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연예퍼즐] ‘먹방’, 웃음은 있는데 울림이 없다
2018. 03.19(월)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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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살기 위해서 먹느냐? 아니면 먹기 위해 사느냐?” - 오래전부터 회자된 질문이다. 정답이 있는 듯 없는 듯, 애매모호한 질문이다. 문화칼럼니스트 김정겸 교수(한국외대 철학박사)는 “누구나 살기 위해, 또는 보다 잘 살기 위해, 나아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먹는다.”라고 말한다.

살기위해 먹든, 먹기 위해 살든, ‘먹는 일’은 우리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인가. TV를 켜면 여기저기에서 ‘먹방’이 시청자를 부른다. 지상파는 물론 종편과 케이블에서도 예능프로그램의 대세는 ‘먹방’이다. 인기도 많다. 시청률은 물론 ‘TV 화제성 조사’에서도, ‘TOP 10’ 안에 이름을 올린다.

‘맛집 탐방’에서 시작된 ‘먹방’은 레시피를 소개하는 요리 방송(쿡방)을 거쳐, 연예인 등 유명인이 시식자로 나서는 ‘먹기 시범 방송’이 더해지더니 최근에는 아예 ‘백종원의 골목식당’(SBS), 윤식당(tvN)처럼 직접 식당을 차려 고객과 만나는 ‘사업형 먹방’으로 진화 중이다.

‘먹방’이 예능 프로그램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으면서, 요식업계와 방송 환경에도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 ‘요리사’가 ‘셰프’(chef)로 불리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요리전문 교육기관에 내일의 스타셰프가 몰리고, 아예 ‘먹방’을 전문으로 하는 BJ(broadcasting jockey)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먹방’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대단하다. 미국 보도전문채널 CNN은 ‘먹방’에 대해 “카메라를 켜놓고 많은 양의 음식을 마음껏 먹는 방식으로 2014년 한국에서 시작된 뒤 전 세계로 퍼졌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BBC에서는 ‘먹방의 나라, 한국’이라는 기사를 통해 우리의 독특한 식문화를 보도했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먹방프로그램을 ‘푸드쇼 대열풍’(The food-show craze)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한국의 ‘먹방’프로그램을 모방한 TV프로그램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는 통일부의 전언도 있다.

이처럼 ‘먹방’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근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방’의 역기능에 대한 지적의 소리는 작다. ‘먹방’은 전문프로그램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으로 분류하는 데에서 보듯 ‘재미’만을 강조한다. 부작용 같은 폐해에 대해서는 언급이 부족하다. 왜 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먹방’은 인간의 식탐(食貪)을 겨냥한 지극히 상업적인 방송이기 때문이다. 시청률을 높여 광고가 주렁주렁 매달리면 그만이다. ‘안전’이라는 사회적인 책임은 없어 보인다. 오직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시청자들의 미각과 후각 그리고 시각을 자극할 뿐이다. 그래서 음식을 선택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다.

육류는 ‘먹방’에 소개되는 식재료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동물성 단백질이나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라고 주장하는 의사는 한명도 없다. 여기에 버터와 설탕은 물론이요 이미 맛과 향이 검증된 가공된 재료들을 거침없이 쏟아 붓는다. 심지어는 시판중인 인스턴트식품을 소개함으로 방송사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란 화면 한 컷 슬쩍 보여주면 그만이다.

무분별한 먹방은 건강을 외면한다. 현재 우리의 주변에서 유통되고 있는 먹을거리의 품질은 대부분 신뢰할만한 수준이 못된다. 농·축·수산물 등 거의 모든 먹을거리가 화학약품이나 환경오염과 관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수많은 화학첨가물 범벅이다. 먹방은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한다.

전문가들은 “먹방 열풍의 이면에는 식탐(食貪)이 존재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식탐’은 글자 그대로 ‘먹을 것을 몹시 탐내는 모양새’를 말하다. 의학적으로 식탐은 호르몬에 의한 식욕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발생한다. 가장 큰 요인은 정신적 스트레스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가중되어 온 정치 경제적인 불안감으로 인하여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식탐을 유발했고 ‘먹방’은 이 같은 사회적 병리현상을 파고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먹방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며 식탐을 해소한다는 것이 사실일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사람의 뇌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음식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의 구조를 갖고 있어서 먹을 것을 보고도 먹지 못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는 설명이다.

방송은 감성을 자극하는 음식이 아닌 이성적인 음식을 소개함으로써 올바른 음식문화를 선도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들이 미래의 궁핍에 대한 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건강한 사회경제를 이룩하는 데에 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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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먹방’과 관련해 한옥희 영화평론가가 추천한 영화 한편을 소개한다. 지난 2015년 국내 개봉한 프랑스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감독 크리스티앙 뱅상 감독)이다. 국내 관객 동원 22,856명으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먹방’의 진실을 말해주는 웰메이드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에서 송로버섯 농장을 운영하는 라보리(캐서린 프로트).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 대통령(장 도르메송)의 개인 셰프를 제의받고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 입성하게 된다. 격식을 차린 정통요리 위주였던 엘리제궁에서 대통령이 진짜로 원하는 음식은 프랑스의 따뜻한 홈쿠킹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가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을수록 수십 년간 엘리제궁의 음식을 전담했던 주방장의 원성은 높아만 지고, 주변의 불편한 시선으로 인해 라보리는 대통령 개인 셰프 자리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은 어린 시절의 소박하고 담백한 요리들을 맛보게 해준 라보리의 손을 들어준다.

‘먹방’은 ‘엘리제궁의 요리사’처럼, 누구에게나 “어릴 때 어머니가 정성껏 만들어주던 따뜻한 손맛이 깃든 음식이 최고의 요리”란 사실을 밑반찬으로 방송되어야 한다. 먹방은 오락프로그램이다. 대충 늘어놓고 마구 먹어도 흉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인기의 비결이 곧 약점이어서 웃음은 있지만 울림은 없다. 비주얼은 있지만 미학은 없다. 방송의 장점인 영상미를 살리며 인문학적 접근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락과 문화를 결합하면 개그맨보다 문화비평가의 유머가 더 흥미로울 수 있다. 하드웨어는 있는데 소프트웨어가 부족해 발전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문화의 공통적인 취약점이 ‘먹방’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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