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태규, 10년 만에 ‘리턴’으로 꽃피운 꿈 같은 순간 [인터뷰]
2018. 04.10(화)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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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뉴스 홍혜민 기자] “지금이 사실은 ‘구운몽’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어요.”

봉태규는 ‘리턴’을 끝낸 지금의 기분을 묻는 질문에 ‘구운몽’에 빗댄 답을 건넸다. 자고 나면 한낱 꿈일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단다. 올해로 데뷔 19년 차지만, 그 중 약 절반을 공백기로 보내야 했던 봉태규에게 지금은 이처럼 꿈만 같은 나날들이다.

시크뉴스는 최근 SBS 수목드라마 ‘리턴’에서 ‘김학범’ 역으로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봉태규를 만났다. 봉태규는 2010년 ‘개인의 취향’ 이후 약 7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해 해리성 인격장애,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사학재단 금수저 2세 김학범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극찬을 받으며 연기 인생 제 2막을 열었다.

“어제 종방연을 하고 늦게 집에 갔던 탓에 오늘 아침에 나올 때 잠이 깬 것도 잠든 것도 아닌 상태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무섭더라고요. ‘이 상황이 꿈이면 어떡하지? 사실은 ‘리턴’도 안했고, 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그 정도로 지금은 꿈 같은 순간이에요. 사실 뭔들 안 좋겠어요. 다 좋아요,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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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의 복귀작에서 봉태규는 그간 선보여왔던 캐릭터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역대급 악역 캐릭터로 실제 같은 섬뜩함을 전했다. 그간 가볍거나 일상적인 캐릭터를 주로 도맡아 왔던 그였기에, 봉태규의 ‘악역’ 변신은 극 초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주변의 시선에 대해 가장 큰 고민을 가졌던 것은 봉태규 자신이었다.

“사실은 욕 먹을까봐 걱정을 제일 많이 했었어요. 처음에 악역을 한다고 했을 때 의외라는 말도 많았고, 무슨 봉태규가 재벌에 악역이냐는 이야기도 들었었어요. 사실 그런 종전의 이미지 때문인지 그동안 악역을 정말 해보고 싶었음에도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악역을 드디어 맡아서 시청자 분들과 주변 분들을 설득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정말 크더라고요. 너무 어렵게 제가 원하던 역할을 했고, 가장 인정을 받고 싶었던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 있었어요. 또 대중적인 부분을 떠나서 스스로가 느끼는 만족감도 컸고요. 제 스스로도 악역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으면서도 제 자신을 의심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내가 나쁘지 않게 연기를 했구나' 하는 안도가 있었죠.”

봉태규는 자신에게 악역 ‘김학범’ 캐릭터를 믿고 맏겨 준 ‘리턴’ 주동민 PD에 대한 감사함을 덧붙였다.

“저에게 주동민 감독님은 은인이세요. 주동민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학범이라는 악역을 저에게 안맡겨주셨을 것 같아요. 실제로도 안들어 왔었고요. 저희 회사 입장에서도 제 이미지가 갇혀있던 부분이 있다보니 그걸 깨기 위해 애를 많이 먹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제 안의 다른 모습을 봐 주시고 새롭게 봐 주셨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리는 일이죠. 더군다나 연기까지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셔서... 학범이 캐릭터 같은 경우에는 제가 잘 하려고 했던 것도 있지만 감독님께서 아이디어를 참 많이 주셨어요. 벨소리부터 신학대 교수라는 설정 등 저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오셔서 다른 식으로 살려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주시기도 했었어요.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존중해주시는 게 느껴졌던 현장이었죠. 정말 단역인 배우분들께도 허투루 대하는 법이 없으셨고요. 그래서 저 역시 신경을 많이 쓰게 됐던 것 같아요."

