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릴남편 오작두’ 유이, 서른 살 성장통을 겪고 만난 힐링 [인터뷰]
2018. 06.11(월) 10:30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남녀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는 ‘데릴남편 오작두’는 자극적인 내용 없이 따스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얻었다. 주인공 한승주로 분했던 유이 역시 ‘데릴남편 오작두’로 아팠던 마음을 치유했다.

지난달 종영한 MBC 토요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극본 유윤경 연출 백호민, 한진선)에서 유이가 맡았던 한승주는 30대 중반의 외주 프로덕션 PD. 비혼을 선택하며 당찬 커리어우먼으로 지내왔던 한승주는 유일하게 의지했던 고모의 고독사와 살인사건 목격 이후 공황장애를 겪게 된다.

‘데릴남편 오작두’의 종영 인터뷰를 위해 시크뉴스를 만난 유이는 이번 작품을 자신 또한 심적으로 힘들었던 상태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종영한 KBS2 드라마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극본 이재곤 연출 박만영, 유영은)의 저조한 시청률 때문이 아니었다. 이른 나이에 데뷔한 후 쉼 없이 달려왔던 그가 인생을 되돌아보고 느낀 일종의 회의감과 반성이었다.

“31살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잖아요. 저는 제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해왔고 서른 살엔 ‘많이 이뤄놨겠지’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하나도 없더라고요. 유이 아닌 김유진의 삶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무너지고 있었고요.”

유이는 어렸을 적부터 단체생활을 해왔고 그룹 애프터스쿨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를 ‘개인적인 사람이 아닌 단체의 일원’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상태는 중요하지 않다고 자각하고 있었고 스스로를 미워했다.

심지어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의 주위를 둘러보니 남은 것이 없었다. 유이는 ‘일도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즈음에 ‘데릴남편 오작두’를 만났다. 앞서 타 배우가 출연을 고사한 작품에 들어간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대본의 첫 장에 적힌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는 그냥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뭘 잘못했는데’가 유이의 마음을 요동케 했다.

“사실 ‘맨홀’ 끝나고 많이 쉬려고 했어요. 그런데 한승주와 제가 너무 비슷했어요. ‘그러니 한 번 해볼까’가 아니라 ‘얘는 어떤 마음일까. 한승주는 이렇게 해서 오작두를 만나 살아남는데, 나는 지금 이렇게 힐링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이번 작품을 선택할 땐 배우 유이의 커리어가 아닌 사람 김유진의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이기적인 김유진의 생각’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만큼 유이에게 또 김유진에겐 절박했다. ‘데릴남편 오작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만난 마지막 희망이었다.

“저는 매번 연기를 할 때 스스로 잘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저도 제가 부족한 거 아니까요. 저는 최선을 다하고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어요. 캐릭터에 너무 몰입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한승주와 제가 합쳐져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공황장애 연기를 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차안에서도 많이 울었고 극 중에서 오작두를 찾으러 간다고 산에 갈 땐 저도 나름 힐링이 됐어요. 그렇게 작품을 찾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조금은 느껴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이것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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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남자 없이 잘 살던 한승주가 일련의 사건들을 겪게 되고 주변에선 ‘네가 결혼을 했어야 해’ ‘남자가 있어야 해’라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반면 남자가 필요하지 않았던 한승주는 남자를 사는, 데릴 남편으로 계약 결혼을 시작했지만 오작두의 순수함과 올곧은 사랑에 힐링을 받았다.

“한승주의 힐링에 저도 약간 공감을 했어요. 그런데 부정적인 시선이 섞인 대사들이 참 화가 나더라고요. ‘결혼 안 한 게 죄야?’라는 마음이었죠. 진짜 오작두 같은 남자가 있고 저도 사랑을 느낀다면 결혼을 하겠죠. 하지만 없잖아요. 결혼을 강요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도 ‘작두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였지 ‘결혼이 필요해’가 아니었으니까요.

절망적이었던 유이가 한승주를 만나고 힐링을 하기까지에는 한승주라는 캐릭터와 극의 흐름, 그리고 상대역이었던 김강우의 몫이 컸다. 유이에겐 연기 대선배인 김강우는 유이의 부족함을 먼저 캐치해 조언을 해줬고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촬영 스케줄에 ‘우리 (한)승주 없으면 안 되지’라는 장난 섞인 진심의 말들로 힘을 북돋았다.

“김강우 선배님과 함께 호흡을 맞출 때는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죠. 선배님이 ‘연기자는 상대방이 연기를 할 때, 시청자가 들었을 때 감동이 와야 하고 들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해주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감사하고 끝난 게 아쉽기도 해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한 유이는 인터뷰 당시 “한승주를 떠나보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데릴남편 오작두’의 의미는 상당했으며 한승주는 그 이상이었다.

“마지막 촬영 때 ‘뭘 울어’라고 했는데 갑자기 메인 조연출이 저를 보고 울더라고요. 저도 그 예쁜 드레스를 입고선 엉엉 울었어요. 이 작품은 저랑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런지 떠나보내기 보다는 제 마음 속에 묻어놨어요. 같이 호흡했던 배우들과도 메신저로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저희 ‘데릴남편 오작두’팀은 가족같이 영원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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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는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까메오 출연을 시작으로 1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해 주연의 자리를 꿰찼다. 그럼에도 연기가 재미있다고 말하기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표했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고 약점을 알고 있으며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는 발음을 당연히 고쳐야한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항상 체크하고 있어요. 이게 당연한 게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봐야하는데 제 연기를 보면서 ‘왜 저래’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의 문제기 때문에 흐름을 깨면 안 되니까 고치려고 하고 있죠.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겠지만 흐름을 깨지 않은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유이가 바라는 미래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일까. 그는 10년, 20년 뒤의 거창한 모습보다도 현실에 충실하고자 했고 소박하지만 옹골찬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또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고 감사히 여겼다.

“예전에는 10년 후, 20년 후의 목표가 있었고 거창했어요. 상 받기 이런 거요. 또 일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도 못했어요. 그냥 ‘오늘 또 눈 떴네’ 이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목표가 작아졌고 이렇게 작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도 행복해요. 나를 좀 더 사랑하기,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말기가 목표에요. 제 일을 사랑하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고요. 나를 사랑하고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는 김유진, 유이가 됐으면 해요.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나아지는 사람이었으면 하고요. 그게 전부에요.(웃음)”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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