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녀’ 박훈정 감독, n차 관람 부르는 영화 해설서 [인터뷰]
2018. 07.02(월) 16:22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영화 ‘신세계’ ‘대호’ ‘V.I.P.’ 등의 작품에서 메가폰을 잡았던 박훈정 감독이 ‘마녀’로 돌아왔다. 남성향 느와르를 주로 선보이던 그는 이번에 방향을 틀어 여자 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철학적인 의미를 담았다. 박훈정 감독이 영화 곳곳에 숨겨놓은 의미들을 알게 된다면 ‘마녀’의 속편 ‘충돌’을 기다리게 될 터다. 그러나 아직 ‘마녀’를 만나지 못한 예비 관객이라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최근 시크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마녀’의 각본, 제작, 감독을 맡은 박훈정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녀’는 수많은 이들이 죽은 한 시설의 사고 현장에서 탈출한 자윤(김다미)이 기억을 잃은 채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자한 노부부의 보살핌 아래에서 살아가던 고등학생 자윤은 귀공자(최우식)와의 만남 이후로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

영화는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생체실험 흑백 영상으로 막을 올린다. 극의 주인공들이 아닌 실제 역사 속의 한 장면으로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관객일지라도 고대부터 현대사까지의 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전개될 ‘마녀’의 내용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지만 이는 예고 역할만 하지 않는다.

“흑백 영상들은 다 실제 있었던 사건들이죠. 앞쪽 사진들은 고대, 중세, 조정하는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흑마술, 마녀사냥 그 이후로 넘어가면서 나치가 했던 여러 실험 중 아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관동군이 했던 실험 중 소 뇌를 사람 뇌에 이식하는 것, CIA의 ‘MK 울트라 프로젝트’, 인간 개조 실험 등을 넣었어요. 이런 일들이 영화나 만화에서만 있을 것 같았지만 실제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앞에 넣은 거예요. ‘마녀’가 만화 같은 영화지만 ‘실제로 인간은 이런 짓들을 했어’라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일은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비밀리에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죠.”

피가 낭자한 시설에서 어린 자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극적으로 탈출한다. 그러나 같은 시설에서 길러진 귀공자(최우식)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미스터 최(박희순)에게 자신이 구자윤을 찾으러 가겠다고 의사를 표한다. 미스터 최는 “네가 어디라고 쫓아가”라며 귀공자의 뜻을 무시한다. 귀공자는 구자윤을 쫓아가겠다는 핑계로 자신 역시 탈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귀공자도 탈출하고 싶었을 수도, 아님 미스터 최와 닥터 백에게 신임을 얻기 위해 진짜 잡아오겠다고 한 것 일수도 있다고 봐요. 어떤 걸로 봐도 이해는 되잖아요. 다만 귀공자도 처음부터 악하게 자란 캐릭터라고 설정했어요. 자윤은 악하게 태어났는데 선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있었고 귀공자는 자윤과 동일하게 태어났지만 선하게 살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거죠. 이름도 귀공자스럽게 살지 않았지만 반대되는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서 ‘귀공자’라고 지은 것이 아니에요. 어릴 때 아이들이 시설에서 이름 대신 번호로만 불리니까 별명 같은 거죠. 자윤에게 붙은 마녀도 그렇고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자윤의 양부모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일 소 값이 폭락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당장의 사료도 구입하기 어려운 판국에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중 흘러나오는 뉴스에서는 ‘소 값이 또 폭락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헤드라인 아래로 지나가는 자막에서는 ‘아이 실종’ 뉴스가 간결하게 보도된다. 자윤이 시설을 탈출하고 나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린 것일까.

“자막은 직접적인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우리나라에 실종 아동이 많잖아요. 해외로 입양 보내는 아이들도 많고. 그런데 그 이후엔 그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는 관심도 없죠. 그랬기 때문에 극 중 본사가 한국에 시설을 둔 것도 그런 의미에요. 왜냐면 유럽 선진국이나 이런 곳에서는 아이들의 인건을 중요시해서 입양을 보내고 나면 어떻게 지내는지 계속 추적을 하고 애가 없어지면 더욱 난리가 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런 시설을 두기엔 한국만한 곳이 없다고 본사가 생각한 거죠.”

구자윤 앞에 갑자기 나타난 건 귀공자뿐만이 아니다. 미스터 최는 닥터 백에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표면상에 드러나지 않는 세력 싸움으로 미스터 최와 닥터 백의 구도에선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박희순은 자신이 맡았던 미스터 최를 “구자윤, 귀공자가 2세대라면 자신은 1세대”라며 “좀 더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는 영화에서 좀처럼 확인하기 어렵다.

“‘마녀’의 이번 편은 사실 자윤을 설명하기 위한 내용들이어서 주변부 인물들에 대한 전사가 많이 제거가 돼 있는 상태에요. 미스터 최의 인간적인 면모가 없긴 하죠. 1세대인 미스터 최는 구자윤, 귀공자처럼 유전자부터 만들어진 아이가 아니라 한국에 있는 군인 출신이에요. 성인 중에 능력이 좋은 군인들을 선발해서 뇌만 가지고 뇌수술을 해서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한 거죠. 그걸 닥터 백이 말을 하긴 하죠. ‘뇌만 가지고 하려고 했던 너네와 다르다’고요. 유전자에 대해서 구분 지어주는 설명이 그래서 나오는 거예요.”

