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민, ‘동주’에서 ‘그것만이 내 세상’까지 [인터뷰]
2018. 01.07(일) 16:41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이병헌은 앞선 기자간담회를 통해 후배 배우 박정민의 연기를 보고 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극찬했다. 박정민은 한참 선배인 그의 그 같은 칭찬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박정민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제작 JK필름)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잘 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영화를 통해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며 박정민은 그를 더 좋아하고 존경하게 됐다.

“현장에서 항상 유심히 지켜보고 배우고 몰래 받아 적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선배님은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선배님처럼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뭐라 말로 표현을 못 하겠다.”

이병헌과의 케미는 현장에서 이뤄진 것. 따로 만나 준비를 하는 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따로 만나거나 이야기해서 준비한 건 없다. 선배님도 내 연기를 잘 지켜봐 주시고 잘 받아주셨던 거다. ‘이런 정서를 만들어내 보자’하는 과정은 없었다.”

박정민이 연기한 진태는 서번트증후군이자 피아노 천재다. 그는 단 한 번도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었지만 이번 영화를 위해 피아노를 배우고 총 6개월, 최대 하루 6시간 연습에 매진한 뒤 카메라 앞에서 직접 연주를 했다.

“첫 미팅 때 감독님이 ‘피아노를 (직접) 다 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습하면 되겠지’ 하고 시간 투자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한두 달 뒤 조심스럽게 CG(컴퓨터그래픽)를 하셔야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감독님의 ‘CG를 써서 표현이 되겠지만 배우가 직접 하는 게 더 감동이 있을 거다'란 말을 듣고 욕심이 생겨 하게 됐다. 그 말씀을 드릴 당시 ‘라라랜드’가 나와서 욕심이 났다. 치다보니 곡의 수준이 다르고 정말 어려운 곡이라 생각했다. 처음에 친 곡이 (한)지민 누나와 ‘헝가리 무곡’을 치는 거였다. 그 곡은 연습이 잘 돼 있었다. 모니터를 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더라. ‘어, 됐네’ 했는데 그다음부터 대역도 CG도 없었다.”

극 중 그의 대사는 그리 많지 않다. 몸과 표정으로 표현해야 하기에 어려움은 더 컸다고.

“보통 대사 없는 게 더 어렵다. 진태는 대사가 주로 '네'다. 공부를 하다 보니 진태와 비슷한 자폐 성향을 지닌 분들의 ‘네’에는 부정하는 의미도 있고 대화를 끊는 의미도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상대방의 대사를 분석해야 했다. 사실 모든 배우들이 상대 대사를 분석해야 하는데 그 모든 걸 하면서 대사를 빠르게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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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태는 까다로운 역할이다. 타 영화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들도 있었지만 그들을 참고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이유를 들었다.

“선배님들을 의식할 새 없이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말아톤’ 같은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오히려 그분들을 참고하지 않는 이유는, 괜히 쓸데없는 걸 할까 봐 그분들의 연기를 애써 피해 가려 할 것 같아서다. 그분들이 했기에 안 한다고 하면 더 수렁으로 빠지고 더 어려워지고 납득도 안 된다.”

그는 진태를 연기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이 봉사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까지,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안 드리려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데, 봉사활동을 할지 말지 고민을 했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인데 내가 연기한답시고 그분들을 찾아가는 건 안 좋은 방식인 것 같아 감독님도 나도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분들을 연기를 위해 관찰하러 가는 건 아니었다. 이 연기를 하면서 내가 그걸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서 전화를 걸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고민하고 연락드린다고 할 줄 알았는데 너무 반갑게 맞아주더라. 알고 보니 일손이 부족한 거였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자료도 주시고 담임선생님이 시나리오를 보고 밑줄을 그어 분석을 해주시는 등 나보다 더 열심히 해주셨다. 그런 모습에 그 친구들이 내게 다가와 준 것 같다. 친구들과 선생님과 사진을 찍고 편지를 써주는데 정말 마음이 울컥했다. 이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다가갔는데 이걸 하나의 홍보 수단으로 쓰는 게 (의미가) 훼손될 것 같았다. 그런데 자원봉사자 관리를 해주는 선생님이 ‘(홍보)해주는 게 고마운 일’이라고 하더라.”

서른둘. 20대처럼 보이지만 박정민은 30대 초반이다. 최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예전처럼 계획을 세울 여력은 없지만 그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옛날엔 (계획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계획도 없고 몸이 바쁘다 보니 하루하루 해내는 것도 정신이 없다. 일이 많아진 건 좋은 일이고 행복한 건데 일이 많아진 직접적 계기가 정확지 않아 불안하더라. 언제 걷어질 거품 같은 일인지 모른다. 일이 없던 예전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열심히 하고 그렇게 이어갈 생각이다.”

박정민은 차기작 ‘염력’ ‘변산’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사바하’를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열심히 달렸고 이제는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있기에 자신에게 휴식을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많지는 않지만 예전보다 같이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분들이 조금 늘어났다. 웬만하면 다 욕심이 나는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기준이라고 하면 이제는 시나리오, 같이 만드는 분들이 누구냐 하는 것들이다. 이병헌 선배님처럼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분과 하면 두말할 것 없이 좋다. 지금 하는 게 끝나면 ‘올해는 좀 쉴까’ 생각도 했는데 ‘쉬면 뭐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잡고 있다. 지난해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다. 그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 좀 오래 쉬어볼까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사바하’를 즐겁게 찍고 있다. ‘변산’도 재미있게 찍었는데 짊어질 짐이 많았다.”

그는 자신을 ‘자기학대가 심한 사람’이라 표현했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기에 자신을 채찍질할수록 잘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그는 ‘동주’의 이준익 감독의 도움으로 다시 일이 즐거워졌다고. 평소 고민이 많은 그에게 자신이 행복한 순관에 관해 들었다.

“요즘 들어선 그나마 촬영할 때다. 집에 있으면 좀 힘들다. 오히려 촬영장 가서 사람들과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 이야기하는 게 낫다. 집에서는 여러 생각이 많으니까. 갑자기 방에서 내가 했던 행동을 후회, 반성하고 ‘내일은 그러지 말아야지’하며 자꾸 잘못한 것들이 떠오른다. 뭔가를 이루면 또 다른 것 때문에 고민한다. 고민의 연속이다. 원래 내 방식이라 주변 사람들은 걱정도 안 한다. 나란 사람에게 필요한 태도다. 안심하면 놔버리는 경향이 있어 잡고 있어야 한다.”

앞서 '동주'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흘린 바 있는 그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눈물을 흘린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동주’ 영화를 보고 송몽규 선생님께 정말 죄송해 기자들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는데 이번엔 촬영을 하면서 그런 씬이 있다. 편집된 건데, 홀로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진태가 연주하는 장면이다. 그냥 빠져들면 되는 건데 그렇게 피아노를 치는 진태를 내가 어느 순간 바라보고 있더라. 눈물이 났다. 곡도 슬퍼 감정이 두 배가 됐다. 그런 진태에게 마음이 쓰인 순간이 영화를 찍으며 몇 번 있었다 유체 이탈돼 감정을 다스리는 게 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전작인 ‘동주’를 통해 신인상을 휩쓴 그는 이번 영화의 시사회를 통해서도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진 것에 관해 그는 어떤 생각을 할까.

“회사에서 손을 쓰는 게 아닐까.(웃음) 기분도 좋은데 화끈거리기도 한다. 어제 한 복지사분이 우리 영화를 봤나 보다. 그분이 ‘진태를 잘 표현해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그분들과 생활하는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 기분이 좋더라.”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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