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오랜 갈증을 달랜 멜로 [인터뷰]
2018. 04.14(토) 22:09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오랜만에 멜로로 찾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죠.”

지난달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손예진을 만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 제작 무비락)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극장에서 이런 음악, 영상, 세트가 나온 게 정말 오랜만이잖나. 다른 영화에 비해 덜 중립적으로 봤다. 처음엔 긴장해서 눈에 불을 켜고 봤다면 ‘저 때 다르게 해야 했나?’하고 조금 아쉬운 걸 찾게 되더라.”

‘멜로 퀸’이란 수식어가 붙는 그녀답게, 멜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고.

“스포츠 선수처럼 종목이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잖나. 2000년대 초반 내가 멜로를 하는 모습을 많이 사랑해주신 걸 알지만 ‘난 멜로 잘하는 배우’하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멜로 전문, 스릴러 전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내겐 똑같은 캐릭터다. 기사에서 ‘다시 돌아왔다’ ‘반갑다’는 얘길 써주신 게 ‘이렇게까지 내 멜로 속 모습 좋아해 주셨구나’ 싶었다. 기분 좋으면서도 묘했다. 난 사실 관객 입장이기도 하잖나. 가슴 따뜻하고 힐링 되는 영화가 보고 싶은데 사실 너무 없었다. 관객 입장에서도 목말라했던 게 사실이다. 오랜만에 보여줘 개인적으로나 관객으로서 좋다.”

로맨스 영화를 기다려온 그녀는 좋은 멜로를 다시 한번 찍고 싶어 했고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마침내 좋은 작품을 만나 다시 한번 로맨스 영화를 통해 관객을 찾게 됐다.

“‘클래식’(2003)을 최근 봐서 그런지 더 불끈하고 힘이 났다. 이런 영화의 그림, 색감이 정말 그리웠다. 멜로로 따지면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이후 한 것이기에 정말 반갑고 행복했다. 20대 대학생 역할을 다시 하는 것에 대해 ‘마지막이겠거니’ 하고 행복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일본에서도 영화로 제작돼 지난 2004년 개봉된 바 있다. 이장훈 감독은 일본 특유의 감성을 그래도 쫓지 않고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게 변화를 줬다. 특히 중간중간 웃음을 터뜨리는 아기자기한 코미디가 영화의 재미를 높였다.

“시나리오를 보며 가장 좋아했던 장면이 그 장면이다. 수아(손예진)가 먼저 왔는데 우진(소지섭)이 보자마자 ‘내가 늦게 온 게 아니라 네가 일찍 온 거지’라고 하는 것부터 말랑한 느낌이었다. 그 장면이 시나리오를 보며 가장 인상 깊고 정말 좋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그 장면의 대사에서) ‘배고파’로 가자고 했는데 ‘아니다. 목말라’라고 하자고 했다. 뭔가 수아, 우진의 캐릭터와 성격이 드러나고 간질갈질하게 하는 모습들이 좋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부부로 호흡을 맞춘 소지섭과는 데뷔작인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2001) 이후 처음 작품을 통해 만났다. 두 사람이 멜로로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빛나는 케미에 관객도 ‘두 사람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며 응원을 보낼 정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과거 시나리오가 재미있었고 더 재미있게 그리려 노력했다. 처음 손잡을까 말까 하며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장면이 있는데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버스 기다려주길 잘 했다. 한 시간씩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먼저 가라’고 했던 추억이 있다. 풋풋했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지섭 오빠도 그 얘기를 하더라. 진짜 누군가의 손을 이렇게 잡고 설레는 장면을 찍은 걸 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대본에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고 나와 있었는데 그렇게 예쁘고 설레게 나올 줄 몰랐다. 다들 모니터를보며 각자 ‘그때 그랬었지’하고 과거 이야기를 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극 중 소지섭이 핑크색 재킷을 입고 등장한 장면은 귀엽고 코믹한 장면으로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원래 그 장면은 멋 부린 듯 촌스러운 거였는데 뭘 입어도 하나도 안 촌스럽더라. 극 중 홍구(고창석)가 코디해주면서 사이즈를 홍구에게 맞게 해서 그 옷을 선택했는데 코믹하게 설정해 웃음을 유도했다. 수아는 우진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떨리는 감정이었다.”

손예진은 소지섭과 작업을 하며 그의 배려에 대해 특히 고마움을 느꼈다.

