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산’ 박정민, 무명 래퍼 심뻑이 되다 [인터뷰②]
2018. 07.09(월) 16:10
시크뉴스 포토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변산’은 이준익 감독에게 도전과 같은 영화다. 극 중간 중간 주인공이 랩을 하고 마지막엔 커튼콜 형식의 에필로그가 나온다. 박정민 에게도 이 영화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이 영화를 하기로 한 뒤 한 말이 그의 심경을 대변한다.

“잠깐만, 이거 큰일 났는데?”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박정민을 만나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 제작 변산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과 그의 연기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변산'은 꼬일 대로 꼬인 순간, 짝사랑 선미(김고은)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된 학수(박정민)의 인생 최대 위기를 다룬 유쾌한 드라마다. 학수는 6년째 랩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무명 래퍼 학수, 이른바 심뻑 역을 맡았다.

박정민은 ‘변산’의 시나리오를 보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막상 영화를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연습할 것들을 짚어본 그는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투리 랩 연기, 작사, 댄스, 탭댄스. 그가 이번 영화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다.

“시나리오 볼 땐 ‘재미있네’ ‘웃기네’ ‘랩도 하는데? 하하’ 했다. 영화를 하겠다고 하고 본격 캐스팅이 다 됐다. ‘대본을 본격적으로 볼까?’하며 ‘랩 연습해야 하는데’ 하다 보니 그때 할 게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연기한 학수는 6년째 랩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무명의 래퍼지만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춰야 했기에 1년 전부터 랩을 연습하고 가사를 썼다. 영화 크랭크인 2개월 전인 지난해 7월부터 후반 작업이 진행된 최근까지 약 1년 동안 랩을 연습하고 음악 작업을 해왔다. 촬영 스케줄이 끝나면 학수의 감정선을 떠올려 가사를 써 내려가고 래퍼 얀키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랩을 연습했다.

“막무가내로 한 것 같다. 뭘 잘 알질 못하니까. 프로 래퍼가 했으면 더 짧게 걸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난 모르니까 꾸역꾸역 해냈다. 한 글자 넣었다 빼고 두 글자 넣었다 뺐다. 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래서 1년 정도 걸린 걸 거다. 중요한건 학수 마음, 상황이었다. 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감을 잡아갔다. 영화를 보면 쇼미더머니 3차에서 미처 부르지 못하고 떨어진, 어머니에 관한 랩이 있다. 학수의 어머니가 고등학교 때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정도의 정보밖에 없어 얀키가 만들기에 무리가 있었다. 내가 글로 학수가 어떻게 살았고 어머니는 어떤 사람인지 써서 가사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과정을 거치려 했다. 쓰다 보니 내가 가사로 좀 쓰고 싶어 가사로 쓰게 됐는데 감독님이 얀키에게 보여주니 얀키가 ‘괜찮다. 이대로 가도 되겠다’ 했다. 그 다음부터 내가 쓰게 됐고 학수의 독백 같은 대사들을 내가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해 내가 쓴 거다.”

에필로그에는 군무가 나오는데 박정민은 군무 뿐만 아니라 탭 댄스까지 춘다. 다른 동료들과 댄스를 연습한 뒤 홀로 탭 댄스를 연습해야 했다.

