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 “나의 ‘그것?’, 가족 그리고 영화” [인터뷰]
2018. 01.04(목)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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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배우 이병헌이 지난해 개봉한 ‘싱글라이더’ ‘남한산성’ 등에 이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올해 들어 처음 관객을 찾는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배우 이병헌을 만나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제작 제작 JK필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잘 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윤여정 박정민 등과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처음에 윤여정 선생님, 박정민 씨가 캐스팅 됐을 때 든든한 느낌이 있었다. 박정민이란 배우가 지난해 '동주'로 신인상을 휩쓸었기에 오는 객관적 든든함이다. '파수꾼' '아티스트' 등을 찾아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신인이지만 믿음이 생겼다. ‘우리 영화가 이상한 곳으로 가진 않겠구나’ 싶었다. 촬영하면서도 신나게 했다. 이런 장르의 영화나 그 안에서 이런 캐릭터를 했을때는 내가 자유롭게 한 판 놀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 같은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애드리브 같은 건 작가의 의도에서 벗어나기에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라면 감독과 상의해 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작품 선택은 전략적으로 하는가. "전혀 앞뒤의 작품들을 생각하지 않고, 내 앞에 새롭게 온 스크립트를 좀 비워둔 상태에서 읽어보려 노력한다. 이야기가 날 움직이냐 아니냐가 작품을 선택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 혹은 나의 필모를 보며 많이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략적으로 움직인다기보다 어떤 이야기냐를 본다. 내 감성에 기대는 부분이 있다. 영화를 볼 때도 다양한 장르를 본다. 이야기가좋다고 생각되는 걸 택한다. 그렇게까지 생각을 깊이 하지도 않았다. 랜덤으로 택하면 좋아할 거란 생각으로 작품을 택하지도 않았다. 작품을 택하는 데에 있어 무계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략이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야기 안에 스며들려 하고 캐릭터에 젖어 드는 게 어찌 보면 가장 큰 전략이다. 그 안에서 뭔가 변화를 주거나 또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전략이 좋아도 좋은 작품을 만들거나 좋은 캐릭터를 탄생시키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읽고 어땠나. "처음에 책을 읽을 때 캐릭터가 주는 정서가 좋았다. 어떤 캐릭터가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입체적으로 다가오고, 웃기기도 하고 그렇게 다가오는데 그의 정서는 한 마디로 거칠기도 하지만 쓸쓸함이다. 그 정서가 좋았다."

본인이 생각하는 상업영화의 가치는 뭔가. "일반적으로 가장 대중이 많이 선호하는 게 상업 영화라 할 수 있을 거다. 그걸 정의내리자면 가장 성공한 영화사 대표라 생각한다."

이병헌에게 ‘좋은 영화’란? "자꾸만 이야기해보고 싶은 영화, 누군가에게 많이 이야기해주고 싶은 영화다. 최근 다큐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주변 사람에게 좀 많이 이야기했다. 영화가 시작된 순간부터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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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인상적인 춤을 선보였다. "전혀 연습 안 했다. 그날 그 씬을 찍고 나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때 췄다. 그땐 쉬는 시간에 매일 하는 게 그거다. 어떤 애들은 책상 치우고 헤드스핀 윈드밀 등을 했다. 시나리오상에 ‘갑자기 일어나서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는 게 있었다. 그러면서 바로 음악에 묻히는 씬이었다. 두 사람(이병헌 윤여정)이 가장 화해의 무드가 피어날 것 같은 장면인데, 컷을 안 하더라. 윤여정 선생님이 ‘한 번 다시 해보라’고 하는데 ‘무슨 이런 음악에 춤을 추라고 하느냐’(애드리브) 했다. 맨 마지막에 내가 ‘오랜만에 하려니까 힘드네’ 하는 건 안 쓸 거라 생각하고 한 거다. (브레이크댄스가) 대본에 있어서 했는데 회사 매니저들이 중간에 편집실에서 그걸 보고 깜짝 놀랐나 보더라. 영화에서 확 깨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더라. 그래서 고민을 살짝 했다. 이미 그땐 영화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라 내 캐릭터에 자신감이 있었다. 선을 크게 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선을 넘은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다. 스태프 중 몇몇 사람은 찍을 때 그 장면에서 울었다더라. 가장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찍은 것이기에 다음 장면을 예감하기도 하고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모두 놀랐다. 심지어 리허설도 안 했다."