“대놓고 그런 것 보다 항상 뒤에서 불편한 게 없는지 챙겨주는 편이다. 초반에 현장에서 불편한 게 있거나 얘기 해야 할 게 있으면 본인에게 얘기하라고 하더라. 정말 오빠 같은 든든함이 있었다. 감정 신 같은 게 뒷부분에 수아에게 몰렸다. 뒷부분을 먼저 찍어야 할 상황에서 좀 힘든 감정신이 있었다. 비가 와야 했기에 살수차가 비를 뿌린 상태에서 찍는데 투 샷이 나와야 했다. 난 내가 감정연기를 하느라 시간이 그렇게 지난 지 몰랐다. 정말 추웠는데 그 자리에 서서 꼼짝없이 다 받아주더라. 시계를 보니 얼마나 지쳤을까 싶더라. 세 시간 동안 받아주고 자기 분량을 찍어야 하는데 미안하고 고맙기도 했다.”

아직 미혼인 그녀는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초등학생 아이를 둔 어머니의 역할을 맡았다. 극 중 아이를 둔 어머니를 연기한다는 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비밀은 없다’(2015)에서 중학생인 딸이 있었는데 이질감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충분히 결혼해 아이를 낳을 수 있었을 나이였다. 가까이서 조카 키우는 모습을 많이 보기도 했다. 그래도 직접 낳아본 사람과는 다르겠지만.”

극 중 아이를 두고 먼저 떠난 어머니를 연기한 그녀에게 얼마나 캐릭터의 상황에 공감했는지 물었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모르는데 조카가 있다. 내가 아이를 예뻐하는 사람은 아닌데 조카가 정말 예쁘다. ‘내가 이 정도로 아이를 좋아했나?’ 싶다. 다섯 살까지가 예쁘더라.(웃음) 진짜 아이가 있어 그런(영화에서와 같은) 상황이 된다면?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극 초반에는 수아의 영정 사진이 등장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어떤 자신이 연기한 수아의 영정 사진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이렇게 찍었구나’ 하며 집중하고 봤는데 자연스럽게 내가 나오지 않으니 관객 시점으로, 객관적으로 봤다. 처음 영정사진이나, 집에 두고 (우진이) 뽀뽀하는 사진을 보고 수아라는 인물이 없는 빈자리를 느꼈다. 영정사진을 보며, 우진 지호(김지환)를 보며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이들에게 이렇게 소중한 존재였던 거구나’하고 스크린에서 더 많이 느꼈다.”

손예진은 극 중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천연덕스러운 그녀의 모습이 웃음을 터뜨린다.

“수아와 비슷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조카와 놀 때도 내가 다 이긴다. 실망감을 준다 난.(웃음) 아이와의 팔씨름에서는 져주잖나. 난 내가 이긴다. 둘 다 남자 조카인데 왼손으로 다시 하자고 해도 왼손도 이긴다. 약간 터프하게 놀아주는 이모다. 수아 말투도 내가 평소 툭툭 던지는 말투다. 그런 지점에서 비슷하다.”

영화가 멜로 코믹, 과거 현재를 오가기에 배우는 감정 유지에 있어 어려움이 없을 수 없었을 터다.

“우리 영화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나중에 점점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그런 게 시간이 흐르며 정말 슬펐다. 이런 시공간, 판타지적 장르가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감정적인 정말 디테일한 것들을 조금 염두에 두고 해야 하는 지점이 있었다.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려 노력했다. 수아가 돌아왔을 때 점점 과거에 대해 듣는 것 만으로도 수아가 점점 현실이 되찾느냐. 오랜 세월인데 짧게 보여줘야 해서 과거 있었던 일을 들으며 발전한다. 과거가 진행될수록 수아는 점점 수아가 되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았다.”

작품을 통해 유부녀로서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녀가 실제 품절녀가 되는 날은 언제쯤인지 궁금했다.

“이 나이까지 내가 (결혼을) 안 할 거라 생각 못 했다. 어느 순간 서른 초중반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고 좀 넘어가니 정말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면 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지점도 있는 것 같다. 언제든 떠날 수 있으면 떠나고 싶다. 결혼해서 사는 모습도 행복해 보이지만 자유롭진 않을 수 있으니. 잘 모르겠다.(웃음) 어릴 땐 남자답고 카리스마 있고 말 별로 없는 사람이 이상형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병맛 개그’를 좋아하는데 유머코드가 비슷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일단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 말, 행동에 대해 항상 귀엽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말이 통하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삶에 대한 가치관이 건강했으면 한다. 이렇게 말하니 주변에서 ‘위인전 나오는 사람이냐?’고 하더라.(웃음)”

그녀는 영화를 본 커플이 극장을 나서며 서로의 존재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손 꼭 잡고 나왔으면 좋겠다. 연인이든, ‘썸’이든, 시간 지난 연인이나 부부가 봤을 때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란 얘기를 서로 해줬으면 좋겠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제보 news@chicnews.co.kr

최신기사

이슈포토

데님 핫 트렌드
센치한 블라우스
어깨 슬쩍 오프숄더
2016 셔츠전성시대
원피스 로망 혹은 원망
트렌치코트 딜레마
"바람의 여신" 바람과 함께하는 스타…
보고 싶잖아 "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