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멜로를 향한 시선과 마음 [인터뷰]
2018. 04.15(일) 19:11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많이 기대하고 설레기도 해요. 오랜만에 멜로 영화로 찾아왔는데 어떻게 볼까 궁금해요.”

지난달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소지섭을 만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 제작 무비락)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며 지난 2004년 일본에서 영화화된 바 있다.

오랜만에 멜로로 관객을 찾은 소지섭. 그에게 이번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51%’란 답이 돌아왔다. 생각한 것보다 개인적 만족도가 좀 더 높다고.

“자기만족일 수 있는데 보고 나서 생각이 좀 많이 생겼다.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은 영화다. ‘멜로’란 단어도 많이 안 쓰기도 하고 많이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오직 그대만’(2011)을 찍을 때도 ‘마지막 아닐까?’ 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게 또 마지막 아닐까?’ 생각했다. 오랜만이니 잘 돼서 또 멜로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원작이 있는 리메이크작은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자연히 원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기 때문.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생각보다 원작을 아끼는 분이 굉장히 많더라. 자칫 카피 밖에 안 될 것 같아 나보단 감독님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신파보단 마지막에 웃으며 눈물 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이 일치했다. 그래서 캐스팅도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소지섭은) 역시 멜로지’란 말을 가끔 듣지만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듣는지 잘 모르겠다는 그. 멜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나올 수 있는 게 사랑 이야기다. 그 중 멜로가 빠질 수 없다.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멜로가 잘 안 만들어지니 이런 작품이 내게 오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내게 들어오면 좀 고민을 많이 한다. ‘이 작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한국에서 잘 안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데뷔 후 나잇대에 맞는 멜로를 선택해 온 그는 딱히 계산해가며 작품을 택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될 수 있으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그 나이에 맞는 게 편하잖나. 이번 작품이 40대의 나를 대표하는 멜로인 건 맞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달달한 ‘멜로 눈빛’을 장착했다. 그가 멜로 연기를 하는 방법은 기술적이기보단 감정에 대한 순간적인 몰입이다.

“기술적으로 접근을 하면 ‘이런 식으로 하면 이렇게 비춰질 것’이란 가정은 있는데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 그 순간 몰입한다. 아직 우린 비춰지는 직업이니 결과물만 잘 나오면 되잖나. 어떻게 하면 잘 나오는지 알긴 하지만 그렇게 연기하고 싶진 않다.”

멜로 영화인 만큼 키스신도 빠질 수 없다. 극 중 수아(손예)와의 키스신은 보는 이마저 설레게 한다.

“(테이크를) 많이 안 갔다. 한두 번 만에 끝났다.”

아직 미혼인 그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아이를 둔 아버지 역할이 처음인 그는 아버지로서의 자신이 그려지지 않아 처음엔 작품을 거절했다.

“내 머릿속으로 그려지지 않아 고민됐다. 내가 상상이 안 되고 할 자신이 없으면 이 영화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어서 고민하다 ‘해보자’ 했다. 결론적으론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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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과는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2001) 이후 만나 처음 멜로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당시 남매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 17년 만에 부부로 만났다.

“(17년 전) 기억이 안 난다. ‘맛있는 청혼’ 이후 연락처도 몰랐고 중간에 광고 때문에 몇 번 봤다. 이번에 통화하면서 연락처를 알게 됐다. 서로 (17년 전을) 기억 못 했다. 예진 씨는 데뷔작이어서 앞을 보고 자기 연기를 하기에 바빴고 나 역시 발연기 할 때라 정신이 없었다.(웃음) 서로 기억은 못 하는데 그때 느낌이 나쁘지 않았나 보다. (이번에 호흡을 맞춰보니) 생각보다 더 완벽주의자 같은 느낌이 있었다.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줘도 자기 느낌이 있나 보다.”

영화는 일본 특유의 감성이 담긴 원작을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춰 변화를 주면서 아기자기한 코믹 요소가 더해졌다. 소지섭이 핑크 재킷을 입고 나온 모습은 영화 속 재미난 장면 중 하나다.

“고창석 선배 친구로 나오잖나. 그가 코디해서 자기 옷을 입혀준 설정이다. 그 옷을 입기 전 그래도 눈에 좀 띄는 게 설정상 좋지 않을까 했다. 애드리브가 많다. 잘 담기면 좀 웃을 수 있는 포인트여서 여러 대사를 애드리브로 많이 했다.”