금수저임에도 경계성 인격 장애와 분노조절 장애 등을 가진 김학범 캐릭터는 봉태규를 만나 한층 더 입체적이면서도 섬뜩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현실과 연기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감나는 봉태규의 연기에 봉태규의 실제 성격을 의심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처럼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봉태규의 치열한 고민과 연기를 하면서 느낀 스스로의 만족감이었다.

“특정 반응이라기 보다는 연기를 하면서 제 스스로가 신났었어요. 그 전에는 단막극을 하는 것도 힘들었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막연하게 다른 걸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때문이기도 하고. 어쨌든 저는 한 번 잘 됐다가 안 된 배우잖아요.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가졌던 가장 큰 고민은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이미 다 소진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거였어요. 그런 걱정이 컸는데 이번에 '리턴'을 통해 다시 연기를 하면서 아내에게 '현장에 있는 게 너무 좋다'고 이야기했어요. 막연하게 좋아해주신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다시 연기를 하는게 재미있고, 현장에서 긴장하지 않고 즐겁게 연기할 수 있다는 것들이 뜻 깊었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게 제가 화를 내는 장면이 첫 촬영 장면이었는데 얼굴에 경련이 오더라고요. 그렇게 연기를 오래했는 데도 떨렸어요. 그렇게 첫 촬영을 마쳤는데 심장이 엄청 뛰더라고요. 그만큼 긴장하고 떨면서 했는데 그런 상태인 제가 어쨌든 잘 마무리 했고 재미있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철 없고 의존적인 금수저 악동의 모습 부터 섬뜩한 폭력성을 가진 모습까지 김학범이 가진 양면의 모습을 자연스레 넘나들며 많은 시청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봉태규지만, 정작 봉태규는 김학범을 그릴 때 김학범을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저는 (김학범을)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 했어요. 악역이라고 선을 그은 뒤 접근하면 마냥 악역같은 표정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생각을 아예 버리자고 생각했었어요. 악역이라는 설정 뿐만 아니라 해리성 인격장애, 분노조절장애 같은 설정들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화를 낼 땐 화를 내고 웃을 땐 웃고 하자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으로 악역을 맡으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지점을 가장 경계했었죠. 학범이는 극단적인 폭력성은 있을지언정 누군가를 죽이진 않는 캐릭터에요. 마음에 안 들면 때리고 반말하고, 자신이 정해 둔 상하관계가 확실한 권위적인 캐릭터였죠. 저는 물리적인 폭력도 굉장히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학범이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던 건 권위를 앞세워서 타인을 찍어 누르는 폭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게 학범이가 가진 폭력성 중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했죠. 이러한 생각을 통해 학범이를 그리면서 음악을 통해 영감을 많이 받기도 했어요.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은 곡은 박효신 씨의 ‘야생화’였죠. 학범이의 성격과 정 반대 지점에 있는 ‘야생화’를 들으면서 자칫 학범이가 넘칠 수 있는 부분을 차분하게 누르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게 더 이상한가요? (웃음)”

이처럼 오랜 고민과 기다림 끝에 만난 ‘리턴’과 김학범 캐릭터는 오랜시간 연기에 대한 갈증을 가져왔던 봉태규에게 특별함으로 남았다. 간절함과 뿌듯함 속에서 ‘리턴’을 마친 봉태규는 종방연 당시 눈물을 흘렸다.

