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산' 이준익 감독 "박정민-장항선-김고은의 관계, 용서받으려면 용서해야" [인터뷰②]
2018. 06.29(금) 18:35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자. 때론 실패하더라도 실패가 두려워 머뭇거리며 세월 낭비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도전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이준익 감독의 용기의 원천이다. 끊임없이 다양한 소재에 도전한 이준익 감독이 이번엔 ’힙합‘이라는 소재에 과감히 도전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이준익 감독을 만나 영화 '변산‘(제작 변산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변산'은 꼬일 대로 꼬인 순간, 짝사랑 선미(김고은)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된 학수(박정민)의 인생 최대 위기를 다룬 유쾌한 드라마다. '힙합' '청춘' 등으로 홍보됐지만 실은 그 안의 휴먼드라마가 중심이다.

‘변산’에서는 주인공인 학수(박정민)와 그의 아버지(장항선) 사이의 갈등과 용서를 다룬다. 관객 입장에서는 갈등과 용서의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에 말이 안 되는 행동이라 생각하거나 반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주인공에게 동의하건 그 반대가 됐건 판단은 관객의 몫이겠으나 감독 입장에선 어떤 관점을 갖고 영화를 연출한 것인지도 궁금했다.

“반드시 때려야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제발 아들, 날 때리라’며 아들이 자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다음 자신을 타고 넘어가 더 큰 산을 넘어가라고 절규하듯 말한다. 코미디라 관객이 웃지만 간절하게 다른 톤으로 했으면 관객은 학수의 의지로 때린 건지 아버지의 의지로 때린 건지 의심하지 않았을 거다. 심지어 더 이상한 건, 아들이 아버지를 때린 것에 대한 의아함보다 ‘저런 아버지를 용서한다면 아들에게 동의가 되느냐’를 보면, 이해가 안 된다. ‘이상하다. 이거 어떻게 용서가 되냐?’라고 묻는 이도 있었다. 옳고 그름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관점 차다. 감독은 그 관점이 개연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증명해야 하는데 나는 있다고 생각하고 표현한 거다. 아버지가 ‘제발 때리라’고 하기 전, 선미(김고은)가 학수의 따귀를 때리며 ‘넌 정면을 안 본다’라고 하는데 아버지의 잘못을 용서 못한 학수의 모습이었다. 용서해보지 못한 인간이 남에게 용서받기 바라는 것 그 자체가 너무 슬픈 일이다. 용서받으려면 용서해야 상호거래가 형성된다. 학수 아버지를 용서해야 학수도 선미에게 용서받을 것 아니냐.”

영화는 부자관계를 다루는 동시에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서도 다룬다. 선미에게 학수는 첫사랑이다. 이 감독은 이 영화뿐만 아니라 그의 전작에서도 남녀의 사랑에 있어 정신적인 유대를 중시했다.

“그것(정신적 유대)이 관계에 있어 소중히 간직해야할 아름다운 가치의 하나라 생각한다. 어려서 서로 마음을 주고받은 그 순간, 상대를 사랑하는 순간의 나를 사랑하는 그 정도에 머물렀다. 선미는 학수가 쓴 시인 ‘폐항’의 육필원고를 발견했다. 지금의 학수는 더 이상 자신의 첫사랑이 아니라 할 정도지만 그 육필원고를 통해 문학적 교감이 가지는 게 있다. 학수가 악행을 좀 저질러도 선미는 연민이 간다. 인간 순수성의 가치를 품고 있단 건 자신이 행복한 일이다. 선미는 그 행복함을 갖고 소설을 쓰고 ‘내일의 작가상’도 받는다. 얼마나 좋으냐. 학수가 쓴 두 줄짜리 시 하나 붙잡고.”

영화에서 학수가 학창시절 쓴 ‘폐항’은 짧지만 마음을 울리는 시다. 극 중 인물들의 마음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까지 울릴 정도인 이 시는 작가가 직접 썼다.

“원준(김준한)이 ‘얘 천재네’하고 가져갈 만 하잖느냐? 시나리오를 쓴 김세겸 작가의 고향인 전북 부안군에 줄포라는 포구가 있다. 일제 강점기에 번창했는데 사람이 다 떠나고 폐항 됐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이 ‘선셋 인 마이 홈타운(Sunset in My Hometown)’인데 고향이 물리적인 공간이자 마음의 공간이다. 그게 학수에게는 변산이다. 난 서울이 고향인데 부모님 고향인 경상도에서 항상 방학을 보냈다. 그런데 영화는 항상 전라도 배경으로 찍게 되더라.(웃음)”

그는 ‘변산’의 주인공이 청춘이지만 영화 자체는 청춘 영화라기보다 휴먼드라마라 설명하며 영화가 청춘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자신이 부여하는 것 역시 오만한 태도라 생각했다.

“의미는 부여받는 거지 감독이 부여하는 게 아니다. 청춘에게 ‘이런 의미를 부여하려 영화를 찍었다’라고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오만한 거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거다. 그게 영화의 의미다. 그냥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변산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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