극 후반부 귀공자의 일당과 미스터 최와 대립하는 구자윤은 연신 미소를 띠우며 한명씩 처리한다. 큰 스크린에 꽉 찬 구자윤의 묘한 미소는 기분 나쁜 불쾌감을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섬뜩한 분위기도 조성한다.

“귀공자와 싸우는 게 재미도 있고 ‘오랜만에 몸 푸네’하는 의미에요.(웃음) 사실 자윤이가 그 무리들을 죽일 거였으면 진즉에 죽일 수 있었다고 봐요. 아예 상대가 안 되는 아이잖아요. 그 웃음이 ‘너는 내 상대가 아냐’하는 의미인거죠.”

‘마녀’의 말미 닥터 백과 똑같이 생긴 의문의 여성이 닥터 백을 ‘언니’라고 칭한다. 연신 어둡고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범접할 수 없었던 미스터 최와는 달리 밝고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장소 역시 마찬가지다. 어두운 지하실, 동트기 전 새벽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창밖의 풍경이 탁 트이고 밝은 공간에서 화이트 터틀넥을 입고 구자윤과 마주한다.

“그 여성은 쌍둥이 동생이 맞아요. 동생에 대한 설명은 시리즈가 계속 되면 나오겠지만 살짝 설명을 하자면 원래 불임부부가 난임 시술을 하면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이 커요. 인위적인 것들을 조작하면 쌍둥이가 태어나는 거죠. 닥터 최와 동생의 부모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죠.(웃음) 닥터 최와 동생이 다르다고 설정한 것보다도 둘의 환경은 전혀 달라요. 닥터 백은 어둡고 무겁고 잔인한 공간을 지휘하는 사람이에요. 그러다보니 어둡게 표현이 되고 동생은 한 발 물러나서 전체를 지휘하는 사람이니 여유롭고 환경 자체가 다르죠. ‘마녀’는 환경에 따라서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많아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단순히 여성 액션 히어로물에 그치지 않는 ‘마녀’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성선설, 성악설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성격, 그럼에도 본성을 지니고 있음은 구자윤과 귀공자를 포함해 그 외 인물들을 통해 설명해준다. 박훈정 감독은 개봉 전 시사회에서 “저답지 않게 철학적인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지만 그는 중학생 때부터 이를 꿈꿨다.

“처음 관심은 중학생 때였어요.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태어나는 건지, 세상을 보면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을 보면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괜찮은데 나중에 보면 또 아닌 것 같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저 사람이 과연 처음부터 저랬을까’ 아니면 무엇 때문에 저렇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거든요. 거기서부터 동양철학에 빠지게 됐고요. 또 그 시절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 봤는데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그걸 보면서 ‘나중에 이런 걸 가지고 만화 같은 영화를 꼭 해야지’ 했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고 나도 모르게 발현이 된 듯 한 기분이 드네요.”

그럼에도 가볍게 ‘마녀’를 보기만 한다면 박훈정 감독이 밝힌 내용을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영화의 전반부 서사가 천천히 흐름에도 불구하고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많고 또 후반엔 극의 캐릭터가 직접 설명하기도 한다.

“철학적인 내용을 영화에 담긴 담되 보이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우선 영화는 재밌어야한다는 생각이거든요. 재미가 있고 난 다음에 생각할 거리가 있는 건 생각하는 거니까요. ‘마녀’는 재밌으라고 만든 영화에요. 일단은 저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하게 만들었고요. 한국에서는 이러한 영화들의 이야기 흐름 구성이 지금까지는 잘 안 됐으니 정서적으로 안 맞는 분들은 안 맞을 수도 있다고 봐요.”

‘마녀’의 속편까지 염두를 하고 제작한 박훈정 감독은 현재 2부의 스토리 작업과 이야기 설정이 정리가 돼 있는 상태다. 또한 누구를 다시 살리고 새로운 인물이 나올지도 정리가 돼 있다. 그럼에도 ‘이제 개봉했으니 앞서나갈 필요가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취했다.

“속편에서는 자윤이 시설을 탈출한 날 무슨 일이 있었고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들어가는 내용이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바로 준비를 할지는 모르겠네요. ‘V.I.P.’에 이어서 바로 ‘마녀’를 해서 휴식을 취하고 싶으면서도 또 마냥 쉬고 싶지는 않아요. 시간을 갖고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보려고 해요. ‘마녀’는 이미 제 손을 떠났고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마케팅, 홍보, 배급팀에 맡기고 전 월드컵을 즐길 거예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기사제보 news@chicnews.co.kr

이슈포토

데님 핫 트렌드
보고 싶잖아 "그거"
로맨스 위 브로맨스
천차만별 남자슈트
센치한 블라우스
알듯 모를 듯 커플룩
원피스 로망 혹은 원망
"바람의 여신" 바람과 함께하는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