“친구들과 춤 연습하고 홍대 가서 탭댄스까지 추고 갔어야했다. 사투리도 연습하고 기타치고 노래도 불러야 되고 이래저래 연습할 게 많았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피아노도 연습했고 이제 (‘타짜3’를 위해) 카드도 배워야 한다. 운 좋다고 생각한다. 장기는 아니지만 기술 하나 배워놓는 거잖나. 할 땐 엄청 괴롭지만 끝나고 나면 그래도 ‘나한테 아주 작은 재주가 하나 생겼구나’한다. 집에서 할일 없을 때 해볼 수 있는 기술과 취미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 ‘전설의 주먹’(2013) 땐 덕분에 복싱에 흥미가 생겨 작품이 끝나고 2년 정도 더 했다. 피아노도 가끔 앉아서 잘은 못 치는데 뚱땅거린다. 랩도 얀키 형이 잘 안 쓰시는 묵혀둔 비트 몇 개 받아 혼자 써보고 해보는데 재미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얀키와 작업한 결과물을 ‘Byunsan Monologue’라는 이름의 음원으로 출시했다. 박정민이 랩과 작사를, 얀키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총 9곡의 수록곡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에서 'Done' 'Hero'는 뮤직비디오를 선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Hero'는 박정민이 직접 연출 기획 작사 출연 편집 의상 소품 랩 안무 등 모든 것을 소화하는 ‘능력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영화를 하나 해서 길이 좀 더 쉽게 열리게 된 것 같다. 영화지만 음원도 내고 뮤비도 내게 되고. 이걸 하려고 몇 년 동안 랩만 한 사람도 있다. 책도 같다. 책 한 권 내려 열심히 쓰는 분도 있는데 연예인이란 이유로 그 가능성이 좀 쉽게 열리잖나. 그래서 나도 원래 책을 안내려 했는데 연재한 글을 모아 놓은 거라 고정적으로 봐준 분들에게 선물이 될 것 같아 죄송스럽지만 냈다. 그 책에 내가 ‘모든 작가님에게 넘볼 수 없는 존경을 표한다’고 써놓기도 했는데 정말 책 하나 만들기도 고된 일이더라. 그 분들에게 허탈한 감정을 주고 싶지 않다. ‘뭐 그런 것까지 신경 쓰냐?’고 하는데 신경 쓰인다. 그래서 안 그러려고(책을 안 내려고) 한다. 내가 엄청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 지금 마음은 그렇다.”

영화는 학수가 흑역사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때 학수의 가장 큰 흑역사인 아버지(장항선)를 향해 펀치를 날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그가 극복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장면인 동시에 충격적인 장면이다. 영화지만 아버지를 치는 장면이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처음에. 그래도 아버지인데. 좀 후반부에 찍어 이해가 됐다. 당시 학수 감정이 ‘이 나쁜 놈아’가 아니고 진짜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였다. 그래야 해결이 될 것 같은 거다. 분노가 아니라, 죽는다는 양반이 담배피우고 고스톱 치고 앉아있으니 원망스럽잖나. 아들을 불러놓고 (죽는다는) 얘기도 안하고. 그런데 아버지가 맞는 걸 원한다. 서로가 간절하게 둘 사이에 아주 꽁꽁 묶인 풀 수 없는 감정들의 아주 작은 실마리를 여기서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버지를 향해 펀치를 날리는 것은 충격적이고 아버지를 용서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관객은 ‘어떻게 아버지에게 주먹을 날릴 수 있느냐?’ 혹은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느냐?’ 등의 질문을 던질 것이다.

“난 용서하거나 화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순간 감정일 뿐일 거다. 학수가 아버지와의 관계를, 고향에서의 자신을 제대로 보려한 건 자기 자신 때문이다. 순전히 자신이 구질구질하고 싶지 않은 거다. 자기도 좀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걸 풀지 못하면 어영부영 또 클럽에서 한 그런 가사의 음악만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러다 그만 포기하게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있었을 테니 순전히 자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 거고. 어쨌든 그 순간엔 그런 생각도 드는 거다. ‘진짜 나쁜 사람이지만 가시는 마당에 난 잘못한 게 없을까?’ 하는.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이 들면서 좀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용서라기 보단 순간의 감정이었던 것 같고 오히려 장례식장을 나와 아버지에 대한 랩을 쓰는 게 뭔가 이 친구가 좀 더 성숙해지는 과정이었을 것 같다. 선미에 대한 마음도 마찬가지다. 일련의 사건이 다 그 노래 안에 정리가 돼있고 박정민이란 사람도 그 노래를 쓰며 이 영화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고 할 수 잇다. 마지막에 쓰면서 ‘아 내가 이런 영화를 했구나’ 했다.”

학수의 흑역사가 아버지, 고향 이라면 박정민의 흑역사는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요즘이 흑역사다. 전 국민에게 배우가 랩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어떻게 봐줄지 모르겠지만 쑥스럽다. 흑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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