“작품을 오랜 시간 안하다 보니 달라진 게 많았어요. 모든 스태프들이 모여서 마지막 방송을 보는데 촬영 감독님께서 우셨어요. 그런데 저도 같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에게 ‘출연한 배우가 자기 작품 보면서 울면 남부끄러운 거냐'고 물었는데 그런 거 아니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촬영하는 동안 정말 추웠던 탓에 많은 스태프 분들이 많이 고생하셨거든요. 힘든 촬영을 마친 뒤 스태프 분들을 보니까 울컥했었죠. 또 박진희 선배님과 소미가 함께 나왔던 엔딩신 역시 제 마음을 때렸던 것 같아요. 지금 아내의 뱃속에 있는 둘째 아이가 딸이라 그런지 더욱 이입이 되기도 했고요. 마지막 회를 보고 나니 촬영을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응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호흡이 정말 좋았거든요. 사실 ‘리턴’이 에필로그처럼 뭔가 촬영하려던 것이 있었는데 촬영이 취소가 됐어요. 해당 신을 촬영하는 줄 알고 일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아쉽더라고요. 차라리 세트장까지 가서 촬영 취소 소식을 듣는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로 아쉬웠어요. 그 땐 아쉬움에 잠도 거의 못잤었요. 그정도로 특별하고 아쉬웠던 촬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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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방송을 모두 마친 지금, 봉태규의 앞에는 또 하나의 숙제가 남았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들 시하와 함께 출연을 앞두고 있는 것. 인터뷰가 있던 주 주말 부터 첫 촬영을 시작한다고 밝힌 봉태규는 가족 예능 출연에 긴장 반, 설렘 반의 마음을 전했다.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 지 저 역시도 굉장히 궁금해요. 예쁜 모습도 좋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거니 촬영을 하다보면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의 노출에 대한 걱정은 없나?)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 아이에게 재차 몇번이나 물어봤어요. 아이가 27개월인데 (웃음) 완벽하게 방송 출연에 대한 개념은 모르더라도 아이의 의사를 묻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가 ‘좋다’고 답을 해 준 이후 출연을 결정했고, 앞으로의 일들은 저와 아내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상처받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부모로서 저희가 보듬어주고, 그 다음 과정들이 중요할 것 같아요. 모쪼록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서 자연인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럴 수만 있다면 앞으로 연기를 할 때에 있어서도 훨씬 자연스러운 제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 역시 100%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거고, 저 역시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화두에요.”

앞으로 남은 2018년, 봉태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외에도 ‘오리지널 봉태규’의 콘텐츠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겠다는 미래도 그렸다.

“작년 한 해 저에 있어 가장 큰 화두는 에세이집 발간이었어요. 제가 살면서 생각해보지도 않은 일이었는데, 그러면서 강연도 몇 번 하게 됐었거든요. 다행히 강연을 했던 곳에서 저를 좋게 봐주셔서 오는 5월에도 강연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올 한 해는 이처럼 연예인이라는 직업 외에도 새로운 일들을 많이 할 예정이에요. 지난 달 부터 새로운 잡지에 글도 기고하기 시작했는데,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에요. 또 ‘우리는 꽤나 진지합니다’ 라는 팟캐스트를 예전부터 제가 너무나 하고 싶던 일이었어요. 선택을 받아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어떤 창작물을 오롯이 스스로 창조하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팟캐스트는 제가 처음으로 오롯이 해내는 프로젝트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톤 앤 매너,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는 ‘오리지널 봉태규’의 콘텐츠인거죠. 4월에 시즌2를 오픈할 예정인데, 팟캐스트 두 번째 시즌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리고 글 쓰는 것 등이 제 올해의 계획이자 현재의 가장 큰 관심사에요.”

‘리턴’을 만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봉태규에게 인터뷰 말미 언제 쯤 다음 작품, 새로운 캐릭터로 만날 수 있을까를 물었다. 봉태규의 대답은 “기다림”이었다.

“리턴을 할 때 까지 약 10년이 걸렸는데 앞으로도 언젠가 때가 되고, 제가 이 자리에 잘 서 있으면 좋은 작품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섬세하고 재미있는 모습과 악역의 중간지점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서두르진 않을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이 지금이라도 들어오면 할 생각이에요. 다만 새로운 모습에 대한 강박은 가지지 않으려 해요. 그런 부분에 대해 강박을 갖게 되면 작품을 선택할 때 시야가 흐려져서 좋은 선택을 못하게 되더라고요. 차분히 기다릴 생각이에요.”

[홍혜민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iMe KORE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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