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연예퍼즐] 오디션만이 살길이다. 아이돌 가수 입문 길이 없다.
2018. 03.05(월) 10:11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오디션 전성시대다. 올해 들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믹스나인’(JTBC)에 이어 ‘더 유닛’(KBS2)도 긴 여정을 마쳤다. 지금은 ‘고등래퍼2’(Mtv)가 진행 중이다. 오디션 참가 인원은 여전히 넘쳐난다. 시청률도 괜찮은 편이다.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렇듯 이들 프로그램도 언제나 탈락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전히 아이돌 스타의 등용문이다. 과연 그럴까.

국내 연예계에서 아이돌그룹 멤버나 힙합가수들은 유명 오디션(방송사 주관)을 통해 알려지지 않으면 아이돌 스타로서 입지를 굳히기는 어렵다. 쉽게 얘기해서 실력(가창력, 안무)만으로는 데뷔가 불가능하다. 좀 더 매정하게 표현하자면, 연예인(전업가수)으로서 입에 풀칠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뒤집어 보면 굳이 오디션이라는 경쟁에 참여하지 않아도 될 실력 있는 가수들조차도 사활을 걸고 오디션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이 돼 버렸다는 얘기다.

아이돌 그룹 멤버로 중앙무대(지상파와 음악방송)에 데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방송사 주관 오디션에서 선발되거나 이미 대중음악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명 연예기획사 연습생 출신 멤버로 발탁돼 데뷔하는 케이스다. 우리나라에서는 후자의 경우보다는 요즘 들어 전자의 경우가 더 확실한 데뷔 코스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오디션에서 뽑혀야만 연예기획사들이 앞 다투어 영입하거나 후원하러 달려들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물론 힙합가수도 가수인 이상, 가수가 지닌 재능의 깊이와 발전 가능성을 오디션 입상의 타이틀만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하지만 방송가요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재능의 깊이를 들여다보려 하질 않는다. 이미 아이돌그룹 데뷔 무대를 독점한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의 절대적 권위와 아이돌그룹을 규격화된 고급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연예기획사들의 상업주의 관성에 빠진 방송가요계는 가수의 스펙과 배경이 가수 개개인의 재능과 경험에서 우러나는 스토리보다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전자가 전부다.

클래식의 음악경연에서 시작된 오디션은 고대로부터 있었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탈락자들을 실패자로 만드는 등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밑도 끝도 없는 무한 경쟁이 최선의 음악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간의, 하지만 때로는 즐거운 연습만이 그 가치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사실 과도한 경쟁은 자본주의 시대가 만들어낸 근거 없는 신화에 불과하다.

방송가요계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숨어 있는 가치를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남게 만든 1위에 독점적 가치를 부여하는 결과론적 과정에 불과하다. 사실 대중음악에 무한경쟁의 원리를 적용시키는 것은 애초부터 기만적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결코 주장하지는 않는다. 대중예술도 예술인데, 예술적 가치를 쥐도 새도 모르게 슬그머니 자본주의가 지닌 희소성의 원리로 대체해 버린 지는 참 오래됐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힘 있는 연예인들(스타)이 예술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지닌 기득권과 대놓고 동거를 계속하는 한, 대다수의 힘없는 대중가수들은 그들이 바람나기만을 바랄 수밖에는 없다. 바람나서 사이가 벌어져야 그 틈이라도 비집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달콤한 동거라 그들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허망한 바람일 뿐이다.

사실 이 기만적 과정은 역사적으로 클래식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20세기 초부터 생겨난 수많은 콩쿠르산업과 음반산업 그리고 기획사의 스타 만들기와 그들의 몸값 올리기는 이미 예고된 가치의 몰락이었다. 제도화된 대중음악은 클래식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뿐이다.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지망생들 중 선천적으로 경쟁적인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오디션이 오히려 자아성찰이나 성취에 도움을 준다. 반면 어릴 때부터 도전이나 경쟁보다는 본인의 세계를 구축하며 자유롭게 내면을 표현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들에겐 오히려 오디션이 해가 될 수 있다. 자칫 경쟁적인 음악으로 인해 평생 상처를 입게 된다는 말이다. 굳이 교육학 또는 심리학적인 부연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대중음악 특히 노래를 잘하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삶 자체가 예술이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연습이 부담이나 짐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만의 특별함을 발견하고, 꼭 아이돌 그룹이 아니더라도 즐겁게 노래하고, 대중을 행복하게 해주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 주어야 한다.

실력이 얼마나 있든 대중은 결코 이름 없는 연예인(무명가수)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편하고 화려한 것을 쫒게 되는 사람의 본능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가요계는 1%의 유명가수와 99%의 무명가수로 이뤄진다”라는 구조적 특징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수 자신이 먼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행복해야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도 행복하다. 99%의 무명가수가 행복하지 않다면 결국 음악을 통해 대중은 행복할 수 없다. 오디션은 탈락자가 훨씬 많은 시스템이다. 1%만 행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오디션의 폐해를 지적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 JTBC '믹스나인']
기사제보 news@chicnews.co.kr
키워드 : 더유닛 | 믹스나임 | 아이돌 오디션

이슈포토

알듯 모를 듯 커플룩
스웨터 vs 스웨트셔츠
보고 싶잖아 "그거"
트렌치코트 딜레마
팬츠슈트 vs 스커트슈트
설렘 가득한 웨딩
원피스 로망 혹은 원망
로맨스 위 브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