극 중 우진은 아내 수아를 먼저 떠나보내고 어린 아들과 단둘이 남겨져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소지섭은 오랜만에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서 애틋한 눈빛을 지닌 부드럽고 섬세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느 한순간 비슷한 것 같아 연기할 때 좀 편하긴 했다. 어릴 땐 너무 나 같은 면이 비춰지는 게 벌거벗은 기분이어서 싫어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 실제 우진의 모습과 많이 비슷하다. 대중이 갖는 이미지는 그렇지 않겠지만.”

그는 영화 초반부터 가슴 짠한 느낌을 받았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과 둘이 남겨진 아버지의 어설픈 모습을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초반에 우진이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잖나. 그때부터 가슴 아팠다. 아빠 때문에 아이가 불쌍해서… 원래 영화 보면 잘 안 우는데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 감정이 이입되더라.”

극 중 아들 지호 역할을 맡은 김지환은 처음 스크린에 도전하는 신예 아역이다. 김지환은 실제로도 소지섭을 아빠라 부를 정도로 잘 따랐다.

“아이가 긴 호흡이 처음인데 정말 잘 해줬다. 첫 번째 감정신에서 아이가 울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나 보다. 하고 나더니 그때부터 날아다니더라. 많이 따랐던 것 같다. 아빠라 불렀다. 마지막에 엄마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맞춤법은 틀렸지만 기분이 좋았다. 못 본 지 제법 돼 보고 싶다.”

극 중 아이 아버지를 연기한 그가 실제론 언제 결혼을 할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그는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물었다.

“이상형과 좀 다른 문제긴 한데 대화가 좀 되는 친구였으면 한다. 차이가 크지 않고 소통이 되고 같이할 수 있는 친구. 영화 속 수아는 나만 바라봐준다는 점에선 만나고 싶은 배우자에 가깝다. 내 머릿속 가족 이미지는 항상 같다. 아이 엄마가 있고 중간에 두 아이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이다. 앞모습은 상상이 안 된다. 네 가족이었으면 한다. 아이와 놀아주는 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더라. 지환이가 남자애니까 발을 잡고 거꾸로 들어주면 좋아하는데 나중엔 힘들더라. 문득 나중에 아이를 낳았을 때를 계산하니 고민하게 되더라. 체력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애들은 에너지가 다르니까.”

영화에서 우진의 절친인 홍구 역을 맡은 고창석은 소지섭의 추천으로 캐스팅이 성사됐다. ‘한복녀’ 공효진의 카메오 출연은 손예진이 힘을 썼다.

“감독님께 내가 추천을 했다. 재미있게 촬영했다. 친구로 나온다니 좋아해 주시고 연기를 워낙 잘 하시니까. ‘영화는 영화다’(2008)에서 잠깐 같이했는데 그래도 부탁드리면 그때 기억이 있으니 해주시지 않을까 했다. 공효진 씨는 손예진 씨가 추천했다.”

오랜만에 멜로 영화로 관객에게 인사하게 된 그는 앞으로 또 어떤 행보를 보일까. 최근 그에게 제의가 들어오는 작품, 캐릭터는 어떤 것들인지 궁금했다. 아울러 연출이나 제작에 관한 욕심은 없는지도 들었다.

“슬슬 바뀌고 있다. 예전보다 나잇대가 올라가거나 이전과 좀 다르게 들어온다. 아이 아빠 역할도 많이 들어오고 예전에 특히 요즘 멀티캐스팅이 많아져 꼭 주인공이 아니라도 다른 역할이 많이 들어온다. 드라마 시장도 젊은 캐릭터가 아닌 역할이 많이 생겼다. 드라마는 당분간 하게 되면 좀 밝은 쪽으로 하고 싶다. 영화는 멜로를 했으니 조금 새로운 걸 해야 하지 않을까. 일단 내가 하면서 즐거웠으면 좋겠고 보는 사람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연출은 안 하고 싶고 제작은 사무실에서 준비하는 부분이 있어서 내가 아닌 사무실에서 할 것 같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시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비수기이자 멜로라는 작은 시장에 대해 많이 궁금하다는 그에게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물었다.

“가슴 따뜻한 영화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약간의 눈물을 흘리는 영화였으면 한다. ‘아이 아빠로 나온 소지섭, 어색하지 않네’ 그런 말만 들으면 좋겠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51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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