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연예퍼즐] 권력자들에 의한 연예계 ‘성접대’의 실상
2018. 05.08(화) 09:32
영화
영화 '노리개'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사전에서는 “손님을 맞이하여 음식 등을 차려 모시거나 시중듦”을 ‘접대’(接待)라고 이른다. ‘접대’ 앞에 ‘성’(性)을 붙이면 ‘성접대’(性接待)란 복합용어가 되는데, 이를 사전에서는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하여 권력이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에게 성적 향응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접대’의 영어 표기로는 ‘entertainment'가 가장 비중 있고 흔하게 쓰이며, 이밖에 ‘reception', 'treat', 'serve' 등도 쓰인다.

우리에게는 ’연예‘(演藝)로 번역되는 'entertainments'가 ‘접대’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다. 대중적인 연기나 노래, 춤, 만담, 마술 따위를 관중 앞에서 공연하는 일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접대’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접대’는 ‘섹스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영어로 ‘성접대’는 'Sexual hospitality', 또는 'Sexual favors' 등으로 쓰며, 어느 경우에도 'entertainment'를 쓰지 않는다. ‘엔터테인먼트’가 긍정적 의미로 사용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연예계의 접대가 우리 눈에 부정적인 측면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접대’의 부정적 이미지는 빨리 씻어내야 한다. 연예계에서는 참기 힘든 모욕적 해석이다. 특히 ‘성접대’는 그렇다. ‘미투운동’이 불같이 일어나고, ‘고 장자연 성접대 의혹’에 대해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재조사를 검찰에 권고하기로 결정한 것도 ‘접대’의 잘못된 인식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아주 희망적이다.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하여 권력이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에게 성적 향응을 제공하는 일”을 ‘성접대’라 했다. 연예계에서의 ‘성접대’라면 여기서 ‘권력이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일까.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소위 ‘권력형 성폭력’을 자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연예계에서의 ‘성접대’와 ‘권력형 성폭력’은 별개가 아니다.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 연예인 스스로 ‘성접대’에 나섰다는 ‘합의된 관계’, ‘의도된 유혹’ 등의 수사는 ‘갑질’하는 권력자들의 비겁한 자기변명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임다혜 연구원은 “성접대와 권력형 성폭력의 문제는 ‘권력’을 이용하여 성적 행위의 제공을 ‘유인’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유형의 범죄이다.”라고 진단한다.

최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주관한 정책토론회 ‘뫼비우스의 띠로 얽힌 성접대, 성폭력, 성매매-미투 운동 속에서 본 침묵의 카르텔’에 참여한 다음소프트 권미경 이사가 주목할 만한 통계 자료를 내놓았다. 권미경 이사가 지난 7년간 트위터에서 약 170억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성접대, 성상납의 이슈가 있는 경우 ‘연관어’는 고위층, 경영자, 간부, 감독, 연예인, 술접대, 스캔들 등이었다. 권미경 이사는 “이 데이터가 보여주듯 문화예술계, 특히 연예계는 성접대와 관련해 오랫동안 의혹과 문제 제기가 있어온 곳이다. 하지만 연예계가 특별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연예계 성접대가 권력자들에 의한 유인전략의 산물이란 사실은 또 다른 통계 자료에서도 입증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여성연기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기자 지망생들은 연예계 입문 전부터 “연예계에서 성공하려면 ‘성접대’가 필요하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본인은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연예계 분위기가 성접대를 당연시 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권력자들이 권력을 이용하여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하고 있으며 그 덫에 지망생들은 걸려들고 있는 현실이다.

이 실태조사의 ‘연예계 부당한 문화적 관행에 대한 인식’ 항목에서 지망생들 중 73.4%가 “유력 인사의 요구에 응하면 스타가 용이하다”라고 응답했다. “술시중이나 성상납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당한다”라고 생각하는 지망생도 74.3%나 되었다. 또 “술시중이나 성상납은 연예계의 관행이다”라고 인식하는 지망생도 72.2%에 이르렀다.

연기자 지망생들은 “얼굴을 알리기 위한 술자리 참석은 중요하다”(77.6%), “공식적 오디션보다 비공식적 미팅이 캐스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87.3%)라고 생각하는 등 부당한 문화적 관행에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권력자들의 성접대 함정에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연예계 풍토가 조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주우 사무국장은 “연기자들은 ‘선택되어야 하는 입장’에 있고 언제라도 배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계에 의한 성폭력과 접대가 일상화되어 왔다”라면서 “특히 일부 연출자들은 성접대를 요구하며 그것이 실행되지 않았을 때엔 ‘이유 없는 반복 촬영’, ‘배역 축소’ 등의 각종 괴롭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 압박한다.”라고 말한다.

실태조사 결과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성을 담보로 생계(일)와 직결된 압박을 받는 상황임에도, 성접대 혹은 성상납이라는 개념은 마치 성을 제공한 사람(피해자)이 ‘주체성’을 가지고 행위에 참여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낳고 있으며, 다시 말해 성폭력을 교묘히 숨기기 위한 말이다.”로 정리된다. 연예계 성접대 구도가 성적 행위의 상대방이 된 여성연예인들을 ‘이득’을 얻는 사람들로 설정하고, 강압이 행사되는 경우에만 ‘피해자’로 인정하는 법률적 구도와 사회적 인식 변화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은 ‘접대’의 대상이 아니다. 어떤 이득을 주고받는 ‘거래’의 대상도 아니다. 특히 대가를 전제로 한 ‘뇌물’은 더더욱 아니다. 성은 ‘인권’이며, 개인에게 있어서는 ‘목숨과도 같은 자존심’이다. 연예인은 자유로운 영혼을 앞세운다.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사소한 ‘성적 관계’(Sexual relations)도 주목을 받는다. 따라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일지라도 ‘성적 관계’는 ‘사랑과 존중’이 전제되어야 한다. ‘미투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필요하다. 어떻게 권력이 쓰이고 있는지, 그로 인해 무엇이 침묵되고 있는지, 지금 보이지 않거나 교묘히 다른 말로 포장되고 있는 또 다른 연예계 성범죄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논의는 이어져야 한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노리개'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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