 목마름이 언제나 있다. 7080 배우들이 지금도 맹활약하고 있다. 메릴 스트립 같은 분은 나이 들어서도 다양한 역할을 한다. 우리도 이야기가 확장돼 그렇게 멋있는 분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의외로 로맨틱 코미디도 정말 좋아한다. ‘러브 액츄얼리’(2003)’ 같은 건 언제 봐도 기분이 훈훈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것도 그렇고. ‘몸개그’가 아닌, 상황이 웃음을 주는 코미디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이 많았으면 한다. 보고나면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것들. 쉽게 말해 로코물이 덜 만들어지고 있잖나. 내년에는 그런 것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는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한국의 레미제라블’이라 표현했다. 갈등 끝에 달리는 연희의 모습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는 엔딩에 대해서는 영화 전체 내용을 내포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딱 한 마디로 느낀 건 파노라마. 인터뷰 하며 했던 말은 ‘한국의 레미제라블’이다. 시청 앞 광장에 인파가 몰려든 것은 촛불과 연결이 안 될 수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연희(김태리)가 좁은 골목을 달리다 버스 위로 올라가는데 이 시퀀스 하나가 이 영화 전체를 이야기한다.”

이번 겨울, ‘빅3’로 불리는 ‘강철비’ ‘신과 함께’ 등에 대해서는 모두 볼 것을 권하며 웃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셋 다 잘되면 정말 좋다. 연말 빅시즌에 세 영화가 포진해 그림이 좋다. 장르가 다르고 나름의 퀄리티가 있고 성격이 풍성해 좋다. 셋 다 보면 아무 문제없다. 왜 고민하나? 일찍 만나 점심 먹고 보고 저녁 먹고 또 보면 된다.(웃음)”

올해 ‘남한산성’에 이어 ‘1987’까지, 두 편의 주연 영화를 개봉한 그는 올해를 마무리 하며 한 해를 돌아봤다. 2018년에도 그는 ‘암수살인’을 통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남한산성’을 통해 전통사극을 처음 해봤다. ‘1987’은 역사극이긴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두 작품 다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제보 news@chicnews.co.kr

이슈포토

천차만별 남자슈트
"바람의 여신" 바람과 함께하는 스타…
센치한 블라우스
스웨터 vs 스웨트셔츠
데님 핫 트렌드
팬츠슈트 vs 스커트슈트
트렌치코트 딜레마
로맨스 위 브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