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덕구’ 이순재, 62년차에게도 연기는 늘 새롭다 [인터뷰]
2018. 04.17(화) 13:27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연기란 게 워낙 끝이 없어.”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62년 차 배우 이순재(84)는 영화만 100편 이상, 방송 공연을 모두 포함하면 200여 편 이상 의 작품을 거쳐 왔지만 여전히 연기가 새롭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꾸준히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가 이번엔 노 개런티로 영화 ‘덕구’(감독 방수인, 제작 영화사 두둥)에 출연해 60여 년의 연기 내공을 쏟아부었다.

“연기는 항상 새롭다. 끝이란 게 있기보다 잘한 대목이 있을 뿐이다. 연기도 연출도 작품 위에서 표현된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 표현이 다를 수 있다. 끊임없이 창조 의지를 갖고 만들려는 의지에 의해 만드는 거다. 그러다 보면 만족하기도 하고 스스로 불만족할 때도 있다. 누가 뭐라든지 스스로 가장 잘 안다. 그런데 연극계에서 ‘셰익스피어’ 같은, 오리지널 그대로 했을 때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까지 변형했을 때 ‘왜 저렇게 해석하나’ 할 때가 있다. 어떨 땐 배우가 다 죽여 버린다. 은연중 제왕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건 피해가야 한다.”

방수인 감독의 데뷔작인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오랜만에 주연으로서 관객을 만나는 이순재는 유쾌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소감을 밝혔다.

“벌써 한 7년 만이다. 내가 주연을 할 만한 소재가 있을 수 없잖나. 텔레비전에서도 맨날 내가 뒷전인데.(웃음) 연극은 자구 하자고 해서 한다. 연극은 아직 괜찮은데 텔레비전은 젊은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고 나이 먹은 사람은 뒤로 갈 수밖에 없다.”

베테랑 배우 이순재가 신인 감독의 데뷔작에 노 개런티로 출연한 점은 화제가 됐다. 그가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를 들었다.

“많이 줄 것 같지도 않은데. 배우란 게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옛날엔 한 가지 목적밖에 없었다. 좋은 작품 좋은 역할, 그게 최선이었다. 과거엔 영화를 정말 빈곤한 상황에서 만들었다. 톱 배우가 아니더라도 동시에 찍었다. 1년에 4~5편은 찍었다. 한두 편 찍어서는 100편을 넘을 수 없다. 작가와 각본가가 동일인물인 줄 몰랐다. 시나리오를 보니 재능이 있더라. 시나리오를 보면 대강 안다. 별 영화를 다 해봤다. 좋은 작품도 많이 해봤다. 이 영화는 심플한 내용이지만 앞뒤가 잘 맞았다. 본인 작품을 본인이 연출했으니 과정에 별 복잡함이 없어 편히 작업했다.”

이순재에게 이번 영화의 촬영 결과물을 본 소감을 들었다. 아쉬움과 만족이 공존할 터다.

“시간 제약이 있으니 초반부 연기해 나가는 과정에서 연결 과정이 조금 나빴다. 여운이 좀 있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다. 요즘 기법은 고전적 방법과는 조금 다르다. 일종의 몽타주 기법인데 영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다. 감독이 잘라버리면 아무리 내가 잘해도 소용없다. 후반부 결정적으로 울어야 하는 부분을 못 보고 나와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후반부 입양시켜버리고 떠나는 장면에서 그때부터 울컥했는데 되도록 안 울려고 작심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라. 많이 절제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장면으로는 갈등이 풀어지며 감동을 자아내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마지막 장면을 꼽았다.

“마지막에 결정적인 장면에서 며느리를 만나 하는 대사다. ‘왜 이제 왔느냐’는 말에 여러 함축된 이야기가 있다. 며느리를 쫓아내려 한 게 아니라 배신감이 있었고 마침내 찾아왔으니 감동을 느낀 것이 드러난 장면이다.”

손주 덕구 덕희역을 맡아 호흡을 맞춘 정지훈 박지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들었다.

“송승환 부터 시작해 아역과 많이 해봤다. 윤유선 8살 때 내가 손잡고 했으니까. 덕구(정지훈)는 좀 특이했다. 잘 절제가 되더라. 덕희는 대사가 많지 않고 그냥 옆에 앉아있는데 나중에 좀 크면 괜찮겠더라. 안성기는 예전에 극단 생활 할 때 창립공연을 했다. 중3 때인가 머리 빡빡 깎고 나랑 연기했는데 끝나고 연장했으면 좀 잘못됐을지도 모르겠다. 안성기의 경우 하나 하고 없어져 새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아이 캔 스피크’ ‘비밥바룰라’ 등 최근 시니어 무비가 제작되고 ‘덕구’가 그 뒤를 잇는다. 그는 영화의 다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런 점에서 이 같은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영화는 예술성과 흥행,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 같은 경우 예술성에 관심을 가진 거다. 50년대 대학생은 오늘날 같은 영화는 별로 안 봤다. 전부 명작이었다. 과거에도 그랬듯 영화에는 시대적 유행이 있다. 그러나 역시 영화란 건 다양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린 한쪽으로 몰려있다.”

데뷔 후 쉬지 않고 일을 해온 이순재는 80대의 나이에도 대사를 외워가며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을 일이다.

“아직 입원한 적이 없다. 82년도에 금연을 했다. 과거 대원군을 전부 덩치 큰 사람들이 했다. 목소리가 좋지도 않은데 담배를 끊자고 생각했다. 뭘 좀 보여야겠다 싶어 내 딴엔 욕심낸 거다. 끊을 땐 딱 끊어야지 미루면 또 못 끊는다.”

배우로서 그는 젊음이 부러울까, 혹은 반대로 지금의 나이 듦이 더 나은 것으로 느껴질까.

“초기에 빛을 보는 사람들도 많다. 좀 늦게 개안하는 친구도 있다. 요즘은 작품 하나로 뜨는 배우들이 있다. 예전 같은 경우 뜨긴 했지만 빌딩을 살 정도의 조건은 안 됐다. 나도 요즘 했으면 6층짜리 빌딩 하나 지을 수 있었을 텐데.(웃음) 그렇다고 그게 다는 아니고. 대배우들이 여러 시대적 조건 때문에 말년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수백 편의 영화를 찍었지만 별로 재정적으로 좋은 것 같지 않더라. 그게 그 시절이다. 결국 그것 말고 원래 이걸(연기를) 선택한 이유는 뭐냐. 요즘은 장동건 이영애 급의 외모가 아니더라도 우리 때와 달리 희망이 있지만 우리 땐 정말 연기에 미쳐야 한다. 요즘은 조연도 꾸준히 하면 지금 괜찮다. 연극하던 사람들은 출연하는 입장에서는 돈을 생각하면 일을 못 한다. 작품에서 성과를 내고 출연 의미, 목적이 만족되면 대기만성형으로 늦게 떠도 괜찮다. 대신 실력이 있으면 정년은 없는 거니까.”
티브이데일리 포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기사제보 news@chicnews.co.kr

이슈포토

천차만별 남자슈트
"바람의 여신" 바람과 함께하는 스타…
알듯 모를 듯 커플룩
원피스 로망 혹은 원망
설렘 가득한 웨딩
트렌치코트 딜레마
로맨스 위 브로맨스
보고 싶잖아 "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