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녀’ 조민수 “내겐 선물 같은 작품, 다음 선물을 기다려” [인터뷰]
2018. 06.28(목)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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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4년 만에 컴백한 배우 조민수에게 ‘마녀’는 선물과도 같았다.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기에 임하면서 수많은 캐릭터로 분했던 그녀였지만 이번 ‘마녀’의 닥터 백처럼 강렬했던 인물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에서 조민수는 닥터 백으로 분한다. 상세한 설명은 없지만 주인공 구자윤(김다미)와 깊은 관계로 형성 돼 있다. 구자윤을 죽이라고 명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따스한 눈빛에선 모성애가 느껴지고 뜻하지 않게 다시 만났을 땐 반가운 마음이 깔려있다.

이후의 닥터 백은 극이 중반부를 넘어서야 찾을 수 있다. 구자윤이 죽은 줄로만 알았던 닥터 백은 어느 날 갑자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나타난 구자윤을 보고 찾기 시작한다. 초반엔 다소 느리게 전개되는 것을 보곤 조민수는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대본을 보고 촬영을 하면 제 나름 그린 그림이 있을 거잖아요. 뒤의 호흡은 빨랐는데 맨 처음엔 속도감에서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제가 촬영한 현장과 다른 속도니까요.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이게 박훈정 감독 스타일이구나. 철저하게 1, 2부로 나눠지니까요. 뒤를 위한 서사였죠.”

이는 구자윤의 가족과 명희(고민시)가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두드러진다.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에 일시정지가 된 듯 행동과 말을 멈추고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이의 정적을 깨는 것이 명희다. 33년의 연기 경력을 가진 조민수가 해석한 ‘마녀’의 이 장면은 차별화였다. 본인이었다면 감독과 다른 선택을 했겠지만 자신의 뜻대로 했다면 그것은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이 없을 터였다.

“움직임도 없이 살아있지 않은 느낌이었죠. ‘이 느낌 뭐지’ 했는데 그게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공포감을 준 거였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보이니까 감독의 색깔이라고 이해했죠. 글로서 보여준 것을 그렇게 자기 얘기를 한 것이라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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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후반에 닥터 백이 구자윤에게 작품의 세계관을 긴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는 것도 이해했을까. 이에 조민수는 솔직하게 “연기하기에도 힘들었다”고 밝혔으며 대본으로 처음 접했을 땐 공포로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같이 연기를 하는 상대가 없이 좁은 공간에서, 모니터를 바라만 보고 혼자 연기하기에 갑갑함도 느꼈다.

“대본에는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얘기하는 거였어요. 시뮬레이션을 해보니까 갑갑증이 오더라고요. 어떻게 살아있게 해야 하나 싶었고 감독에게 제 계산대로 움직이고 길게 설명할 테니 알아서 편집하라고 했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제가 이해를 할 수도 없었을 것 같고 호흡도 끊길 것 같았거든요. 연기는 재밌게 했어요. 구석구석 다 사용하고 싶어서 이 무대를 어떻게 사용할까싶어서 눈을 감고 그려보고, 다녀보고 했어요. 연극 같은 느낌이었죠. 행복했어요.”

조민수가 가진 모든 것을 표현한 닥터 백은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친다. 상대를 제압하기에 많은 대사가 필요하지도, 거친 액션을 요구하지도 않을 만큼 걸크러시를 발산한다. 그는 매력적이고 새로운 캐릭터를 찾기 위해 4년을 기다린 것 보다는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그동안 시나리오가 안 들어왔는데… 모르겠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편집에서 잘리면 연기를 못했구나 싶고 안 찾으면 배우로서 아닌가보다 해요. 쉬는 동안 작품을 하려고 했다면 했겠죠. 욕심 때문이에요. 연기가 소비되면 대중이 연기자에게 바라는 것이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못했죠. 힘이 있을 때 소비를 아꼈다가 좋은 작품 있으면 소비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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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수가 ‘마녀’를 선물이라고 표현한 데엔 이유가 있었다. 시나리오상 남자였던 캐릭터를 박훈정 감독이 일면식도 없었던 조민수에게 제안했고, 결국 여자 닥터 백이 탄생했다. 조민수는 박훈정 감독이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힘들었음을 알고 있었다.

“박훈정 감독님이 쓴 캐릭터가 있을 텐데 그것을 저로 뒤집은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 그러니 저한텐 선물이죠. 그게 행복한 것 아닐까요? 이럴 때마다 전 행복해요. ‘괜찮아 민수야. 그래도 살만해’하는 느낌이랄까요. 다음 선물도 기다려요. 계획은 없지만 그냥 또 이렇게 흘러가다가 나를 힘들게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들면 고민이 행복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겪을 것 같아요.”

1986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해 지금까지 임하고 있는 배우라는 직업은 조민수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몇 분간 생각을 정리하다 말문을 열었다.

조민수는 자신이 연기자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순간에 배우의 역할을 다시 정의했다. 연기의 피드백이 즉시 나타나지 않았던 그때, 가수처럼 대중에게 연기로 힐링을 선사하고 싶었다. 간절함이 절박해지자 신께 기도하며 죽을 때까지 가슴 뛰는 연기를 해달라고 빌었다. 캐릭터를 통해서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싶었고 누군가가 자신의 연기를 보고 느끼고 작은 것 하나라도 의미를 주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진심이여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조민수를 바라보는 사람한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요. 살면서 앞으로 몇 작품을 더 하겠어요. 열 작품도 안 할 것 같은데. 여태 일 년에 한, 두 작품만 했으니까요. 제가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에너지 쏟을 수 있는 게 열 작품이라고 봐요. 하나하나가 기회처럼 있기 때문에 그걸 다 임하는 게 연기자로서의 제 모습인 것 같아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엔터스테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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