마음에 와 닿은 장면이 있나." 마음에 와닿은 장면 보다, 슬펐던 건, 엄마에게 처음으로 내 마음을 어린애처럼 병실에서 이야기했을때였다. 내가 생각했을 때 조하는 엄마가 나갔을 때의 나이에 멈춰있다. 그 이야기를 할 때도 그 나이에 멈춘 상태에서 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땐 그 장면이 가장 슬펐는데 막상 촬영할 땐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콩쿠르에 갔을 때였다. 병실 씬도 만들어진 걸 보고 슬펐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엄마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기고 인생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시점에, 동생의 연주도 멋있지만 ‘세 사람이 마지막으로 감동하는 장면일 수 있겠구나’ 직감했다."

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 평가하자면? "영화와 연관 지어 이야기하자면, 내가 뭔가를 배웠다고 딱 이야기를 못 하겠지만 후배 박정민, 대선배 윤여정 선생님 사이에 끼어 연기를 하니 위아래로 뭔가가 보이더라. 오랜 세월 배우를 한 윤여정 선생님을 보고는 '많은 사람이 찾는 이유가 있구나'를, 박정민을 보고는 상을 받고 다크호스처럼 떠오르는 걸 느꼈다. 후배를 보며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 있었던 작업이었다."

이번에도 연기로 호평을 받았는데 '연기신'이라는 수식어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연기 잘 하는 분들이 우리나라에는 정말 많아서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말이 어디 있나' 생각했다. 처음엔 듣고 깜짝 놀랐다. '칭찬을 과격하게 하는구나' 하고. 기분 좋게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연기신'이 정말 많아서 '연기신'이 아니라고 하면 충격받을 것 같다."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스타일이다. 결국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맡기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해진다고 해야 될까. 내가 생각한 대로, 의도한 대로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은 되게 적응을 잘 하잖나. 익숙해짐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자꾸 잡으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그 흐름에 나를 맡길 수 있는 거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충격도 클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어려서부터 '운명'이라 생각한다. 보이지 않게 나의 그래프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그려져 있는데 거기에서 실망하고 환호하는 게 크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물론 자기 의지 노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어느 정도 뜻한 것에까지 오르지 못했을 때는 그건 운명이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진다."

'행복'에 관해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 있잖나. 정상에 서면 내려와야 한다고. 어떻게 잘, 천천히 내려오는 게 중요한가는 말을 들었다. 20대 초반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른들에게 들은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 순간부터는 저절로 그렇게 따라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내가 정말 행복해도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다. 행복감을 최대한 누리는 방법이 있고 반대 상황에서는 정말 큰 충격을 받는다. 인생이 그런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으면 남들 생각보다 그리 큰 행복감은 잘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즐거웠다고. "아무래도 영화 자체에 워낙 많은 웃음이 있기에 현장에선 그 분위기가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다. 시나리오 자체도 그렇고 정민이도 나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새로운 웃음을 만들어내니까. 영화가 주는 분위기가 촬영장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자체는 정말 웃긴데 배우들이 연기했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나, 관객은 웃지 않는 경우 정말 참담하다고 들었다. 다행히 즐겁게 끝났다."

어른과 아이를 구분 짓는 것과 관련해 그는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아이가 있는 것'이라 말했다. "어른과 어린이, 정말 추상적인 것 같다. 나이를 규정지은 거지, 영혼에는 그런 구분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 마음속에 아이가 있고 그걸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어떤 아티스트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이를 떠나 어느 순간 그 사람과 나이를 잊고 대화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에게서도 아이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전히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우로서의 기대감, 쌓아온 것에 대해 말하자면? "욕심이라든가 포부, 목표 같은것들 다는 계속 성실히 쌓아가다 보면 내 앞에 펼쳐진 미래가 있을 거다. 두 배 세 배 더 의미 있고 엄청난 뭔가가 있는지 아니면 천천히 좋게 내려가는 길을 걸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큰 욕심이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착실하게 가면 물 흐르는 대로 가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제목이 ‘그것만이 내 세상’인 만큼 이병헌의 ‘그것’은 뭔가? "이제는 가족, 그리고 영화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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