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유영, 현실 속 김진호·한서린에게 전하는 ‘나를 기억해’ [인터뷰]
2018. 04.19(목)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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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보시면서 무겁고 힘든 마음이 드실 수 있지만 우리 사회 현실이 이렇다는 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를 기억해’ 주인공 한서린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반복되는 성범죄에 휘말리며 고통을 겪는 인물이다. 이유영은 협박에 시달리며 늘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서린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감정 연기로 그려냈다. 작품 속 캐릭터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하는 작품이었지만 이유영은 영화가 사회에 던지는 수많은 메시지에 공감하며 망설임 없이 ‘나를 기억해’를 선택했다.

지난 17일 서울시 중구 삼청동 모처에서 이유영을 만났다. 캐릭터가 워낙 큰 상처를 지닌 탓에 작품 속에서는 좀처럼 이유영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이날 인터뷰 자리에 나타난 이유영은 밝은 표정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는 이것저것 따지기 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선택을 한다. 여자 캐릭터가 이렇게 주체적인 캐릭터가 없어서 그런 캐릭터에 1차적으로 끌렸다. 성범죄뿐만이 아니라 청소년 범죄, 사이버 범죄도 심각하다고 생각했고 아동 학대도 담고 있고, 너무 많은 사회 범죄를 담고 있어서 충격적인 마음이 들어서 작품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영은 그동안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주연 배우로 출연해왔지만 주인공이 되어 직접 극을 이끈 것은 ‘나를 기억해’가 처음이다. 이에 작품에 대한 부담감 역시 새삼 크게 느끼고 있다고.

“감독님이 자신이 그린 서린의 모습과 제가 많이 닮아있다고 하셨다. 저를 원한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영화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도 크다. 제 이름이 첫 번째로 나가고 제가 주인공으로 이끄는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까 어느 때보다도 잘 됐으면 좋겠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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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이야기는 빈번하게 들을 수 있지만, 막상 그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보기란 쉽지 않다. 성범죄로 인해 피해자들이 겪는 아픔과 트라우마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이유영은 한서린의 상황에 어떤 식으로 공감했을까.

“주변에서 그런 일을 본 적도 있고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식 불쾌한 순간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피해자들의 본인 심정을 적어놓은 책을 참고했었는데 너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여성분들인데도 속은 그게 아니더라. 트라우마에서 평생 못 벗어나고 툭 건드리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픔이 있었다. 제가 예전에 너무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정신적으로 힘들다가 그게 신체적으로 온 적도 있었다. 극중 서린이가 차에서 숨을 잘 못 쉬고 경직돼서 쓰러지기까지 하는데 제가 그런 증세를 실제로 겪은 적이 있다. 내가 겪었던 아픔을 활용해서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연기한 김희원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신인 배우들이 대부분인 ‘나를 기억해’ 현장에서 베테랑 배우 김희원의 존재는 큰 힘이 됐고 이유영은 끊임없는 질문과 고민으로 자신의 연기를 다듬어갔다.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희원 선배님께 연락이 왔다.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네가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재밌는 영화 같이 만들어보자고 하셔서 희원 선배님을 믿고 하게 됐다. 희원 선배님은 연기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너무 실제 같고 영화 전체를 꿰뚫어보시더라. 제가 얘기를 많이 듣고 따랐다. 저는 제 생각에만 갇히는 걸 안 좋아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항상 물어본다. 촬영할 때마다 제 연기를 다른 분한테 시켜보기도 하고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희원 선배님한테 의지를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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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뿐만 아니라 청소년 범죄와 아동학대 등 ‘나를 기억해’가 시사하는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청소년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처음 느끼게 됐다. 가치관이 확립되기 전인 아이들이 무시무시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니까. 교육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에 관심이 생겼다. 사실 남의 일에 관심을 안 갖고 사는 성격인데 주변도 둘러보고 남들을 많이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현실이 더 무섭다고 하더라. 그런 것들은 어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극 중 한서린은 과거에서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김진호’에게서 끊임없이 고통 받는다. 한서린과 연결돼있는 김진호는 곧 우리 사회에 숨어있는 많은 성범죄자들을 대변하기도 한다. ‘나를 기억해’를 볼 수도 있는 또 다른 김진호들에게 이유영이 해주고 싶은 말은 뭘까.

“그런 사람들이 영화를 본다고 뭘 느낄까 싶다.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느끼셨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죄책감 정도는 느꼈으면 한다”

이어 여전히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을 성범죄 피해자들, 수많은 한서린에게도 따뜻한 한 마디를 전했다.

“얼마 전에 ‘아름다운 여자는 상처를 숨기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었다. 너의 과거를 수치라고 생각하지 말고,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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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오아시스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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